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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 "광고불매운동 처벌 안 된다"

법대교수와 변호사 80명, 검찰 주장 반박해 담당재판부에 제출

등록|2009.01.20 17:45 수정|2009.01.20 18:12
지난해 8월 일간신문 조중동에 광고를 낸 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네티즌들을 위해 전국의 법률가들이 "소비자불매 운동은 처벌될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 담당재판부에 탄원을 제기해 주목된다.

이번 탄원서에는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 전국의 법대교수와 김남근 변호사 등 법률가 80명이 동참했다.

법률가들은 탄원서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므로 소비자의 불매행위 자체가 처벌되는 나라는 없다"며 "또한 불매운동을 권유, 호소,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들의 불매운동은 '죄 없는 광고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2차 불매니 처벌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2차 불매금지 입법례를 거론했다"며 "하지만, 2차 불매금지 법리를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검찰의 논리를 반박했다.

또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광고주들은 '죄 없는 제3자'가 아니라 불매의 궁극적 대상인 신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발행부수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업자들이며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을 예를 들었다. 당시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은 전세계적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없이 이루어졌는데, 이 운동의 대상은 제3세계에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생산자들이었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에 자신의 상표만을 붙여 유통한 나이키가 아니었다라는 것.

즉 검찰 측 논리를 따르자면 '2차 불매운동'이었던 것이지만, 국제사회는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을 당연히 허용된 소비자의 권리행사로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가들은 "그렇다면 특정 일간신문의 논조에 반대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그 신문 광고주들은 아동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나이키 사와 동격이며, 공히 불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평화적인 소비자불매운동이 '2차'라고 해서 처벌당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검찰은 몇몇 광고주들이 주문전화번호를 통해 광고 중단 요청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며 이와 같은 항의전화의 폭주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꿨다"며 "구매전화가 폭주하면 적법하고, 항의전화가 폭주하면 '위력'이라는 주장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검찰은 다시 '항의를 하더라도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하면 위법하다'고 하고 있으나, 적은 수의 소비자들이 항의전화를 이따금씩 하면 '위력'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적법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해 불매의사를 고지하면 '위력'이 형성된다면, '효과적인 소비자운동은 모두 불법'이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부여된 소비자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며 '위력'의 법적 개념과도 합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가들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피고인들이 실제로 불매운동을 벌였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거나 광고주들의 전화번호를 올렸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를 소개했다. 불매운동 주창자들이 말이나 글, 피켓팅 등의 평화적 설득 수단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해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설득돼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더라도 위법하지 않으며, 그 결과로 업체의 영업권 등이 방해 받더라도 이는 정당한 소비자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행위의 자유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표현행위에 대해 처벌이 이루어질 때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를 촉구하는 주장이 실제로 심대한 불법행위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주장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리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률가들은 "검찰은 '공모해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하며 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고 있으나 헌법적 원칙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나 전화를 한 소비자들 사이에는 아무런 공무가 없었고, 결론적으로 피고인들은 소비자 불매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데 불과하다"고 검찰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소비자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전세계적으로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소비자불매운동을, 그것도 직접 행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호소, 권유, 촉구한 것을 공모공동정범이론에 의율해 유죄판결을 받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헌법이 담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소비자권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적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 유엔 시민적 정치적권리에 관한 협약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인권기준까지 위반한다는 의견을 밝혀두고자 한다"는 강조했다.

탄원인 명단(가나다순)
강성명 변호사
강영철 교수 (단국대학교 법학)
곽병선 교수 (군산대학교 법학)
곽상진 교수 (경상대학교 법학)
구인호 변호사
권정순 변호사 (권정순 법률사무소)
김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김대정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
김두진 교수 (부경대학교 법학)
김명연 교수 (상지대학교 법학)
김명철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김보라미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순덕 변호사 (화연법률사무소)
김승환 교수 (전북대학교 법학)
김제완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김종서 교수 (배재대학교 법학)
김종천 변호사 (법무법인 태웅)
김준엽 변호사
김창록 교수 (경북대학교 법학)
김탁환 변호사
김현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밀알)
김형태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김홍영 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
나윤주 변호사 (대한 법무법인)
노경래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법무법인 국민)
박구진 변호사
박병도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박성하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박주민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박홍규 교수 (영남대학교 법학)
서경석 교수 (인하대학교 법학)
서동용 변호사
서보학 교수 (경희대학교 법학)
서선영 변호사
신용호 교수 (전주대학교 법학)
엄형국 변호사 (법무법인 공감)
오동석 교수 (아주대학교 법학)
오문완 교수 (울산대학교 법학)
오병두 교수 (홍익대학교 법학)
오윤식 변호사 (합동법률사무소 참터)
윤영철 교수 (한남대학교 법학)
이경권 변호사 (법무법인 조율)
이대순 변호사 (법무법인 일신)
이명헌 변호사 (수륜법률사무소)
이상훈 변호사 (이상훈법률사무소)
이은희 교수 (충북대학교 법학)
이재승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이재정 변호사 (법무법인 가율)
이정훈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
이헌욱 변호사 (법무법인 로텍스)
이현웅 변호사 (법무법인 정의)
임종률 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
임지봉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
정경선 변호사 (법무법인 우현지산)
정인희 변호사
정일배 변호사
정진형 변호사 (법무법인 지안)
조경배 교수 (순천향대학교 법학)
조임영 교수 (영남대학교 법학)
조형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화)
최강욱 변호사 (법무법인 청맥)
최경섭 변호사
최낙건 변호사
최민성 변호사
최성식 변호사
최영규 교수 (경남대학교 법학)
최영동 변호사 (최영동법률사무소)
최홍협 교수 (조선대학교 법학)
하태훈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한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위민)
한명옥 변호사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허일태 교수 (동아대학교 법학)
허진민 변호사 (법무법인 청안)
황도수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황민호 변호사
황성기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
황필규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공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로이슈](www.lawissue.co.kr)</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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