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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등록|2009.01.14 10:47 수정|2009.01.14 10:47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누굴 닮다니? 당연히 엄마 닮았지."

"아냐! 언니는 내가 낳았어도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치이, 또 그 소리. 그런 얘기는 유치원 때 많이 들었잖아.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이 나를 얼마나 놀렸어. 이젠 안 속아. 내가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는 족적도 있잖아. 근데 왜 엄만 화가 나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얘길 자꾸 꺼내?"

"정말이니까 그렇지."
"그래, 내가 주워온 아이였어?"

"그렇다니까!"
"……, 그렇다면 우리 엄마를 찾아가야겠네요. 남의 엄마! 눈에 가시 같은 것을 이제까지 키워주느라 고마워요.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좀 더 일찍 우리 엄마를 찾아갔을 텐데  미안하게 되었네요."
"얘가, 얘가 왜 이래?"

아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들고 나온다. 엄마는 화가 나서 농담 삼아 한 얘기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아이 입장에서는 속상하다. 예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으면 울며불며 아니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을 테지만, 요즘 아이들, 댓살만 되어도 그런 말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느 집 딸아이와 엄마가 티격태격하는 소리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

이와 같이 요즘 아이들 사소한 일 하나에도 양보가 없다. 그만큼 부모와 맞서는 일이 많다. 무엇 때문일까? 자녀를 많이 가졌던 예전과는 달리 하나둘만 낳아 기르는 지금 세상, 아이를 너무 애지중지하면 키운 탓이다. 그 어떤 일이라도 오냐오냐하며 부모가 먼저 이해하고 배려했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아쉬울 게 없다.

"언니도 학원 안 가고 빼먹은 날이 있잖아. 그런데 그때 엄마는 어떻게 했는지 알아? 그냥 넘어갔어. 난 분명히 기억해. 그런데 오늘 내가 학원 내팽개치고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 왔다고 이렇게 달달 볶아! 싫어! 싫단 말이에욧!"
"……."

간혹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저는 그다지 명확하지 못한 편입니다. 뜨뜻미지근하다고 할까요? 아무튼 민주형이라기보다 자유방임형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명쾌하지 못하거나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리상태에 혼란이 생긴다고 합니다.

권위형의 부모, 민주형의 부모, 자유방임형의 부모

한창 자라는 아이들, 날마다 하는 짓을 지켜보자면 잘잘못을 가려주고, 꾸짖을 게 한둘 아닙니다. 그러니 하다못해 잔소리만 늘어납니다. 애써 다그치다가 결국에는 매를 들고 맙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때뿐입니다. 아무리 잘못을 일깨워주어도 사사로운 버릇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부모의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그런 게 아니라 언니는 중학생이잖아. 더구나 신중하게 생각해서 행동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거지. 너랑 차별해서 대하는 것은 아니야. 넌 어떠니? 숙제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않잖아. 학원 빼먹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됐어. 미안한 생각이 안 들어?"

아이들의 행동이 어른들처럼 단박에 바로 잡힌다고 바라십니까. 조금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잡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운 행동을 할 때 희망적입니다.

연꽃은 진흙 펄에도 함초롬히 피어나

▲ 부모가 아이에게 확신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늘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영화 <제니, 주노>의 한 장면. ⓒ 컬처캡미디어


아이를 키우는 데는 어른의 잣대가 그렇게 필요치 않습니다. 논밭에 알곡들만 골라 심으면 좋을 것 같지만 잡초랑 어울려야 튼튼하게 자랍니다. 꽃밭에도 아름다운 꽃만 있으면 화려할 것 같으나 잡초도 있어야 꽃향기가 한층 더 두드러집니다.

잡초는 아무렇게나 대접을 받아도 잘 자랍니다. 아이들은 잡초처럼 키워야합니다. 손이 많이 간다고 좋은 아이로 자라지 않습니다. 연꽃은 진흙 펄에도 함초롬히 피어나는 법입니다.

"엄마 얘기를 듣고 보니 제가 잘못한 것 같네요. 어제 학원 빼먹은 것은 미안해요. 미리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엄마도 잘못이 있어요. 내가 조금만 잘못을 해도 그 이유를 들어보지도 않고 너무 막무가내로 꾸짖기부터 하세요. 다음부터는 먼저 제 이야기를 듣고 다그쳐주세요."

부모가 아이에게 확신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늘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애매한 태도를 갖지 말아야합니다. 분명하게 꾸짖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용서하는 것도 아니며, 늘 잔소리만 거듭하는 부모의 태도에 영향을 받은 아이는 불만이 커집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언제나 다그침을 받고, 구박받으며, 위협을 받은 아이는 부모를 무서워하며 불안해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러한 일들은 아이에게 불건강한 요소를 갖게 할 뿐이며, 아무런 득도 없습니다.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아무리 자식을 사랑한다고, 예쁘다고 닦달한다지만 부모의 미지근한 태도 이면에는 아이에 대한 구박이 따릅니다. 대리만족하려는 욕심이 묻어있습니다. 자녀의 잘못에 대한 명쾌한 결단을 보이지 못한 데서 오는 부모의 초조함은 결국 아이들한테는 참아내기 힘든 구박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부모가 분별해서 벌을 주는 명쾌한 태도만이 솔직한 아이로,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행동이 느긋한 아이로 자라게 합니다. 그늘지지 않는 자녀를 만듭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 가시에 찔러 피가 나면서까지 품어 안습니다. 부모라면 그런 사랑을 베푸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사사로운 정을 떠나 아이를 맹목적으로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녀도 부모의 따끔한 훈육에 애정을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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