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교과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기각 저자쪽 "납득 못해...본안소송서 다투겠다"
법원 "긴급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 우려되지 않아"
▲ 지난해 11월 4일 한국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 참가 교수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방적 교과서 수정권고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세실레스토랑에서 열었다. 맨 오른쪽이 홍순권 동아대 교수. ⓒ 조은미
[3신: 8일 오후 3시 40분]
저자 홍순권 교수 "교과서 수정 지시는 표현의 자유, 교육 중립성 침해"
법원이 8일 오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저자중 한 명인 홍순권 교수(동아대)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법원이 기각할 것이라는 우려는 애초부터 있었다"며 "재판부로서도 이미 교과서 선정이 이뤄진 지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단했겠지만 참으로 유감이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사실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던 것은 본안 소송이 너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며 "이후 본안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계속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법원이 내놓은 가처분 신청 기각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우선 첫 번째 기각 사유에 대해 "교과부가 우리 저자들에게 교과서의 수정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를 통해 수정을 지시했고 출판사가 그에 따랐기 때문에 저자들이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라며 "지금 가처분신청의 단계에서 저자들과 교과부 장관과의 관계 문제는 거론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기각 사유인 동의서 문제와 관련해서도 "동의서에 언급된 '교과부 장관의 지시'는 행정적인 절차의 문제이지, 교과부 장관이 지시하면 교과서 내용을 임의로 고칠 수 있다는 뜻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그동안 교과부가 교과서 수정을 지시하고,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교과서 재선정을 강요하는 등 문제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교육의 중립성 등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2008년 12월 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방문해서 '부당한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지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권우성
[2신 보강: 8일 오후 3시 26분]
금성교과서 수정금지 가처분 기각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출판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8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발표한 결정문에서 "가처분을 할 만큼 긴급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 2001년 3월24일 저자와 출판사가 맺은 계약서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개편지시가 있을 때 저자들은 원고와 자료를 금성출판사에게 인도하고 출판사는 교과서를 수정·개편한다"는 약정이 들어있고 ▲ 저자와 출판사가 같은 해 12월8일 검정신청을 할 때 "교과용 도서의 원활한 발행·공급과 교육 부조리 방지를 위한 교과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했고 ▲ 교과부가 검정도서에 대해 저자 또는 출판사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는 규정이 있음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법원은 "저자 또는 출판사 일방의 비협조로 인해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과부 장관의 수정 명령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약정이 (계약서에) 담겼다"며 금성출판사가 교과부 장관의 수정명령 범위 내에서 내용을 수정한 것에 대해 저자들이 저작인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법원은 "교과서가 학교교육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출판사에 대한 저자의 동일성 유지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저자들의 주장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법원의 이날 결정은 정부와 출판사가 검인정 교과서 저자들의 동의 없이도 내용물을 임의 수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학계와 교육계에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한울)는 '항고'에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
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저자들이 교과부에 제출한 동의서를 너무 확대해석하는 등 무리한 결정을 내린 흔적이 보인다"며 "저자들과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항고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1신: 8일 오전 11시 40분]
법원이 8일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낸 교과서 수정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김한종(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김태웅(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홍순권(동아대 인문학부 교수)·이인석(경기여고 교사)·남궁원(서울대 사범대부고 교사) 등 저자 5명은 지난달 15일 금성출판사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교과서를 수정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3주간 ▲ 교과서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인지 여부 ▲ 저작인격권 상의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는지 여부 등의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 이날 오후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서 저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인 교과서가 원형 그대로 학교에 배포되길 원했지만, 교과부의 압력을 받은 출판사에 의해 이 같은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해왔다.
교과부는 작년 10월 '역사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같은 해 12월 6개 검인정 역사교과서 206곳의 수정·보완 작업을 완료했는데, 법원이 교과부의 지시를 이행한 금성출판사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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