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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떡국 매일 먹어도 좋아!"

매일 세 끼를 떡국만 먹어도 좋다는 남편

등록|2009.01.13 14:05 수정|2009.01.13 14:05

고기 고명을 얹은 떡 만두국.. ⓒ 정현순


"오늘 점심도 떡국인데 괜찮은가?"
지난 주말 점심 때였다. 반찬도 마당치않아 떡만두국을 끓였다.

"그럼 나는 날마다 먹어도 좋아" 남편은 실실 웃으면서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난 "아니 당신 말고 아들말이야. 아들 너는 어때?" "난 난 나도 괜찮아요" 망설이다 대답하는 것이 영 그렇다.

"엄마는 반찬도 마땅치 않고해서 떡국 끓이는 것이 편하다. 너는 진짜 어때? 싫으면 밥 먹고" "아니 나도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는 떡국이 좋아요"한다. 하지만 마지 못해 하는 대답같았다. 아들과는 달리 남편은 더이상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먹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떡만두국.. ⓒ 정현순


시장에서 사온 만두.. ⓒ 정현순


남편이 떡국을 너무 좋아하니깐   날마다 고기를 넣고 끓여주기도 그렇다. 멸치육수를 만들어 끓여주기도 했지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내가 먹어봐도 양지육수와는 천지 차이의 맛이 난다. 그러니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느끼는 맛은 어떠할까? 듣지 않아도 잘 알  것 같았다.

하여 양지를 사면서 아예 4등분을 해달래서  가지고 온다. 4등분 중 한덩어리씩 육수를 내서 떡국을 끓일 때마다 육수를 덜어서 사용하곤 한다. 그러니깐 생각보다 오랫동안 고기육수로 떡국을 끓여줄 수 있다. 떡국은 특별히 반찬을 하지 않아  정말 좋다. 김장김치 잔뜩있으니 김치만 놔도 괜찮으니 말이다.

떡만 넣고 떡국을 끓여 주던 어느날, 남편이 슬며시 나가더니 시장에서 사왔다면서 김치만두, 고기만두를 내놓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김치만두보다 고기만두가 더 좋으니깐 고기만두를  주고, 김치만두는 아들과 나를 위해서 사왔다고 한다. 나도 떡국만 끓여주기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긴했었다.

확실히 만두가 들어가니깐 맛이 한결더 좋은 것 같았다. 만두를 넣고 끓여서 맛은 있지만 일일히 집에서  만들어 줄수도 없는 일. 그후로 나도 시장에 가면 만두를 사오곤 한다. 마트에 가면 냉동만두도 사온다. 그런데 떡만두국이  그렇게 좋을까? 하루는 떡국을  한그릇씩 푸고 남는 것이 없었다.넉넉히 끓인다고 했는데.  남편은 양이 안 찼는지 더 달라고한다. 하여 없다고 하니 무척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밥을 더 먹으라고 하니깐 싫단다. "참내 밥한번 먹는다고 큰일나나~ "

13일은 조금 일찍 나갔다. 난 "오늘은 너무 일러서 떡국은 좀 그렇지? 누룬밥 끓여줄까?"하고 물으니 "아니 그냥 떡국줘. 어제 먹던 거 남았으면 그러 데워주고" "조금 불었을 텐데"하니깐 불어도 좋단다. 조금 불은 떡국을 퍼주니 아침 7시임에도 한그릇 뚝딱 비운다.

만약 다른 불은 음식을 주었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남편, 정말 떡국이 그렇게 좋은가보다. 내년에는  겨울이 들어서면 처음부터 10kg짜리 쌀봉지를 방아간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조금 더 푸짐하게 떡만두국을 끓여주어야겠다.

맑은 떡 만두국..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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