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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쓴 겹말 손질 (51) 편리하고 쉽게

[우리 말에 마음쓰기 526] ‘한꺼번에’와 ‘병행’

등록|2009.01.17 11:36 수정|2009.01.17 11:36

ㄱ. 한꺼번에 병행하고 있는

.. 수산과 축산 그리고 농업까지, 한 논에서 한꺼번에 병행하고 있는걸요 ..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157쪽

 ‘수산(水産)’과 ‘축산(畜産)’이라는 말을 쓸 수 있으나, ‘고기잡이’와 ‘(집)짐승기르기’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 병행(竝行)
 │  (1) 둘 이상의 사물이 나란히 감
 │  (2) 둘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행함
 │   - 투약과 식이 요법의 병행 / 생활 환경 정비와 소득 증대 사업을 병행 실시
 │
 ├ 한꺼번에 병행하고 있는걸요
 │→ 한꺼번에 하고 있는걸요
 │→ 한꺼번에 하고 있어요
 └ …

 사람들 말씀씀이를 헤아리다 보면, 또 국어사전을 뒤적여 낱말뜻과 보기글을 살피다 보면, 국어학자들뿐 아니라 한문을 잘한다는 분한테 여러 가지를 여쭙고프곤 합니다. ‘병행’이 무슨 뜻인가 하고. 그런 다음, “한꺼번에 병행하다”라는 말이 얼마나 알맞느냐고.

 ┌ 투약과 식이 요법의 병행
 └→ 약 먹으면서 밥 가려먹기

 우리들은 우리 말을 얼마나 알맞게 하면서 살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들은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면서 살고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늘 말을 하지만 말다운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한국말로 한국사람과 만나고 있다고 하나 참 한국말이라 할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생활 환경 정비와 소득 증대 사업을 병행 실시
 └→ 삶터도 가꾸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우리 마음과 몸을 알뜰히 보살피며 돌보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일까요. 우리 생각을 가꾸며 우리 얼과 넋을 갈고닦는 우리들일까요. 우리 삶터와 우리 이웃을 찬찬히 헤아리며 고이 보듬으려고 하는 우리들일까요.

 아니면, 대충대충 살아가는 우리들일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이웃들 삶을 조금도 살피지 못하는 우리들은 아닌가요. 세계화라는 이름을 앞세워 영어 배우기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애써 배운 영어에 어떤 우리 말과 우리 얼과 우리 삶을 담아 나타낼는지는 하나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가요.


ㄴ. 편리하고 쉽게

.. 그래서 오늘의 문명인들은 편리하고 쉽게 살아가는 길과 어렵고 공손하게 살아가는 길의 두 갈래 길 속에서 ..  《신동엽-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1988) 160쪽

 ‘오늘의’는 ‘오늘날’로 다듬습니다. ‘공손(恭遜)하게’는 ‘얌전하게’나 ‘다소곳하게’나 ‘바르게’로 손질합니다. “살아가는 길의 두 갈래 길 속에서”는 “살아가는 두 갈래 길에서”로 고쳐 봅니다.

 ┌ 편리(便利) :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쉬움
 │   - 편리를 보아주다 / 기계 문명은 생활에 편리를 제공했다 /
 │     운반에 편리하다 / 휴대에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처리하는
 │
 ├ 편리하고 쉽게 살아가는 길
 │→ 가볍고 쉽게 살아가는 길
 │→ 쉽게 살아가는 길
 │→ 쉽고 버릇없이 살아가는 길
 └ …

 글짜임새를 살피면, 뒤쪽에 “어렵고 공손하게”가 보입니다. 앞쪽은 “편리하고 쉽게”입니다. ‘편리’가 ‘쉬움’을 뜻하는 한자말임을 헤아린다면, 앞쪽은 겹말이고, 뒤쪽은 두 가지 뜻을 말하는 셈입니다. 겹말 손질만 하겠다면 “쉽게 살아가는 길”로 다듬으면 되지만, 앞뒤가 잘 어울리도록 하자면 “쉽고 버릇없이”나 “쉬우면서 대충대충”이나 “쉬우면서 아무렇게나”를 넣어 줍니다. “쉽게 함부로”로 다듬거나 “쉽게 마구잡이로나”로 다듬어도 어울리고, “쉽게 멋대로”나 “쉽게 제멋대로”로 다듬어도 괜찮습니다.

 ┌ 쉽다 ↔ 어렵다
 └ 버릇없다 / 버르장머리없다 / 아무렇게나 / 함부로 ↔ 얌전하다 / 다소곳하다

 국어사전에 실린 ‘편리’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운반에 편리하다”라면 “나르기 수월하다”로 다듬고, “휴대에 편리하도록”은 “갖고 다니기 좋도록”으로 다듬으며,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는 “자신에게 좋을 대로”로 다듬습니다.

 “생활에 편리를 제공했다”는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다”로 다듬으면 될까요. “편리를 보아주다”는 “좋게 보아주다”로 다듬으면 어떠할는지요. 우리가 겹말 굴레에 빠지지 않으려면 ‘편리’라는 낱말부터 요모조모 살피면서 털어내야 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다 / 살림을 쉽게 꾸릴 수 있게 해 주다
 ├ 가지고 다니기 좋다 / 가뿐히 가지고 다닐 만하다
 ├ 자기한테 좋을 대로 / 자기 멋대로
 ├ 나르기 수월하다 / 나르기 좋다 / 나르기 쉽다
 └ …

 생각하며 살아야 일이고 놀이이고 알차고 아름다이 여밀 수 있습니다. 생각하며 만나야 사람들과 사랑과 믿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생각하면서 한 표 권리를 써야 허튼 정치꾼이 뽑히는 일이 없습니다. 생각하면서 먹을거리를 골라야 우리 몸이 튼튼해지는 한편, 농사꾼과 고기잡이들 살림살이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에 생각을 쏟는다면, 나날이 우리 말 살림을 북돋우게 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쓰는 글 한 줄에 마음을 바친다면, 따로 문학수업을 받지 않아도 우리들 모든 글은 문학과 다름없이 싱싱하고 힘이 있고 멋과 깊이가 담기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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