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 있던 아이들이 만든 하모니
케냐 지라니 합창단 공연을 보고
▲ 1월 3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지라니 합창단 공연이 끝나고 부천시가 최초 공식후원도시로 지라니 합창단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자매결연 팻말을 들고 있는 분이 홍건표 부천시장님 ⓒ 김가람
우리 가족의 새해맞이 특별한 공연을 예약해 두었다고 엄마께서 기대하라고 하셨다. 아프리카 케냐의 어린이 합창단공연이라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지만 오후 7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7시에 시작하는 공연에 솔직히 가기 싫었다. 공연 당일까지 망설이다 예매 취소 여부를 알아보니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가기로 마음먹었다. 엄마는 일찍 가시고 아빠는 내 수업이 끝나고 부리나케 공연장인 부천시민회관으로 갔다.
엄마가 미리 안내대에 맡겨둔 예매한 표를 찾아 지정 좌석을 찾았다. 1200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흑인 소년 소녀들이 나와서 공연을 펼쳤다. 아프리카 민요를 비롯, 세계인들의 애창곡과 우리민요 아리랑과 도라지도 불렀다. 악기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걸 들고 나왔다. 나는 40분 정도 늦게 도착했지만 정말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근교 빈민촌인 ‘고로고초’ 쓰레기 더미에서 초점잃은 눈으로 멍하니 쓰레기를 뒤지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임 목사는 숨이 멎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른으로서 이 아이를 그냥 버려두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데려와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음악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라니 합창단이다.
52년 된 피아노를 구하고 음악감독을 영입해 2006년 12월 창단식을 가진 지라니 합창단은 2007년 6월 케냐 대통령 궁에서 정부수립의 날 기념공연을 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 30회정도 무대에 서기도 했다. 임 목사는 미국과 유럽은 케냐인들을 약탈하고 노예로 일삼는 일을 했지만 한국인은 희망을 주었다며 격찬한 케냐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다는 케냐의 어린이들,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학교 문턱에도 갈 수 없으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케냐의 고로고초 슬럼가 아이들의 생활을 들으며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분명 보통 공연하고는 달랐다. 한국인으로 인해 희망을 잃은 아이들이 큰 꿈을 갖게 된데 한국인으로 자부심이 생겼다.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 빈민가의 실상을 생생히 들을 수 있어 봉사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쓰레기 더미에 있던 아이들을 데려다가 합창단을 만든 목사가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에 온 지라니 합창단원 로렌스는 “처음 우리의 꿈은 내년에도 굶어 죽지 않은 것 이었지만 이제는 희망과 꿈이 생겼다. 희망을 안겨 준 한국에 감사해요”라고 우리말로 또박 또박 말했다. 절망적인 상황의 아이들을 데려다 꿈과 희망을 심어준 임 목사가 존경스럽다.
케냐는 열대지방이라 한 겨울 한국의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이번에 한국에 온 26명의 합창단원 중 절반 이상이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 본국으로 잘 돌아갔는지 궁금하다. 우리 고장 부천시는 지라니 합창단 공식후원도시로 최초로 자매 결연을 맺었다. 매년 한국과 순회 공연을 갖는다고 하니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공연이다.
덧붙이는 글
김가람 시민기자는 고등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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