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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잃어버린 가방, 찾을 수 있을까?

아내와 은둔의 나라 라오스로 떠난 배낭여행기 1

등록|2009.01.20 15:53 수정|2009.01.20 18:59
은둔의 나라 라오스. 미얀마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갈등도 없고 경제나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아시아의 조용한 나라 라오스. 몇 달 전까지만 하여도 이 나라가 어떤 성격의 국가이고 아시아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관심 밖이었다.

2008년 <뉴욕타임즈>에서 아시아의 가장 오염되지 않은 나라로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호기심으로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로 국민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다. 한반도의 1.1배 정도의 크기를 가진 나라로 인구는 약 600만 명 정도며 바다가 전혀 없는 완전 내륙 국가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해 있는 조그만 나라다. 동으로는 베트남, 남으로는 캄보니아 그리고 서쪽으로는 태국과 미얀마, 북으로는 중국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열대몬순기후대로 11월부터 3월까지는 건기, 4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다.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는 평균기온 21℃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와 같은 시원한 날씨를 보이고 있어 여행하기에 그만이다.  

푸른 창공을 날고 있다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산 모습 ⓒ 임재만


1월 10일, 라오스를 아내와 함께 배낭여행하기로 작정하고 짐을 꾸렸다. 여행하면서 꼭 필요한 카메라와 같은 물건은 배낭에 그리고 자주 쓰지는 않으나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은 여행용가방에 넣고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비행기의 작은  창문 밖으로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이 시야로 들어온다. 멀리서 보아도 규모가 꽤 커 보인다. 이 공항은 새로 지어진 신공항으로 인천공항보다 규모가 더 크게 지어졌다 한다. 그러나 내부시설과 인테리어는  인천공항에 많이 뒤떨어진 느낌이다.

잠시 후, 입국심사를 마치고 가방을 찾으러 수화물센터로 갔다. 컨베이어에 실려오는 가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낯익은 가방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며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다. 끝내 찾는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공항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공항 직원은 몇 가지를 체크해 보더니 공항 내 수화물서비스센터로 안내를 한다. 그리고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으며 어떤 종류의 가방인지 물어 본다. 여권의 인적사항을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는 분실 신고한 영수용지를 건네준다. 그리고 가방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다.

해외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고민스럽다. 어떡해야 하나 여러 궁리를 해보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더구나 서툰 영어로 직원들의 설명을 듣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한국인이 있어 통역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직원의 설명으로는 다른 사람이 가방을 바꾸어 가져간 같다. 그래서 하루 정도 기다리면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방콕에서 라오스로 출발하는 버스가 오후 8시에 있어 4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버스를 타지 않을 경우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 하루를 더 기다린다고 가방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 최대한 기다려보고 그래도 찾을 수 없으면 그냥 떠나기로 하였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방은 세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공항직원에게 여행 후 다시 이곳에 돌아와 가방을 찾겠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공항을 나왔다. 공항입구 1층에서 카오산(요금150바트)으로 가는 공항버스(버스번호:AE2)를 탔다.

우리나라에서는 라오스로 바로 들어가는 국제선 비행기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콕을 경유하여 비행기나 기차 또는 버스를 타고 가야만 한다. 특히 이곳 카오산 거리는 태국의 모든 여행지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주변국으로 갈 수 있는 버스터미널이 있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여행자들이 이곳을 거쳐 여행길에 오른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자 공항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는 연락이다. 난감하다. 도중에 내리면 라오스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칠 것 같다. 그냥 가자니 여러 가지로 여행이 많이 불편할 것 같고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항직원에게 다음에 머무를 호텔로 보내줄 수 없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어렵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돌아올 때까지 공항에 보관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일정대로 여행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방콕의 강변의 일몰카오산거리에서 바라본 일몰 ⓒ 임재만


수완나폼 공항에서 방콕의 카오산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여 시내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조그마한 구릉지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넓은 평원에 세워진 큰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도심 곳곳에 걸려 있는 누군가의 사진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누구의 사진인데 저렇게 많이 곳곳에 걸려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곳 태국은 국왕을 절대적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그 사진은 태국 국왕의 사진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카오산 거리는 이미 어둠이 내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외국 여행객들로 가득 찬 카오산 거리, 활기가 넘치고 방콕이 아닌 유럽의 어느 도심에 와 있는 느낌이다. 노랑머리와 자유분방하게 복장을 한 사람들로 북적된다. 젋은 한국여행객들도 간간히 볼 수 있지만 서양인들의 두드러진 행색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열대지방의 특이한 향료 내음이 코끝을 자극하는 가운데 동서양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으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오산의 강변방콕의 카오산 강변 공원의 모습 ⓒ 임재만


카오산 거리를 잠시 돌아본 후, 라오스로 출발하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외국여행객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서양의 젊은 배낭족들이다. 그들과 섞여 잠시 기다리자  2층 버스가 다가와 승차를 기다린다. 일명 VIP버스(요금 약1500바트)라 한다. 이 버스를 타고 10시간을 밤새 달려 라오스 비엔틴으로 가는 것이다.

이 버스 1층에는 운전석과 화장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2층에는 일반 버스와 같이 승객이 앉는 좌석이 있다. 밤 8시가 넘자  버스는 조용히 정류장을 출발한다.
덧붙이는 글 이글은 sbs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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