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버티더니 롯데 신청은 덜컥 받아줘?"
[초점- 제2롯데월드④] '제2 롯데월드'에 울컥한 성남 민심... "차라리 서울공항 폐쇄하라"
2 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제2 롯데월드는 지난 94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 구상으로 추진됐으나, 국방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 인사들도 나서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 사업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의견과 취재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말>
▲ 경기도 성남 '구시가지의 중심' 태평동 사거리 일대에는 제2 롯데월드와의 형평성을 들어 서울공항 폐쇄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 손병관
"바로 이웃에 있는 분당 신도시의 인구밀도가 1ha당 200명을 안 넘는데, 우리는 그 7배에 달한다. 이 모든 게 서울공항 때문인데 분통이 안 터지겠냐? 그 동안 국회의원·시장 출마한 사람들이 아무리 힘써도 안 되는 게 '고도제한 완화'였는데, 롯데가 신청하니 덜컥 받아주기나 하고…."
14일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김문순씨는 제2 롯데월드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공항, 여의도에 계속 있었다면 지역발전 없었다"
단국대 최종연 교수(행정학)에 따르면, 원래 서울 여의도에 있던 서울공항은 서울의 도시발전에 저해되고 유사시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큰 위험요소가 된다는 이유로 1972년 지금의 성남으로 이전했다.
그 무렵 서울 청계천과 용산 등에 있던 무허가 판자촌들이 철거되고 이곳에 살던 이들이 광주대단지(지금의 성남)로 강제 이주됐는데 이곳 수정구·중원구 주민들은 73년부터 고도 제한에 묶여 재개발·재건축에 큰 불이익을 겪어왔다.
2002년 8월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으로 고도 제한이 지표면 12m에서 45m로 상향조정됐지만, 아직도 지상 16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는 것은 불가하다. 최 교수는 "만약 공군이 여의도에 아직까지 공항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서울의 맨해튼' 여의도는 물론이고 영등포·마포의 발전된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성남시는 "국가안보 때문에 고도제한을 완화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작년 11월 성남시청 앞 '고도제한 철폐' 궐기대회에 참석했던 박성태(요식업자)씨는 "서울공항에 근무하는 장교들에게 사정을 하소연했더니 '전시 상황에는 전국의 전투기들이 전부 이곳에 모일 텐데, 근처의 고층건물을 다 때려 부수고 작전을 시작해도 되겠느냐'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그런데 국방부가 군말 없이 100층 넘는 롯데월드를 허용하는 걸 보니 그런 말이 다 거짓이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이 나온 후 '구시가지의 중심' 태평동 사거리 일대에는 "롯데에 특혜를 준 중앙정부 각성하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성남시재건축·재개발연합회는 12일부터 서울공항 앞에서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롯데월드 대신 성남 재개발한다"
그러나 성남시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제2 롯데월드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층건물과 군사기지가 양립할 수 없다면 이번 기회에 기지를 아예 옮겨서 성남의 숨통을 틔워주길 바라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오정래(PC방 경영)씨는 "고층건물 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하지만 내가 대통령이라면 롯데월드 대신 성남 재개발을 택하겠다. 194m 이하로만 지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도 성남 시민들의 숙원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힘이 크게 실리지는 않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성남시민들의 요구를 안 받아주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어느 한 부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형평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기본이 아닌가"라고 말했고, 4선의 남경필 의원도 "국방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도심공항을 이전해나가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워낙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들이고 군사시설이라는 것이 1/10000이라도 방해 되는 요소들은 상당히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며 신중론을 고수했다.
임 의장은 개발 제한에 묶인 수정·중원구에 인접한 분당구 출신 의원인데, 이 때문에 그의 발언에 더욱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변선옥씨는 "녹지공원·종합병원처럼 좋은 시설들은 분당에 전부 몰려있고, 하수처리장·소각장 같은 혐오시설들은 구시가지가 떠안고 있다"며 "여당 의원이 이웃주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외면해서야 되겠냐"고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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