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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해야 할 신영복 선생님의 성찰 메시지

"삶에서 정말 필요한 건, 사람에 대한 애정과 낮은 자세로의 연대"

등록|2009.01.08 09:57 수정|2009.01.08 09:57
하루 종일 설레는 마음이였습니다. 달력을 보며 오늘이 바로 꿈에도 그리던 신영복 선생님의 특강이 있는 날이였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그 분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한 주류회사의 상품이름인 '처음처럼'이란 글씨로 오히려 익숙한 건 아닌지.

저는 신영복 선생님을 군 복무 시절 알게 됐습니다. 그 분의 존재를 말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아버지 군번인 고참이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어느날 저를 부대 도서관으로 데리고 가더니 꼬장꼬장하게 젖은 누런 책을 건네는 겁니다. 낯설기도 했거니와 겉모습만 보고 내용이 박약할 것이라고 봤지만 내용은 진국 그 자체였습니다. 저의 사유 수준의 일천함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학 졸업 후 늦은 나이에 군생활 적응이 쉽지 않은 제게 선임병이 권한 그 책은 인식의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통혁당 사건으로 공안당국에 의해 20년 2개월이라는 억울한 옥살이를 살아야했던 신영복 선생님의 삶은 제게는 사유의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됐고 덕분에 영창 한번 가지 않고 인내하면서 군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대하고도 그분이 출옥 후 전 세계 문화 유적지를 돌며 남긴 성찰적 에세이 <더불어 숲>과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통찰한 <나무야 나무야>는 저에게 큰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7일 오후 7시 서울 북부고용센터 10층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님의 특강 '우리 시대의 참스승 신영복 선생 성찰과 모색'은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강의실은 이미 만원이였습니다. 어렵사리 자리 잡은 저는 신영복 선생님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그 분의 음성을 듣고 있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였습니다. 성공회대 교수직 퇴임 후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기 때문에 책이 아니면 제 평생에 그 분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전한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관계와 애정, 사람, 낮은 자세로의 연대 그리고 양심과 자부심'이였습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도시 공간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당구공과 당구공이 부딪히며 스치는 우연히 지나가는 것으로 설명하며 '배타적이고 존재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으로 성찰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신영복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이 바로 물이였습니다. 물은 관계론의 실천인 것입니다. 바다를 비유로 냇물과 강물이 바다로 흘러 하나가 돼 듯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바다가 곧 가장 큰 물이고 하방연대를 통해 만남을 가지면 그 자체가 삶의 내용이고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사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 동료 수감자들과 수년 간 한 식구처럼 허물없이 지내온 그분의 적응력과 변화 의지에 놀랐습니다. 고작 2년 남짓한 군생활에서의 불평과 불만은 그분은 20년이 넘는 감옥 생활이 대학이라고 말할 만큼 그 분이 보여준 겸손함과 의연함, 자부심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다른 것을 만나서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것. 서구의 미덕인 존재론과 동의 원리를 지양하고 관계론과 화의 원리가 진정한 인간적 삶의 구조에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이날 특강은 100명이 넘는 청중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 상 신영복 선생님께 질문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2시간이 넘는 이날 강의가 저에겐 20분 처럼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때 전공이나 교양 수업은 대부분 지식 중심이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은 그 분 자체가 스토리며 감옥 생활에서 체험한 모든 것들이 편리함과 생존 경쟁, 황금 만능주의, 학벌 지상주의에 젖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생경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삶의 변화를 결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정화의 과정이 눈녹듯 제 마음속에 이뤄지다보니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 것입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저는 그분과 대화를 나누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전 마치 애인을 만난 것처럼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저런 스승이 전하는 메시지를 많이 듣고 깨우쳐 성찰 한다면 그 분이 강조하는 곤이지지(困而知之) 즉 "곤경을 겪고 깨달음을 얻는다"의 의미를 보다 더 깊게 성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과 감원, 감봉, 물가 상승까지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위정자들 특히 이명박 대통령께서 좀 더 인간다운 대한민국, 중산층 서민이 살맛 나는 경제를 이뤄가는 데 신영복 선생님의 이날 특강 메시지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특강의 자세한 내용은 노회찬 마들연구소 www.nanjoong.net 전화 02-935-6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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