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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선보인 신명나는 연극 세상

장애인 연인이 펼치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 보러 와요

등록|2009.01.15 17:10 수정|2009.01.15 17:10
현정이는 고등학생 때 바다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척수에 이상이 생겨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성격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어요. 워낙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건강한 여성이었거든요.

그녀의 남친 황희는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서 청력을 잃었어요. 청력을 잃어가면서 발음도 이상해지는, 언어장애로 자신감마저 상실하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죠.

청각, 언어 장애로 외계인처럼 살아야 하는 황희와 다른 사람 도움이 없이는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방콕녀(방에만 콕! 처박혀 있는 여자) 현정이. 둘은 직업훈련학교에서 만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극단 신명나게뮤지컬 '현정아 사랑해'를 만든 극단 신명나게 사람들 ⓒ 고영준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 등장인물 이야기다. "장애인이에요! 장애인이 뭐가 다른데요. 사랑한다고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주고받는 다구요." 연극 후반부에 자신을 움츠리게 만드는 사회적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황희가 외치는 대사다. 편견과 불편의 벽에 맞서 꿋꿋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아름답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운 연극이다. 그리고 현정과 황희의 사랑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이 작품을 만든 극단 '신명나게'는 끼 넘치는 인수동 주민들 중심으로 결성했다. 극단 아리랑이라는 곳에서 5년 정도 작가, 연출을 해온 유영길 대표가 뜻 맞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극단을 만들었다.

2005년 2월 이들과 시간을 쪼개고 쪼개 연습을 하고, ‘오빠가 돌아왔다’ 공연을 처음으로 올렸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세를 몰아 그해 9월 ‘현정아 사랑해!’ 씨앗공연을 올렸고, 올해로 4번째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유 대표가 장애인들이 보는 잡지에 실린 생활수기를 극본으로 재구성하였고, 배우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신명나는 세상'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현정아 사랑해뮤지컬 '현정아 사랑해' ⓒ 고영준






신명나게(http://hj-hh.cyworld.com)는 관객과 달마다 클럽데이(매월 넷째주 토요일)라는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식사도 하면서 친분을 쌓는 자리다. 멀게만 느껴지는 배우들과도 편안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더 설렌다고 한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현장감(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묘미)이 있다.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연극을 많이 찾지만, 일반적으로 연극을 보는데 드는 비용이 영화보다 비싸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극단 <신명나게>는 이런 분들을 위해 신명나'계'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천 원을 내면 계원이 되어 원하는 날에 저렴하게 공연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마을신문 www.welife.org 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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