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다시 두드려 봐... 나, 개펄이라니까!
[5천살 먹은 개펄이 보내온 편지] 논으로 쓸 때보다 100배나 더 이익이라고요
▲ 개펄 모습진봉반도 거전마을 모습 ⓒ 한국관광공사
안녕하세요? 나는 5천 살 먹은 '개펄'이랍니다. 지구별에서도 이제 꽤나 나이 먹은 축에 들어가네요.
나는 동식물이 자라는 마당이자, 사람이 더럽혀 놓은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일을 하지요. 사람들이 몰려와서 종일 콩콩 뛰며, 휘젓고 놀아도 하루만 지나면 멀쩡하답니다. 사람들과 함께 한 날들이 아득하게 쌓였는데, 이제 사람들은 내가 성에 차지 않나 봐요. 나를 메워 농사도 짓고 공장 터로도 쓴다는군요.
사람들이 마련한 계획대로 된다면 약 25년 정도 지나면 집안 대가 끊길 것 같아요. 가까운 벗들 가운데 천수만이니 군산 장항만, 아산만 같은 이들이 벌써 명을 다했지요. 5천년 동안 이어온 대가 불과 30년이 채 안되어 끊긴다니 조상님들께 죄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펄, 경제+생태+환경+문화 가치 합치면 3919만원
▲ 개펄하전마을 개펄 모습 ⓒ 한국관광공사
영국이란 나라에서 우리 몸값을 한 번 매겨본 모양입니다. 가로 세로 100m씩 금을 그어(1ha) 계산을 해보니 개펄일 때 9900달러, 논으로 쓰면 92달러 정도 값어치가 된다는군요.
개펄이 많은 한국에서도 계산을 해본 모양인데, 경제적 가치에다 생태, 환경, 문화 가치를 두루 합쳐 3919만원 정도 되나 봐요. 낱낱이 뜯어보니 동식물 보존에 1026만원, 동식물에게 살 곳을 제공하는 값 904만원, 물을 깨끗이 거르는 값 444만원(인구 10만 명 도시의 하수처리 능력), 여가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174만원 쳐주네요. 아, 재해를 막는데도 공이 크다며 173만원 얹어줍디다.
사람들이 동물 가운데 셈에 가장 밝다고 들었는데, 논으로 쓸 때보다 값이 100배나 더 나가는 우리를 자꾸 값싼 논으로 만드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과는 5천 년을 도와가며 함께 살아왔는데, 먹을거리 조금 얻자고 매몰차게 파묻어버리니 섭섭하네요. 놀러왔다가 눌러앉은 온갖 새들과 물고기들은 또 무슨 잘못입니까. 사람들 속담처럼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꼴"인가요?
묻기 전에 계산기 한 번만 더 두드려 보세요. "거~참, 이대로 놔두면 남는 장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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