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나 덴타타", 낯선 여성과의 동침을 금하라
[리뷰] 2008년 선댄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티스>
▲ 티스영화스틸컷 ⓒ (유)마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로맨스 공포호러영화 <티스>가 개봉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여주인공 제스 웨이슬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녀가 보여준 독특한 연기는 분명 이 영화의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티스>는 상상력이 기발한 영화다. 왜 기발한 영화일 수밖에 없냐면 여자 주인공 돈(제니스 웨이슬러)과 같이 자려는 남자들은 모두 성기가 거세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 돈의 성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기에 달려 있는 이빨은 그녀와 자려는 남자들의 성기를 거침없이 거세한다. 남자에게 있어 이보다 더 큰 무서움과 공포는 없을 것 같다.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티스>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오랫동안 서구사회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이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바기나 덴타타"이다. 옛 부터 전해온 이 전설은 서구사회에서 낯선 여성들과 동침하는 것을 금하기 위해 나온 이야기라고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여성들의 성적 억압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허무맹랑한 전설이다.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이 이야기는 서구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포세이돈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 사제들에게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바기나 덴타타"때문이다. 불멸의 신 포세이돈조차도 자신의 성기가 거세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영화 <티스>에서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여자 주인공과 동침하는 순간 남성의 성기가 거세되어 버리는 일이다. 남성 입장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끔찍함을 넘어 묘한 두려움을 준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빛을 발하는 부분은 바로 전설이나 신화에만 나오는 일을 실제 영화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임에도 이런 발칙한 상상을 이야기로 옮긴 밋첼 릭텐스타인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 또 한 칭찬받아야할 것 같다. 밋첼 릭텐스타인 감독은 <스트리머>(1984년)를 통해 제40회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기발하고 독특하기는 하지만 어설픈 것도 사실
<티스>는 여자 주인공과 자고 싶어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여러 남성들을 나열한 섹스 코미디 성격도 띠고 있다. 분명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은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을 보면서 속이 따끔따끔 거릴 것 같다. 실제 사랑이 중요한지 단지 하룻밤 잠자리가 중요한지 이 영화에서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남성들의 경우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경우도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영화 주인공 돈에게 접근하는 남자들 대부분 로맨스나 사랑보다 오로지 그녀와 어떻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지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에게 있어 돈과의 사랑은 단지 자신의 열망을 체우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선택은 돈에게 접근한 남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거세의 형벌을 남긴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기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능가하는 연출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톡톡 튀는 설정을 제외하면 관객들에게 부수적인 재미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런 약점은 기발한 이 영화의 톡톡 튀는 설정에 관객들이 질려갈 때쯤이면 <티스>는 참고 보기 힘든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 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결국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 진행 자체가 어설프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설에 나오는 내용을 현실로 가져와 영화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완벽하게 관객들에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공 솜씨는 생각보다 너무 뒤처지고 있다. 만약 여주인공 제스 웨이슬러의 매력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 될 뻔 했다.
겨울에 개봉하는 로맨스공포호러 영화 <티스>는 한국관객들에게 폭 넓은 사랑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한국에서는 마니아용 영화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전철을 밝을 가능성이 보인다. 모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수긍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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