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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짜리 시의원' 새로 뽑는 건 돈 낭비?

천안시의회, 보궐선거 여부 놓고 의원직 사직 처리 시기 논쟁

등록|2009.01.07 11:05 수정|2009.01.07 12:08

▲ 1월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 천안시의회 모습. ⓒ 윤평호


의장의 비리 혐의로 시의회 수장을 교체하게 된 천안시의회가 이번에는 보궐선거 딜레마에 빠졌다.

보궐선거 실시 가능성을 시의회가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부 의원은 작년 12월 말 송건섭 시의장이 제출한 의원직 사직건 처리를 미루자고 주장한다. 반면 몇몇 의원은 불미스러운 일로 의원직 사직 건이 대두된 만큼 보궐선거 실시 여부와는 별개로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지난 6일 오전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1월 의원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송건섭 의장의 의원직 사직건 처리 방안을 놓고 의원들 간 엇갈린 해법이 제시됐다.

4월 이후 사직 처리해 보궐선거 여지 차단해야

송건섭 의장의 의원직 사직건 처리를 미루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주요한 명분으로 보궐선거 실시 가능성의 최소화를 내세웠다. 보궐선거 실시 여지를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차단해 5억원으로 추산되는 보궐선거 비용 지출을 막고 보궐선거 실시에 따른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잠재우자는 것.

공직선거법 35조에 따르면 시의원 보궐선거는 전년도 10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사이에 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되면 4월 마지막 수요일에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사이에 선거 사유가 확정되면 보궐선거일은 10월 마지막 수요일이 된다.

보궐선거 사유는 시의원의 사직이 의회에서 처리되어 궐원이 확정되는 순간 발생한다. 천안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시의원의 사직은 회기 중에는 토론 없이 본회의 표결로, 폐회 중에는 의장의 허가로 처리된다.

송 의원의 사직 처리가 회기와 상관없이 4월 1일 이후 시의회에서 처리되면 보궐선거 선거일은 올해 10월 28일이 된다. 논리상 이날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보궐로 당선되더라도 당선자의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인 탓이다.

공직선거법 201조에 따르면 시의원 보궐선거는 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시의회 의원 정수의 4분의 1 이상이 궐원 되지 않은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 현 시의원들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6월이다.

지난 6일 의총에서 김영수 의원은 "의원직 사직건 처리를 미뤄서 보궐선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의원도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선거기간 내내 의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보궐선거를 않토록 의원직 사직건 처리를 늦추는 방안을 지지했다.

김동욱 부의장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 부의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궐선거 실시 판단을 맡기면 99% 이상 실시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시의회가 3월 31일까지 의원직 사직건 처리를 보류하면 보궐선거는 없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앞세워 사직처리 지연은 의회 월권

검찰 수사 결과 비리혐의가 드러나자 제출된 송건섭 의장의 사직서를 보궐선거 실시를 우려해 시의회가 처리를 미루는 것은 안될 말이라는 의회 내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입장의 의원들은 송 의장이 의장직 사임서와 의원직 사직서를 동시에 제출했음에도 시의회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을 선별 처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사직서 처리가 지연되면 송 의장의 의정활동은 수개월간 중단된 상태에서 의정비 지급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잉태된다는 점도 신속한 처리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보궐선거 실시 가능성 차단을 명분으로 의회가 의원직 사직서 처리를 지연하는 것은  법률상 보궐선거 실시의 판단권한을 갖고 있는 선관위에 대한 의회의 권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의장 직무대행인 김동욱 부의장이 사직서 처리 권한을 행세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6일 의총에서 서용석 의원은 "한 사람이 사표를 두 개 냈는데 선별처리는 맞지 않는다"며 "똑같이 처리하든지, 미룰시 의장 선출도 4월 이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평위 의원은 "절차대로 비회기중 의원의 사직은 의장 직무대행자인 부의장이 처리하면 된다"며 "직무대행이 왜 권한을 행세 않고 사직 처리의 건을 의총에 상정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전종한 의원은 "보궐선거를 회피하려고 사직서 처리를 지연하는 것은 의회의 월권"이라며 "의회는 사직서 처리 절차를 밟고 보궐선거 실시 결정은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곤 의원도 보궐선거 실시 결정은 선관위 위원들의 영역이라며 사직서 처리와 보궐선거를 동일화하는 입장과 선을 그었다.

격론이 오갈 뿐 한시간여가 지나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자 김동욱 부의장은 12일 개회하는 임시회에서 송 의장의 의장 사임건만 처리한 뒤 곧장 신임 의장을 선출, 신임 의장 주도 아래 의원직 사직 처리건을 다시 논의하자며 의총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천안시의회의 보궐선거 딜레마는 신임 의장 선출 뒤 또 한 차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보궐선거 당연한 건 아니다'...특례조항 적용해 미실시 결정 사례 있어

지방의회는 사직서 처리로 의원이 궐원되면 15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관할 선관위에 알려야 한다. 선관위는 특례조항을 적용해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 궐원 통보를 받은 뒤 10일 이내에 그 의사를 공고해야 한다.

송건섭 의장이 제출한 의원직 사직서 처리를 둘러싼 천안시의회 갈등 양상에는 선관위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잠복해 있다. 사직서 처리 지연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 해당 선관위인 천안시 서북구선관위가 보궐선거 실시를 결정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사직서 처리를 미루지 말자는 의원들은 궐원의 폭이 크지 않고 보궐선거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 선관위도 보궐선거 실시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설령 보궐선거가 실시되더라도 그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

다른 지역은 어떨까? 경주시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시의원 1명의 의원직 상실로 궐원이 발생하자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하고 있다. 정반대의 선택도 있다.

전주시 완산구선관위는 최근 특례조항을 적용해 보궐선거 미실시를 결정했다. 완산구선관위는 작년 12월 22일 시의원 1명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해 보궐선거 실시사유가 발생하자 12월 30일 전체 회의를 열고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궐선거 미실시의 배경으로 완산구선관위는 궐원 의원의 수가 1명으로 총 의원 정수 34명의 4분의 1에 미달하고 해당 선거구에 잔여의석 1명이 존재하며 보궐선거일을 기준으로 잔여 임기가 1년 2개월인 점, 전주시청과 전주시의회 등 관계기관의 보궐선거에 대한 미실시 의견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천안시 서북구선관위의 입장은 일단 신중하다. 최석구 서북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선관위 전체 위원 회의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북구 선관위 위원은 이승훈 대전지법 천안지원장을 위원장으로 전창복 부위원장 등 일반 위원 6명,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당 추천 위원 각각 1명 등 총 8명이 위촉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10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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