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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팔레스타인, '인권'은 그때그때 달라요

대한민국, 12일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

등록|2009.01.14 21:15 수정|2009.01.14 21:32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경계를넘어, 나눔문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75개 단체 회원들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중단 촉구 긴급행동' 집회를 열었다. ⓒ 권우성



유엔 인권이사회는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군사공격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집트와 파키스탄·쿠바가 공동 발의한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 투표에 참여한 대한민국 정부는 기권했다.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는 기권했던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공동제안국로 참여하여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정부는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이므로 여타 사안과 분리해 인권 문제 그 자체로 다뤄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분명 인권 보편성 기준으로 보면 인권국가가 아니다. 일인 독재 정권이며, 인민들의 자유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악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인권 보편성을 기준으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나선 것과 찬성한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는 모두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면 이번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도 같은 기준으로 찬성 또는 반대, 기권을 해야 한다.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인권 보편성

이스라엘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지켰는가?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을 발의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민과 어린이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 150여명을 한 집에 들여보낸 후 폭격하여 30여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민간인 학살이다. 팔레스타인 침공 이후 9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이 죽었고, 그 중 어린이는 200명이 넘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언론인 모함마드 아부다가는 12일(현지시각)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포탄을 퍼붓고 있다"며 "어디서 언제 뭐가 날아들지 모르고, 언제라도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외벽 가까이에 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지켰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과 이스라엘 대해 각각 다른 잣대를 댔다. 인권 보편성이 나라마다 달리 적용될 수 있는가?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인권 보편성이 어디 있는가?

세계인권선언문은 뭐하러 채택했나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2009년 1월 13일 새벽 가자 시티 도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중 화염과 연기가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 AP=연합뉴스



제2차 대전 후 인간은 '전쟁'이 얼마나 인권을 말살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제정했다.

최근에 일어났던 전쟁(2차 세계대전) 에서처럼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았던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던가를 기억해 보라. 인류의 양심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야만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오늘날 보통사람들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제 제발 모든 인간이 언론의 자유, 신념의 자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갈구하는 것이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게 되었다. - 세계인권선언문 일부

인권을 짓밟는 만행을 끝내기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는 다짐했다. 그 다짐을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 담았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속한 나라 또는 영토가 독립국이든, 신탁통치지역이든, 비자치지역이든, 또는 그 외 어떤 주권상의 제약을 받고 있는 지역이든 상관없이, 그곳의 정치적 지위나 사법관할권 상의 지위나 국제적 지위를 근거로, 어느 곳에 사는 주민은 지위가 높고, 다른 곳에 사는 주민은 지위가 낮다는 식으로 구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 세계인권선언 제2조

혹여 독립국이 아니라고 해서 사람답게 사는 걸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금 팔레스타인 인민에게 무차별 폭격을 자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자치국가다. 완전한 독립국가는 아니지만, 자신들 손으로 정부와 의회를 구성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인민들이 뽑은 합법 정부다. 팔레스타인 인민이 뽑은 합법 정부를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러집단'으로 매도했다.

'인권, 인권'하 던 그 많은 나라들은 다 어디로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무자비한 테러이고,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은 정당방위인가? 대한민국 정부 생각이 궁금하다. 대한민국과 함께 기권한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이태리, 일본, 네덜란드·스위스·영국 등 13개 나라다. '인권'을 입에 달고 다니는 나라들이 민간인 학살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른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는 기권했다. 이들 나라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솔직해지자. "인류 보편성"이란 말은 하지 말고, 국익에 따라 인권도 달리 적용된다고. 우리 정부도 솔직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과 함께 인권결의안에 포함되었던 이란에 대해 표결할 땐 기권했다. 그 이유를 정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의 경우 인권 상황이 지난해보다 일부 개선됐다는 점과 이해관계, 특히 석유를 고려해 기권했다(한겨레 <정부, 유엔 인권결의때 북한엔 '찬성' 이란엔 '기권'> 2008. 12. 5)."

앞으로 이렇게 하자,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국익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 더 솔직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 인권은 분명 인류 보편적 가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 기권한 대한민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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