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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48)

― ‘노동자들로부터의 연대 의사’, ‘일본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도입’ 다듬기

등록|2009.01.15 19:40 수정|2009.01.15 19:40
ㄱ. 노동자들로부터의 연대 의사

.. 이것은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다른 회사 노동자들로부터의 연대 의사를 접하는 경우 ..  《강수돌-노동의 희망》(이후,2001) 217쪽

 “연대(連帶) 의사(意思)”는 “함께하자는 뜻”으로 풀어씁니다. “접(接)하는 경우(境遇)”는 “듣는 때”나 “들었을 때”로 다듬습니다.

 ┌ 다른 노동자들로부터의 연대 의사를 접하다
 │
 │(1)→ 다른 노동자들한테 연대 의사를 듣다
 │(2)→ 다른 노동자들한테 함께하자는 뜻을 듣다
 │(3)→ 다른 노동자들이 함께하자고 하다
 └ …

 움직씨를 써야 할 자리에 흔히 끼어드는 ‘-의’입니다. 이 ‘-의’는 다른 토씨에 붙어서 알맞는 말흐름을 어지럽히곤 하는데, 요새는 꽤 많은 지식인들이 이런 줄 못 느낍니다. 그래서 ‘-으로부터 + -의’ 꼴도 나타나요. 어쩌면 이렇게 ‘-의’를 다른 토씨에 붙여서 쓰면서 자기 나름대로 깊고 너른 뜻을 담아낸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습니다.

ㄴ. 일본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도입

.. 일본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도입으로 세워진 기업이지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약진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  《이진희/이규수 옮김-해협, 한 재일 사학자의 반평생》(삼인,2003) 278쪽

 ‘자본(資本)’은 ‘돈’으로 고쳐쓰고, ‘도입(導入)으로’는 ‘들여와서’나 ‘받아들여’로 고쳐씁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은 “한강의 기적이라 하는”이나 “한강에서 일으킨 기적이라 하는”으로 다듬습니다. “한국의 약진(躍進)한 모습”은 “한국이 약진한 모습”이나 “한국이 새로워진 모습”이나 “한국이 거듭난 모습”으로 손보고, “보이기 위(爲)해서일 것이다”는 “보이고 싶기 때문이리라”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리라”로 손봅니다.

 ┌ 일본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도입으로
 │
 │→ 일본에서 돈과 기술을 들여와
 │→ 일본에서 돈과 기술을 받아들여
 │→ 일본에서 돈과 기술을 받아서
 │→ 일본에서 돈과 기술을 끌어와
 └ …

 우리 힘만으로는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일본이든 미국이든 또는 다른 나라한테든 손을 벌리며 살아온 우리들입니다. 돈도 들여오고 기술도 받아오고 사람도 데려오고 기계도 얻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늘 주고받는 말과 글마저 끌어오는 데다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붙잡을 얼과 넋까지 모셔 왔습니다.

 ┌ 일본에서 들여온 돈과 기술로
 ├ 일본에서 가져온 돈과 기술로
 ├ 일본에서 끌어온 돈과 기술로
 └ …

 우리 말이 모자라다면 나라밖 말을 들여올 노릇입니다. 우리 말이 엉성하니까 나라밖 말로 빈구석을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 말이 엉망진창이기에 나라밖 말로 덧바르겠지요. 우리 말은 덜 떨어진다고 느끼니 나라밖 말로 곱게 꾸미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 말로만 그칠는지요. 나라밖에서 들여온 말이 낱말 하나로만 그치는 법이 있는지요. 나라밖 사람들이 우리한테 거저로 돈을 내어주겠습니까. 나라밖 사람이 이 나라까지 찾아와서 우리를 도우면서 아무런 보람도 안 얻으려고 할는지요.

 나라밖 말이 들어오는 만큼 나라안 말이 주눅이 듭니다. 나라밖 돈이 들어오는 만큼 나라안 돈은 값어치가 떨어집니다. 나라밖 사람이 들어오는 만큼 나라안 사람은 푸대접을 받거나 뒷전이 됩니다.

 ┌ 일본 돈과 기술로
 ├ 일본 돈과 일본 기술로
 ├ 일본사람 돈과 기술로
 └ …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는 일이란 돈이란 사람이란 물건이란 없습니다. 아무리 겉보기에 번듯할지라도, 그만큼 우리 속살을 내놓아야 합니다. 아니, 겉치레를 하느라 들어간 돈이나 품값보다 더 크게 속살을 발라내야 합니다.

 낱말 한 마디 그냥저냥 쓰이는 일이란 없습니다.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한자말 한 마디가 우리 삶 구석구석까지 한자 문화를 심어 놓습니다. 영어 한 마디가 우리 터전 곳곳에 영어권 문화를 박아 놓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못 보게 하고, 우리 힘으로 우리 터전을 못 일구게 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길을 못 걷게 하며, 우리 힘으로 우리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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