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시하라 망언이 현재진행형인 이유

등록|2009.01.16 08:41 수정|2009.01.16 08:41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 도쿄 도지사가 지난 13일 “북한이 중국에 통합되는 것이 최선이고, 한국이 반대할지라도 결국은 자신에게 이익”이라 했다. 이시하라 망언이 드러나자 우리 정치권은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시하라 동경지사의 시궁창 망언에 대해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세계 일류 국가에 속하면서 외교적, 국제정치적으로는 이류, 삼류 국가 취급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무지한 정치인이 지도급 정치인이 되기" 때문이라 했다.

'시궁창 망언'과 '삼류국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이시하라는 시궁창 망언을 사과할 가능성은 낮고, 망언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시궁창 발언은 이시하라보다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지난 14일 일본 <요미우리> 보도 내용을 인용하여 2011년도 한국의 위성발사 사업자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선정되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쪽이 애초는 러시아의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사업자를)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의 일본 중시 배경에 대해 “2008년도 3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역대 최대 대일무역 역조 축소에 대한 협조 기대, 세계적인 금융위기 타격으로부터 탈피를 위해 일본과의 경제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정부, 역사 망각” 피해자들 강력 반발> 2008. 1.14)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한일 경제협력이 아무리 중요해도 미쓰비시 중공업이 과거 어떤 일을 자행했는지 알았다면 정부가 미쓰비시 중공업을 아리랑 3호 위성발사 사업자로 선정할 수 없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1944년부터 나고야 항공제작소에 12~15살의 조선 소녀 300여명을 조선인근로정신대의 이름으로 강제동원 노력시키면서 임금과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기업이다. 알았는데도 선정했다면 더 할 말이 없다.

무역역조를 축소하고,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일 신시대 모델 중 하나가 조선 소녀 300여명의 임금과 노동력, 먹을거리까지 착취한 미쓰비스 중공업에게 준 선물이다.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 독도도 언급 하지 않았던 이번 한일정상회담이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통하여 배를 불린 일본 최대군수업체다. 미쓰비스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배를 불릴 때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유린당했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그들의 총알받이가 되었다.

조선 딸과 아들의 피를 빨아 먹은 전범기업에게 죄값은 요구하지 않고, 아리랑 3호 발사 용역업체 자격을 주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시하라 시궁창 발언이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범 기업에게 경제 살린다는 이유로 은혜를 스스로 베풀고 있는데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가 손해볼 것 전혀 없는 '망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시하라는 1999년 도쿄도 지사 당선, 2003년 308만표라는 가장 높은 득표울로 재선되었다. 손해볼 일 없는 사람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이시하라의 시궁창 발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미쓰비시 중공업 같은 전범 기업에 아리랑 3호 발사 사업자 선정을 한 이명박 정부를 먼저 비판해야 한다. 비판뿐만 아니라 재선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전범기업에 우리 위성 발사를 맡기는 정부가 무슨 낯으로 이시하라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탄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한나라당은 이시하라에게 '논평할 가치도 없는 시궁창 발언'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먼저 반성해야 한다.

이시하라 망언을 끝내는 유일한 길은 비난 성명이 아니라, 미쓰비시 중공업 같은 전범기업에 우리 위성 발사를 안 맡기는 일이다. 안 그러면 이시하라 시궁창 발언은 현재진행형에서 멈추지 않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