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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디언자치구는 야간집회 금지지역"

[현장] 헌법 학자들 "야간옥외집회 금지는 헌법 21조 위반"

등록|2009.01.16 21:45 수정|2009.01.16 21:45

▲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처리 시도에 반발해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 유성호


일출 전 또는 일몰 후 옥외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서강대법학연구소·민주주의법학연구회·법과사회이론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헌법학자들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는 사실상 사전허가제"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전허가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헌법 2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를 한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는 "집시법 규제대상 시간이 일몰 후의 모든 시간대로서 현대인의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넓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핵심적인 기본적 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또 사전신고제, 장소제한 제도, 확성기를 포함한 집회수단 규제를 통해 집회의 자유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인 시간기준을 들어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도 최소침해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야간집회 금지 규정은 허가제의 일종, 과잉금지 원칙 위반"

김 교수는 이어 "매우 오랜 시간을 집회금지 시간으로 정하고 예외적으로 경찰관서장의 재량에 따라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허가제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며 "야간집회금지가 집회의 시간 및 장소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라 집회여부에 대한 허가제로 볼 수 없다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간집회 금지규정은 상당수의 집회를 불법집회로 낙인찍음으로써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공허한 자유로 만들고 경찰권과 집회자의 불필요한 마찰을 촉진하는 악법"이라며 "하루 빨리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검찰이 야간집회 금지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외국 사례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독일·프랑스·영국·일본·미국 등은 우리나라와 같이 야간집회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경국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헌법과 마찬가지로 독일 헌법 제8조 1항은 평화적 집회는 허가없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장소, 시간, 방법과 내용을 선택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고 독일 집회법에는 우리의 현행 집시법 10조와 같은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없다"고 소개했다.

남 연구원은 "다만 집회 장소와 관련해 연방의회나 연방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집회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이 법률에 대해서 끊임없이 위헌론이 제기됐다"며 "결국 1999년 연방의회가 법률을 개정해 결국 연방의회 근처 등에서 원칙적으로 집회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의 경우에도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다만 1881년 제정된 집회에 관한 법률 6조는 원칙적으로 23시를 넘어서까지 집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23시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사례를 조사한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집회를 연방차원에서 단일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있다"며 "각 도시나 마을 등이 자치단위의 인구규모, 주거환경, 역사 등에 의해 자치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조례를 통해 집회를 규율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치단위의 조례와 우리의 집시법 직접 비교해서는 안돼"

한 교수는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자치단위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디언 자치구(Oglala Sioux Trobe)나 인구가 2000명 정도인 펜실베니아주의 작은 시골 마을들"이라며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자치단위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해봐야 6만4000명인 몬타나주의 미솔라시인데 우리나라의 집시법은 4500만이 모두 적용받는 국가단위의 법률이므로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디트로이트·시카고·포트랜드·시애틀·오틀랜드·오스틴·애틀란타 등의 도시에서는 '시간제한규정'(Time regulation)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스턴과 매디슨 등에서는 시간제한규정이 있더라도 '오후 10시'까지 집회를 허용하므로 사실상 시민들의 생활 양식을 고려해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사례를 발표한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도 "동경도공안조례의 경우 제3조에서 부가조건으로 '야간의 평온 유지에 관한 사항'이 있으나 이는 허가를 전제한 것"이라며 "야간의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되 그 평온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조건으로 부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따라서 일본에서는 야간이라는 이유로는 집회와 시위를 전혀 금지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야간집회 전면 허용을 전제로 평온 유지를 위한 조건부'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종철 교수는 "영국은 전통적으로 사유재산권과 공동질서에 대한 강한 보호를 위해 보통법상 집회 및 시위 규제를 허용하고 경찰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해 왔지만 야간옥외 집회를 법령상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촛불 처벌에 동원된 집시법, 또다시 위헌 심판대에

현행 집시법은 1994년 이미 한차례 위헌 심판이 청구되기도 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벌칙을 규정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야간에도 옥내 집회가 가능하고 일률적 금지가 아니라 문화행사 등에 대해서는 제한을 붙여 허가해주고 있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집시법의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으로 처벌받으면서 위헌 논란이 다시 뜨겁게 일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제7단독(판사 박재영)이 야간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 심판을 제청함으로써 14년 만에 다시 위헌 심판대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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