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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털기 (56) 상하다 傷

[우리 말에 마음쓰기 522] ‘자타가 모두 상하기’, ‘얼굴이 상하다’, ‘속 상하셔’

등록|2009.01.13 15:00 수정|2009.01.13 15:00

ㄱ. 자타가 모두 상하기 마련이다

.. 대수롭지 않은 일로 화를 내거나, 타인과 겨루어 다투기라도 한다면 자타(自他)가 모두 상하기 마련이다 ..  《무샤고오지 사네아쓰/이영자 옮김-보살의 인생독본 (상)》(동국대학교부설역경원,1981) 23쪽

 ‘자타(自他)’는 ‘둘 모두’나 ‘서로’로 손질해 줍니다. ‘타인(他人)’은 ‘남’으로 고쳐 봅니다.

 ┌ 자타(自他)가 모두 상하기 마련이다
 │
 │→ 둘 모두 다치기 마련이다
 │→ 모두 다 힘들기 마련이다
 │→ 너나없이 괴롭기 마련이다
 │→ 우리 모두 아프기 마련이다
 └ …

 사람이 ‘상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합니다. ‘부상(負傷)’이라는 말이 곧잘 쓰이는데, ‘다치다’ 한 마디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보기글에서는 ‘힘들다’나 ‘고달프다’나 ‘고단하다’ 같은 낱말을 넣어 봅니다. 이렇게 해 보면, “서로가 모두 고달프기 마련이다”나 “서로서로 힘들기 마련이다”나 “두 사람 모두 고단하기 마련이다”쯤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ㄴ. 얼굴이 상하다

.. 얼굴이 너무 상한 것 같아 ..  《다니구치 지로/양억관 옮김-열네 살 (1)》(샘터,2004) 25쪽

 “상한 것 같아”는 “상한 듯해”나 “상했구나”나 “상했네”쯤으로 손질해 줍니다.

 ┌ 얼굴이 너무 상한
 │
 │→ 얼굴이 너무 망가진
 │→ 얼굴이 너무 푸석푸석해진
 │→ 얼굴이 너무 여윈
 │→ 얼굴이 너무 홀쭉해진
 └ …

 몸이 안 좋아지면 얼굴부터 티가 납니다. 얼굴이 마른다든지 야윈다든지 홀쭉해진다든지 하면서. 얼굴이 홀쭉해지면 으레 푸석푸석하거나 쭈글쭈글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마디로 하면 ‘망가졌다’고 할까요.

 “얼굴이 말이 아니”라고도 하며, “얼굴에 기운이 없”다고도 하며, “얼굴이 빛을 잃”었다고도 합니다.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운 사람은, “얼굴에 그림자가 지”면서 얼굴이 나빠지곤 합니다.


ㄷ. 엄마 속 상하셔

.. “알았어. 네 자존심 센 거 아니까 그만해. 엄마 속상하셔.” “나도 지금 무지무지하게 속상하거든! 누나가 내 마음 알아?” … “뭐? 왜 이렇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 ..  《노경실-엄마 친구 아들》(어린이작가정신,2008) 33, 37쪽

 “자존심 센 거”는 “자존심 센 줄”로 다듬습니다.

 ┌ 엄마 속상하셔 (x)
 ├ 나도 속상하거든 (x)
 │
 └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 (o)

 ‘속이 傷한다’고 두 차례 말을 하다가, ‘마음이 아프다’고 한 차례 말을 합니다. 가만히 보면, 두 번째 ‘속傷하다’ 다음에 “내 마음 알아?” 하고 말하는데, ‘속’이 ‘마음’을 뜻하고 있음을 헤아린다면, ‘傷하다’란 바로 ‘아프다’나 ‘다치다’를 가리키고 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으랴 싶습니다.

 ┌ 속상(傷)하다 : 화가 나거나 걱정이 되는 따위로 인하여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
 │   - 그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제 그 일이 속상했다 /
 │     지금 몹시 속상하니까 / 속상하여 술을 마셔 댔다 / 가뜩이나 속상해서 있는데
 │
 ├ 그 일이 속상했다 → 그 일이 마음 아팠다
 ├ 몹시 속상하니까 → 몹시 마음이 아프니까
 ├ 속상하여 → 마음이 다쳐서
 └ 속상해서 있는데 → 마음이 아픈데

 ‘속傷하다’는 “속 + 傷하다”입니다. 토박이말 뒤에 외마디 한자말이 붙은 낱말입니다. 이렇게 새 낱말을 짓기도 하는구나 싶어 용하다고 느끼는 한편, 왜 옹글게 토박이말로는 새 낱말을 짓지 못했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우리들은 얼마든지 “속 + 아프다”나 “마음 + 아프다”나 “속 + 다치다”나 “마음 + 다치다”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속아프다 / 속다치다
 └ 마음아프다 / 마음다치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우리 느낌과 생각을 살려서 새로운 낱말을 한껏 지어낼 수 있습니다. ‘속아프다’나 ‘마음아프다’뿐 아니라 ‘속깊다’와 ‘마음깊다’ 같은 낱말을, ‘속쓰리다’와 ‘마음넓다’ 같은 낱말을, ‘속있다(‘속없다’와 맞서는 낱말로)’와 ‘마음없다-마음있다’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속다짐, 마음다짐, 속말, 마음그릇, 속생각, 마음밭과 같은 낱말도 하나둘 지으면서 우리 느낌을 넓힐 수 있고, 우리 생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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