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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짜깁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명박 정권

“미네르바 처벌은 검찰의 몫이 아니라 국민여론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등록|2009.01.14 14:14 수정|2009.01.14 16:02
2008년 현대건설 신화의 살아있는 전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이란 기치를 내걸고 당당히 국민들 앞에 섰다. 당시 국내 경제는 제2의 IMF를 방불케 할 만큼 위기 속에 빠져 있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40%대를 넘는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조차 찾지 못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은 극에 다다랐으며, 더 이상 허상뿐인 경제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았고, 신뢰할 수도 없었다.

이 같은 사회현상에 맞물려 경제난국을 타개할 대안에 목말라 하던 국민들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다.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하루에도 수 만개씩이나 쏟아지는 것이 인터넷이지만 국민들은 기대를 저버린 허상뿐인 ‘경제대통령’보단 미네르바를 더 신뢰했고, 결국 ‘경제대통령’이라는 권좌는 자연스레 미네르바에게로 돌아갔다.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을 대거 팔고 나가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나돌자 경제파탄의 심각성을 정확히 진단했다.

미네르바는 당시 정부의 대응이 ‘채권시장 안정’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최소 6개월 내로 한국 산업 경제 전반이 박살난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했고, 그리고 불과 1주일 만에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몰려왔다.

반면 정부는 “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며 진화에 나서는데 급급했다. 여기다 한술 더 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경제 체력이 과거 외환위기 때와 다르기 때문에 경제가 파탄 나는 일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불감증은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 추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리먼 브라더스의 실적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금융시장에선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묵인 아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결국 인수를 포기하긴 했지만 미네르바가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인수를 강력 반대한 것에 견주면 정부와 산업은행의 상황 판단은 뒤떨어지는 것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미네르바의 분석과 예측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탄복하게 할 정도였다.

물론 물가급등 등 빗나간 예측도 적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였고, 미네르바에게 우리 경제의 진로를 물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부양, 감세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을 가하며 대안을 제시한 것도 ‘미네르바 신드롬’을 불러온 요인이다. 때문에 미네르바 신드롬은 신뢰받지 못한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낸 산물이면 자연스런 사회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는 현재 전기통신기본법(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의 경제 진단은 타인의 글들을 수집해 짜깁기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미네르바 신드롬에 금을 그었고, 그에 대한 학력까지 들춰내며 애써 폄훼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처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단지 학벌에만 의존한다면 최고학벌의 소유자들이 득실대는 이명박 정권은 단연 경제 분야에서는 전문가 중에 최고라고 손꼽을 만 하다. 그렇다면 최고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낸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과 그에 대한 대처는 적절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대 출신의 미네르바가 단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경제위기 상황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그 흔한 인터넷 검색조차 할 수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미네르바가 짜깁기 수준의 글들로 우리경제의 해법을 제시했다면, 짜깁기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게 이명박 정권의 현 주소가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미네르바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타인의 글들을 인용해 짜깁기를 했던, 그의 학벌이 전문대 출신이던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댓글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그에 대한 구속 수사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이다.

이명박 정권이 미네르바를 처벌한 허위사실유포죄와 같은 구성요건은 선진국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서도 이를 폐지하는 게 현 추세다. 이 같은 범죄(?)가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비판과 토론의 자유 속에서 형성된 국민여론을 통해서 해소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미네르바도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의 글들이 국민들과의 공감을 통해 자연스레 여론을 형성해 나간 것처럼 그에 대한 처벌 역시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 대다수의 상식이 미네르바에 대한 처벌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밀어붙이기식의 처벌은 곤란하다. 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다스리는 또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이 국민들의 상식을 뛰어 넘어선다면 이미 그 법은 국민들이 다스리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들을 다스리는 또 하나의 권력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의 상식을 거스른 법은 이미 악법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구태한 주장은 이미 고대의 지나간 산물이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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