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18세 미만 관람불가 공원도 있다
[제주도 카페리 여행] 첫날 한림공원과 러브랜드
▲ 녹동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카페리 여객선. 커다란 선체는 빌딩같은 느낌이 든다. ⓒ 전용호
카페리 타고 제주도로
새벽같이 차를 타고 녹동을 향해 달린다. 고흥반도의 낮은 산들 사이로 수줍은 듯 밝게 웃는 해가 얼굴을 내민다. 신선하다.
항구에는 하얀 카페리선이 커다란 빌딩처럼 막아서고 있다. 매표를 하고 사다리를 올라간다. 3등 객실에 들어서니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넓은 선실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사람 냄새라 해야 할까?
▲ 제주도 가는 바닷길 풍경. 바닷바람이 차가와도 바다에는 젊음이 있다. ⓒ 전용호
배는 시간이 되어 출항한다. 녹동항을 뒤로하고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로 빠져 나간다. 선실에는 여기저기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갑판으로 나왔다. 바람이 차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시원하게 느껴진다. 말쑥한 파란 하늘과 물결치는 파란 바다가 하나의 선으로 만나고 있다.
배는 한참을 간다. 아무 것도 없는 바다는 가끔씩 화물선이 한 척씩 보일 뿐이다. 그렇게 4시간을 지나 제주항에 도착했다. 배는 도착해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내려준다.
30년의 열정 한림공원
이번 제주 여행은 한라산 겨울 산행을 하기 위해 1박 2일로 여행을 나선 것이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 앞에 소형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산행은 내일하기로 하고 오늘(1월 8일)은 제주도 여행가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한림공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곳도 들러보기로 하고서….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시를 나온다. 돌담이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보면서 한나라이면서 멀게만 느껴지는 제주의 풍경은 너무나 좋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예전에도 봤던 풍경들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 본다. 여전히 그대로다. 반갑다.
▲ 모래땅을 개척해서 만든 공원길 ⓒ 전용호
▲ 대나무에 새긴 사랑서약. 그 사랑이 이루어 졌을까? ⓒ 전용호
한림공원. 벌써 몇 번째 들른 곳이지만 올 때마다 놀라울 뿐이다. 한 소녀가 우연한 기회에 모래구덩이에 빠져서 발견된 동굴을 계기로 재암 송봉규 회장이 1970년부터 30년간 주변에 수많은 열대 식물들을 심어 커다란 공원으로 만들었다.
한림공원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아열대 식물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열대식물들을 구경하는 것은 색다른 기분이다.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파파야도 보고 바나나도 볼 수 있다. 망고나무, 커피나무 등 우리와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나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비는 오는데 볼거리는 너무 많고
비가 조금씩 내려 날씨는 차갑다. 하지만 동굴 안은 따뜻하다. 동굴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더니 공감이 간다. 용암굴이라 아름다운 풍경은 없지만 커다란 동물의 뱃속을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새끼를 꼬고 있는 풍경. 즐겁게 일하고 있다. ⓒ 전용호
협재굴과 쌍용굴을 보고 나오니 분재원이 있다. 백년 이상 된 나무를 분재로 만들어 놓은 것은 장관이다. 민속촌에 들러 물허벅도 져본다. 마침 지붕에 치는 새끼를 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식당에 들러 따뜻한 어묵 함께 간단한 음식도 먹었다. 볼거리는 너무 많은데 비는 조금씩 내리고 주위는 어두워진다. 본 걸 또 봐도 새롭고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18세 미만 출입금지
산행이 목적이라 시간제한 없이 구경을 했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한군데 더 가기로 했다. '러브랜드'로 향했다. 약간씩 내리던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었다.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든다. 눈이 많이 오면 내일 산에 갈 수 있으려나?
▲ 표사는 곳 안내판에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라고 쓰여 있다. 성인들만 출입하는 공간 ⓒ 전용호
▲ 욕망이라는 작품. 너무나 육감적인 작품이다. ⓒ 전용호
러브랜드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내린다. 표 사는 곳에 서니 '미성년자(18세 미만)관람불가'라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보인다. 대충 감은 잡았지만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표를 사고 들어서니 처음부터 육감적이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명 '욕망(Desire)'.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관람로를 따라 가는 곳마다 에로틱한 조각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어떤 것은 보기 민망한 조각도 있고,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각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백록미술관이다.
뭔가를 벗어버린 홀가분한 느낌
미술관이라는 이름은 작게 쓰고 그 아래로 1층은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모음전', 2층은 '성(性)에 대한 발칙한 상상'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손님을 반기는 입구 위에는 '바람난 세 여자'라는 작품이 웃으면서 내려다보고 있다.
▲ 미술관 입구에 조각작품. 작품명 '바람난 세여자' ⓒ 전용호
▲ 성인용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 전용호
들어서자마자 민망한 성인용품이 눈에 들어온다. 자위기구, 자극적인 성행위 용품 등등. 보기에는 민망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하나 사볼까?' 하는 은근한 충동까지도….
2층에 올라서니 성에 대한 발칙한 상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다양한 체위를 보여주는 사진과 시대별 에로틱 미니어처가 꽤 사실적이다.
▲ 미술관 2층에 전시된 미니어쳐 ⓒ 전용호
한 바퀴를 돌아서 나올 때는 뭔가를 벗어버린 홀가분한 느낌이다. 가슴 속에 항상 감추고 있었던 '성'이라는 것을 공개된 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경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색다른 경험이다.
가로등이 켜지고 주변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가라고 쫓지 않는다. 관람시간이 24시까지란다. 눈은 점점 더 내리고 있다. 대설경보가 내렸단다.
덧붙이는 글
제주도 가는 여객선 정보 : 남해고속카페리7호(3,780톤, 1,081명), 녹동 출발 9:10~13:10/제주 출발 17:10~21:10, 3등 객실 운임 23,000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