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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뒤에 정몽준, 나와주세요"

울산 용인기업 해고 노동자들이 서울 동작구에 뜬 까닭

등록|2009.01.13 18:47 수정|2009.01.14 09:37

▲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원곤(맨왼쪽)씨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 등 현대미포조선 사태 해결에 실질적 사용자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 현대미포조선 하청회사인 용인기업 노동자 김원곤(51)씨가 입을 열었다.

"해고되기 전 30개월 동안 우리에게 작업물량을 주지 않았다. 하루 임금의 60~70%만 받으면서 일하다 급기야 2003년 1월 31일 거리로 내몰렸다. 순식간에 무능한 가장이 됐고 모은 돈은 몇 개월 만에 사라졌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아들을 군대에 먼저 보냈는데 제대하고 나서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작년 1월 아내와 경제문제로 헤어졌다."

김씨의 삶만이 이런 것은 아니다. 나머지 용인기업 노동자 29명의 삶 역시 피폐하다.

한 노동자의 딸은 부모 대신 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사로 일하다 사고로 전신 3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몇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병원비 2억원은 고스란히 빚이 됐다.

어느 노동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다. 다른 노동자는 괴로움을 술로 달래다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했다.

6년 간의 싸움은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김씨는 끝으로 기자들에게 물었다.

"지금의 사장은 자신이 재직하던 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지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굴뚝 농성에 릴레이 단식까지... 점차 확대되는 현대미포조선 사태 

▲ 현대미포조선 조합원 김순진(37)씨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본부장 직무대행) 이영도(48)씨는 지난 해 12월 24일부터 울산 현대중공업 소각장 굴뚝 꼭대기에서 농성 중이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사태 해결의 책임자로 현대미포조선의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꼽았다.

지난 7월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마저 거부한 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정 의원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의 복직 등을 요구하며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 김순진씨와 전 울산지역 민주노총 간부 이영도씨가 지상 100m 높이의 울산 현대중공업 소각장 굴뚝 위에서 농성을 진행한 지도 22일째다. 울산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울산시청 정문 등 세 곳에서 농성 해결을 위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갔다.

지난 6일 부산고법이 마련한 제3차 심리 전 조정에서 현대미포조선이 내놓은 타협안도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일 의향을 밝혔지만 "이들의 복직이 부당해고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직한 6년 동안에 대해서는 생계비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지난 6년 간 받지 못한 임금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울산 동구 박문옥 구의원은 "대법원의 판결로 현대미포조선이 용인기업 노동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이 수십억원이 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상금 등 책임지는 이가 아무도 없어... 대주주 정몽준 의원이 나서야"

▲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원곤(맨왼쪽)씨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 등 현대미포조선 사태 해결에 실질적 사용자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 김사원(45)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우선 복직 조치를 하자고 주장했을 뿐인데 사측은 이런 주장을 한 노동자에게 사규위반 통지서와 함께 명예훼손 고발까지 하는 등 현장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동안 사규위반 통지, 명예훼손, 부당 징계 등을 통해 현장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회사는 이 사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나 의지가 없다"며 "회사의 뒤에 있는 정몽준 의원이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이동익 조직국장도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박일수 열사 분신사건과 지난 2007년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 등이 해결된 과정 등을 예로 들며 정 의원의 역할을 촉구했다.

"현재 굴뚝 고공 농성자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려는 경찰과 현대중공업 경비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공권력이 자본 앞에서 무력화돼 버렸다. 그런데도 지금의 상황을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미포조선의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가한 현대미포조선 용인기업 노동자들과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현대미포조선 사태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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