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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불법복제 어디까지 용납될까?

경기불황 탓에 더 기승

등록|2009.01.11 17:31 수정|2009.01.11 17:32

▲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쉽게 접하면서 성장하고, 고액의 등록금에 물가 상승으로 용돈조차 부족한 ‘88만원 세대’. 이들에게 대학교재는 불법복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 한만송


중·고등학교 또는 대학시절 부모로부터 참고서 또는 교재비를 타 내 유흥비(?) 등으로 지출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 정도 있을 법하다. 또 이 때문에 수업과 시험을 위해 인근 복사점에서 교재 한 두 권 정도를 복사하고 제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88만원 세대'들은 어떨까? 이들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통해 불법 음원과 영화 등을 P2P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해 무딘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전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 출판물 합동 단속을 실시했다.

주로 사전에 신고 접수된 곳을 중심으로 단속했는데도 총 203건에 1만 481점의 불법복제 출판물을 수거했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이번 합동 단속 결과는 전년 대비 단속 건수는 10%, 단속 수량은 19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5580점을 단속해 가장 많았으며, 대구·경북 1542점, 부산·경남 1,127점, 인천·경기 724점 등을 수거했다.

학생 탓, 얕은 상술 탓

경인교대 인천캠퍼스 인근에 있는 한 복사점은 G출판사가 출판한 B서브노트 등 교제 9박스 250여 권을 무단으로 복사했다가 저작권보호센터에 단속됐다. 인천캠퍼스 학생이 2100여 명으로 학생의 상당수가 교재를 무단으로 복사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B출판사가 출판한 한 책의 시중 가격은 3만5000원인데 대형 복사 가계에서 제본된 책을 구매하면 1만5000원에서 2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유혹하곤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전과 같은 몇몇이 제본을 맡기는 형식이 아니라, 일부 대형 복사점이 교재를 수백권 단위로 제본해 시가의 50~60%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데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경인교대 인천캠퍼스 박아무개(21)양은 "졸업 때까지 보는 책은 서점 등을 통해 구매하지만, 문제집과 비중이 낮은 교재 등은 복사점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면서 "복사점들이 책 구매 시점에 맞춰 제본을 해 놓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인교대 인근에서 복사점을 수년째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몇 년 전까지는 필요한 학생들이 요구해 제본을 해주곤 했는데, 경기 탓인지 일부 복사점이 교재 등을 수백 권씩 복사해 대량으로 판매해 우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 교재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에듀모어 관계자는 "학생들이 용돈을 절약하기 위해 교재를 불법으로 복사하는 차원은 예전부터 종종 있어왔지만, 상업적으로 교재를 대량으로 복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면서 "통상적 수준을 벗어나는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단속된 불법 복제물은 폐기하고 업주에 대해서는 경고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면서 "경기 탓인지, 요즘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져서 그런지 대학가 주변의 불법 출판물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온라인시장으로,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저작권위반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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