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슬라이드] 매서운 겨울바람 부는 저녁, 봄동 쌈먹기

푸릇한 배춧잎에 빨간 고추장 올리고 양파 올리고...

등록|2009.01.12 19:37 수정|2009.01.12 19:37
어제보다 날이 더 춥다는 오늘(11일)은 집에서 푹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할 일도 있고, 뒷바퀴가 펑크난 자전거도 자전거방에서 되찾아야 했고, 서울 가던 길에 김포와 인천의 경계에서 잃어버린 자전거 자물쇠도 찾아봐야 했기에 11시쯤 집을 나왔습니다.

그냥 자물쇠를 하나 새로 살까 생각도 해봤지만, 수도권매립지 도로변에 나뒹굴던 볼썽사나운 쓰레기들처럼 잃어버린 자물쇠도 그러할 것 같아 쓰레기 수거차원에서 번거롭지만 다시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가드레일 바깥쪽에 떨궈진 자물쇠를 어렵사리 찾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경제성분석이 엉터리로 왜곡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경인운하 공사현장(굴포천과 한강연결 구역)도 둘러봤습니다.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토사를 실어나르고 있었고, 포클레인도 굴포천을 정신없이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흙먼지 풀풀날리는 경인운하 공사현장을 지나 논 사이의 귤현천을 건너 계양구 동양지구를 거쳐 도서관에 이르렀습니다. 어제 오늘 자전거를 하도 오래타고 다녀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릴 정도였습니다. 매스꺼운 자동차 배기가스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옷을 털어내고 얼굴도 씻은 뒤, 디지털자료실에서 필살불질에 임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포스팅한 것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이어 사진과 동영상도 편집하고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낙조도 간단히(?) 블로깅했습니다.

그러던 중 디지털자료실 이용시간이 끝나 3층 로비의 디지털기기전용석에서 마무리를 하고, 집을 나설 때 챙겨온 군고구마를 까먹고는 아침에 눈에 띈 인터넷 한겨레의 사진 도용(?)에 대해 포스팅을 해놓고 8시가 되기 전에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날도 추운데 일찍 들어오라는 어머니의 말씀도 있었고, 일찍 집에 돌아가 편히 쉬고 싶었습니다. 도서관 밖은 정말 추웠습니다. 바람도 어젯밤보다 더 불어서, 자전거를 타고 징매이고개를 넘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맞바람까지 불어왔습니다.

무사히 집앞에 도착해 자전거를 세워놓고, 계단을 올라 거실에 들어서니 열대우림에 들어선 것 같은 열기가 꽁꽁언 몸을 녹여냈습니다. 집에는 한동네 사는 동생내외와 어린조카가 와있었습니다. 무거운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방에 들어와 껴입은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베낭도 내려놓고는, 뜨거운 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어내니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는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저녁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며 귤과 어머니께서 지난주 우리쌀로 튀겨온 쌀튀밥을 나눠먹으며 어린조카와 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뭔가를 준비하셨습니다. 사발과 젖가락을 꺼내고 데워진 김치콩나물국 냄비를 들어 식탁에 다른 반찬들 사이에 올려놓고 밥을 먹으려는데, 어머니는 식탁 한편에 물에 씻어낸 푸릇한 봄동을 놓아주셨습니다. "이것하고 (가족들은)쌈싸먹었다"하시면서.

봄동은 어머니가 밭에 갔다가 하우스에서 따왔다 합니다. 지난해 가을 김장배추를 하우스 안에 심어 수확한 후 남은 잔챙이들이 겨우내 자라고 있던 것입니다. 덕분에 고집센 할아방처럼 뻣뻣하지만 아삭하니 씹히는 맛이 그만인 배춧잎과 함께 맛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빨간 고추장을 올리고 양파도 올리고 무말랭이도 올리고 김장김치도 올려 한입에 쏙 들어갈 봄동쌈으로...

매서운 겨울바람 부는 저녁, 봄동 쌈싸먹기!!

ⓒ 이장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