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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한자말 덜기 (59) 절대

[우리 말에 마음쓰기 521] '절대 필요하다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등록|2009.01.12 11:45 수정|2009.01.12 11:45
ㄱ. 절대 필요하다는

.. 내가 이 사람에게 절대 필요하다는 걸 발견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문익환, 학민사, 1984) 257쪽

‘필요(必要)하다’는 ‘꼭 있어야 한다’로 다듬고, “발견(發見)한다 것이”는 “찾는 일이”나 “찾아내는 일이”로 다듬어 줍니다.

 ┌ 절대(絶大) : 견줄 바가 없이 큼
 │   - 절대한 가치 / 관심이 절대하다
 ├ 절대(絶代)
 │  (1) 아득하게 먼 옛 세대
 │  (2) 당대(當代)에 견줄 만한 것이 없을 만큼 뛰어남
 ├ 절대(絶對)
 │  (1)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아니함
 │   - 절대 안정 / 절대 자유 / 번뇌에서 해방되어 절대 평안의 길을 열게
 │  (2) 비교하거나 상대되어 맞설 만한 것이 없음
 │   - 절대 진리 / 절대 권력
 │  (3) = 절대자
 │  (4) = 절대로
 │   - 이 말은 남에게 절대 하지 마라 / 나는 절대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
 │     물과 공기는 우리에게 절대 필요한 것이다 / 명령에 절대 따라야 한다
 ├ 절대로(絶對-) :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   - 세상에 절대로 공짜라는 것은 없다 / 당신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
 ├ 절대 필요하다는 걸
 │→ 꼭 있어야 한다는 걸
 │→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걸
 └ …

우리가 흔히 쓰는 ‘絶對’ 말고 두 가지 ‘절대’가 국어사전에 더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절대(絶大,絶代)’가 언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절대’를 넣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 또한 알 길이 없습니다. 저는 아직 이 두 가지 ‘절대’가 쓰인 모습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기는 대단히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 절대 안정 → 반드시 쉬어야 함
 ├ 절대 자유 → 묶이지 않은 자유 / 매이지 않은 자유
 └ 절대 평안의 길을 → 오롯이 느긋한 길을 열게 / 거리낌없이 느긋한 길을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어쩌면 ‘절대적’이라고 해서 ‘-적’을 붙이지 않고 쓴 대목을 고맙고 반갑게 보아야 할는지 모릅니다. 흔히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절대 필요하다”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어떻게 다를까요? 다르기나 할까요?

 ┌ 남에게 절대 하지 마라 → 남한테 한 마디로 하지 마라 / 남한테 벙긋도 하지 마라
 ├ 절대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 조금도 말리지 않습니다
 ├ 절대 필요한 것이다 → 꼭 있어야 한다
 ├ 명령에 절대 따라야 한다 → 시키는 말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 절대로 공짜라는 것은 없다 → 언제라도 공짜란 없다
 └ 당신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 당신이 꼭 도와주어야 합니다

말뜻을 생각한다면, 말느낌이나 쓰임새를 생각한다면 ‘절대’란 말은 굳이 쓸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여 ‘-적’까지 붙을 일은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들은 알맞고 올바르고 아름답고 멋들어지게 쓸 수 있는 우리 말을 우리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은 거룩하고 훌륭하게 새로워질 수 있을 우리 말을 우리 손으로 깎아내리고 있지 않는가요. 우리들은 살갑고 따뜻하고 넉넉하게 주고받을 수 있던 우리 말을 우리 힘으로 무너뜨리거나 업신여기고 있지 않나요.

ㄴ.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 해 보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살 거야. 그리고 절대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  <청소녀 백과사전>(김옥, 낮은산, 2006) 23쪽

저도 어릴 적에 ‘것(거)’을 많이 썼는가 돌아보노라면, 글쎄, 많이는 아니지만 곧잘 즐겨썼지 싶어요. “그런 것이란 것이란 것이란 거지” 하고 말장난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것’을 자주 쓰면 어른들한테 퉁을 들었고, 이내 말투를 바꾸곤 했습니다. 보기글을 가만히 보니, “해 보고 싶은 것은”이 아니라 “해 보고 싶은 일은”으로, “살지 않을 거야”가 아니라 “안 살아”나 “살지 않겠어”로 말했다고 떠올립니다.

 ┌ 절대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
 │→ 죽어도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 죽었다 깨어나도 엄마처럼은 안 살아
 │→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 …

‘절대로-절대’만 써야 하는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고, 꼭 이 말만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보기글에서는, 좀더 막나가며 하는 말투였다면, “내가 미쳤어? 엄마처럼 살게?”처럼 쓸 수 있습니다. “억만금을 갖다 줘도 엄마처럼은 안 살아”처럼 말해도 어울립니다.

그런데 요새는 어린아이들도 ‘절대’라는 말을 곧잘 쓰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쓰는 말이라면 어른들한테 듣는 말이나 책에서 보는 말이나 텔레비전에서 듣는 말입니다. 요새 어른들은 ‘절대’라는 말을 참 쉽게 내뱉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리에서도 ‘절대’를 외칩니다. ‘너무’라는 말을 아무 데나 함부로 쓰듯이, ‘절대’라는 말도 아주 손쉽게 자기 느낌을 나타내는 말로 써요. 그래서, 이 말 ‘절대-절대로’가 알맞게 쓰임직한 자리뿐 아니라 엉뚱한 데에까지 쓰임새가 퍼지고, 굳이 이런 말을 안 써도 될 자리에도, 또한 사람마다 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담아내면 한결 나은 자리에도 끼어듭니다.

 ┌ 어떠한 일이 있어도
 └ 무슨 일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말 문화가 차츰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고, 겉치레가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속마음 가꾸기보다는 겉껍데기 꾸미기에 눈길을 더 두기 때문에, 말씨도 영향을 받는구나 싶어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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