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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세상을 바꾸는 힘

지역사회의 중심 - 여수시립 환경도서관

등록|2009.01.08 15:31 수정|2009.01.08 15:31

▲ 여수시립환경도서관 전경 ⓒ 오문수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디지털 환경을 급속도로 변화시켰고, 지방자치제의 부활로 자신들의 지역에 공공도서관 건립을 강력하게 요구하게 됐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의 양적 확산에도 질적 변화는 미미한 형편이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도서관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새러 앤 롱(Sarah Ann Long)씨는 재임기간 동안 “도서관이 커뮤니티를 세운다(Libraries Build Community)"를 주제로 내세웠다. 그는 시민들이 생활하고 일하며 공부하는 지역사회의 중심에 도서관이 있기를 기대했다.

우리나라에 있어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은 입시나 취업 시험의 공간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던 전남대학교의 한 대학교수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싶은 1순위 문화는 도서관"이라고 주장했다. 도서관은 지역의 중심이자 온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이라는 것이다.

▲ 1층에 있는 환경자료실 모습 ⓒ 오문수


▲ 강의실에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 환경도서관


▲ 소강당에서 환경 교육을 받고 있는 유치원아이들 ⓒ 환경도서관


▲ 환경 교육을 위한 자료들 ⓒ 오문수


4살짜리 어린아이부터 76세 노인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찾아와 독서와 영화 감상, 토론회, 환경공부를 즐기는 여수시립 환경도서관을 방문했다. 여수시 문수동 여문공원에 위치한 환경도서관은 연면적 2276㎡(지하 1층, 지상 2층)에 총 부지면적 2만2387㎡로 주요시설은 홍보 전시관, 어울마당, 아동자료실, 일반자료실, 환경자료실, 강의실, 전산실, 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이 주로 사용하는 자료실인 지혜열림터는 70석이 비치돼 있고 바로 옆에는 전산실이 있다. 한편 주로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꿈 열림터에는 50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작년에 개원했지만 가까운 집 옆에 도서관을 두고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찾아오는 독특한 이유가 있다. 현재 소장 도서가 겨우 2만3545권 밖에 불과하지만 환경에 관한 자료가 26%나 된다.

한편 도서자료실과 붙어 있는 환경홍보전시관 1층에는 환경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며 2층에는 대기와 수질, 폐기물, 에너지, 생태계, 자연환경에 대한 자료를 전시해 유치원과 초등학생의 현장 방문 교육장이다.

아동자료실에는 인기 만점인 공간이 두 곳 있다. 하나는 동그란 원형 테 속에 들어가 다람쥐처럼 앉아 독서를 즐기는 곳이고 또 다른 하나는 높이 120cm쯤 되는 다락방 공간이다. 2층에 자리한 다락방은 서서 들어갈 수 없으며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 앉거나 누워서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 120센티미터 쯤 되는 다락방 공간에 아이들이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 자신만의 조그만 공간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특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이다. ⓒ 오문수


▲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인 동그란 원형 공간에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둥그렇게 몸을 말고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다. ⓒ 오문수


▲ '엄마랑 아기랑' 방에서 4살 6살의 아이들을 데리고와 책을 읽고 대화를 한다는 한 아이의 엄마. 이런 공간이 너무나 좋다고 한다. ⓒ 오문수


어린이들은 간신히 들어가 낮고 좁은 공간에 숨거나 둥근 공간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그리며 상상속으로 빠진다. 그야말로 동심의 세계, 동심 도서관이다.

아동자료실 옆에는 유리로 막은 ‘엄마랑 아기랑’ 방이 있다. 이 방은 엄마가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6살 윤건이와 4살인 윤지후 두 아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 유아방에  데리고 와 같이 책을 읽은 후 책에 관해 얘기해 준다는 이은실씨를 만났다.   

"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봅니까?"

"큰 애는 책보는 걸 좋아해요. 집에는 책이 한정되어 있지만 여기 오면 골라볼 수 있어 좋아요. 다른 도서관은 책만 빌릴 수 있는데 여기서는 격리된 공간에서 아이들과 책 내용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있어요. 집 가까이 도서관이 있지만 여기까지 와서 함께 책을 봐요. 이런 도서관이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방학 중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고등학교 2학년 임아영, 임방희, 김혜랑 세 여학생들을 만나 봉사활동 장소로 도서관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가장 많이 가는데 기왕이면 방학 때 여기서 봉사활동을 하자고 해서 같이 왔어요. 마룻바닥을 닦았는데  엄마가 생각났어요. 집에서는 항상 엄마가 해줘서 몰랐는데 …. 오늘 집에 가서 엄마 허리를 주물러 드려야겠어요.  특히 아늑한 분위기라서 아이들이 책읽기 좋을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지혜열림터에 갔다.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소파형 벽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아주머니.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검색을 하는 어른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독서하는 모습은 지식의 생산 공장이며 문명의 원천인 ‘도심의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왼쪽 강진모(76세)씨와 오른쪽 허종련(76세)씨가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일주일에 3~4회 도서관을 찾는다는 그 분들은 '빈곤의 카운트다운, 한국의 힘' 등 일반교양서적을 읽고 있었다. ⓒ 오문수


원형 테이블에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두 노인들 중 한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강진모(76)씨로 알고 보니 여수시 모 시의원의 아버지다. 부모가 이렇게 공부를 하니 아들도 마찬가지로 항상 연구하는 자세다.

“일주일에 도서관에 서너 번 와요. 노인당에 가면 잡담이나 하며 소일하는데 여기와 책을 보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외국 정세도 알아요. 친구와 같이 오는데 이런 도서관이 생겨서 아주 좋아요. 학생들은 여기 와서 나쁜 짓을 안해요. 다른 곳에서는 담배도 피고  싸움이나 하는 데 여기 와서는 그런 짓 안하죠"  
   

디자인을 공부하다 휴학했다는 백지현씨에게 디자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도서관에 대해 느낌을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른이나 대학생들에게는 전문서적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부족하지만 동생들이나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공간이에요.”

아직 홍보가 덜 돼 일일 평균 350명 정도가 찾는 이 도서관은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한 기업이 여수시와 협찬하여 건립됐다. 삼남석유화학㈜은 지역친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7억원을 여수시에 기탁했다. 회사에서는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환경을 생각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어려운 가운데서도 거액을 기부했다.

▲ 여수 삼남석유화학(주) 이수헌 공장장으로 지역의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서는 분이다. ⓒ 오문수


온통 우울한 소식만 들리는 요즘 도서관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이들을 보니 미소가 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은 미래를 약속하는 최대의 자원 보고이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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