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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마이뉴스 들어오니

등록|2009.01.15 09:27 수정|2009.01.15 09:29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를 배운다. 이제 2단계이다. 멕시칸-아메리칸인 산체스 선생님은 참 유쾌하다. 여자 친구가 있으며(보통 사생활이라고 해서 이런 거 잘 말 안 하는데 산체스 선생님은 좀 달랐다.) , ESL을 공부한 좋은 선생님이다. 내가 36이라고 했더니 무지무지 놀라는 표정으로 전혀 36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내 눈가에 주름 하나 늘었다. 웃느라고.

수업 시간 주어진 연습 문장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1. describe your perfect man.(이상형을 묘사하세요.)
나는 키가 크고 새치가 많고 눈이 작은 내 남편이라고 썼다.

2. who do you think is the most beautiful person alive today?(살아있는 인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자기 생각이 있고 잘 생겼으며, 특히 눈과 입술이 아름다운 이준기라고 썼다.

3. have you ever met someone you really admire?(당신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요?)
나는 남편과 나를 만나게 해 준 노무현이라고 썼다.

같이 영어를 공부하는 옆 자리 학생이 노무현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잘 모른다, 잘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난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있길래 '노무현'이라고 대답했다.


대통령에 있을 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전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지금 상황이 그만큼 나빠졌고, 답답하고 희망을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친소 반대 촛불 집회 때 남편은 두 번 서울에 다녀왔다. 100일 기념 촛불 집회와 610촛불 집회 때였다. 우리 아파트 문에는 '우리집은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으며 같은 글의 프랑카드가 창문에 걸려 있다. 차에도 붙어 있다. 이런 소극적인 불만 토로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답답증이 있는데 어쩌라고.

내 차에 붙은 스티커를 보더니 동료 강사가 말한다. "이런 거 붙이고 다니다가 잡혀 가면 어쩌려고 그래요?" 우스운 일이다.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황으로 보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겠다.

인터넷에서 자기 표현을 한, 한 사람때문에 국가 신인도가 이리 올라 가고 내려 갈 수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럼 국가 신인도 높이려고 굳이 정부가 나서서 노력하지 않아도 그 한 사람 잘 구슬려서 좋은 글 쓰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14년, 15년 동안 허가가 나지 않던 것도 그렇게 단박에 허가가 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 지금까지 허가를 안 한 이전 대통령들은 다 뜨뜻미지근한 사람들이었던 것인가?

오랜만에 내 입에서 '노무현'을 언급한 날. 그래서 오랜만에 난 오마이뉴스에 들어왔다. 정말 오랜만이다. 역시 세상은 참 마음에 안 들게 돌아가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에서 그것을 더 많이, 자세히 알 수 있다.

다른 곳에선 읽을 수 없는 글, 그래서 내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글. 이래서 내가 오마이뉴스를 안 들어오고 싶은 거다. 도무지 맑은 기분을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난 제2롯데 머 하는 그게 허가가 난 것도 어제 오마이뉴스에 들어와서 알았다. 공중파 방송은 끊은지가 좀 돼서.

답답하고, 가슴 칠 일 많아도, 그래서 짜증 나고 화가 나도 앞으론 자주 들어와야겠다. 모르는 체 그냥 지나치다간 더 아프게 뒤통수 맞을 일 생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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