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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아버지' 맹봉학씨 "정부-경찰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촛불추모대회] <난쏘공> 조세희 작가, 임종인 전 의원도 동참... 박수 보내는 시민들 다수

등록|2009.01.21 19:54 수정|2009.01.22 02:18
[특별취재팀]
현장취재 : 박상규 기자, 김태헌 김하진 김환 김효성 인턴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동영상 : 김호중 문경미 박정호 기자

▲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21일 밤 서울 중구 명동 앞에 모여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대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 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최종신 : 22일 새벽 0시 50분]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씨 "정부와 경찰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21일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된 '용산 참사' 촛불추모대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시작된 이날 추모 행사는 밤 9시께 마무리됐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중구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가두집회를 진행했다. 약 200여 명은 명동성당 인근에서, 또 다른 참가자 약 1000여 명은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입구에서 "이명박 정부 퇴진하라",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밤 11시께 양쪽으로 나뉘었던 시위대가 명동 입구에서 합쳤으나, 경찰과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하고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내보내며 해산을 유도했지만, 전날과 달리 강경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 시위대 중 한 명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에 강제 연행될 뻔한 일도 벌어졌다. 이 시민은 경찰 차량으로 연행까지 됐으나, 시민들이 경찰 차량을 에워싸며 강하게 항의해 10여 분 만에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시위대 20여 명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경찰과 시민들을 중재하면서 큰 다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서울역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드라마에서 '삼순이 아버지'를 열연한 배우 맹봉학씨가 21일 저녁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촛불추모대회에 참가했다. 맹씨는 "정부와 경찰이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하고 "앞으로도 집회 현장에 나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 김효성


21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철거민 추모 촛불대회'에는 '삼순이 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맹봉학씨도 참여했다. 그는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아래는 밤 9씨께 맹봉학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철거민이 다섯 명이나 죽었다. 그들이 왜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망루를 짓고 투쟁을 부르짖었겠는가. 절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화와 협상 없이 점거 25시간 만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다. 이것은 엄연한 잘못이다. 이 추운 겨울에 물대포를 쏘는 것이 말이 되나, 얼어 죽으란 말인가? 정부와 경찰이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 사건 현장에는 가봤나.
"TV에서 강제진압 과정을 지켜보았다.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처참했다.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널려있고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 때문에 현장 주변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시민들이 국화꽃을 꽂고 가는 모습을 보는데 참 가슴이 아팠다."

- 현재(밤 9시 20분) 이곳 명동성당에서는 경찰이 시위를 하고자 모인 시민들을 막고 있다.
"이곳은 시민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인도다. 경찰이 시민을 막을 수 없는 곳이다. 게다가 이곳은 자유의 상징, 명동성당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의사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 앞으로도 계속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인가.
"사실 오늘 용산에서 자리를 옮겨 명동으로 집결했다. 어떻게 정보가 샜는지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아마 이번 일로 촛불이 다시 시작될 것 같다. 4월쯤에 촛불집회가 재개되리라 예상했었는데 시기가 당겨진 것 같다. 앞으로도 시간 나는 대로 집회 현장에 나올 생각이다."

- 공인인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이런 중요한 문제는 공인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먹고사는 것을 떠나서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나도 사실은 예전에 그랬다. 먹고사는 데 바빠서 사회참여를 하지 못했다. 현재는 깊게 반성하고 있다. 자신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한다."

-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국회진상조사단'을 꾸린다고 한다.
"용두사미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 이번만큼은 철저히 조사했으면 한다."

▲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21일 밤 서울 중구 명동 앞에 모여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3신 : 21일 밤 9시 50분]

시위대, 명동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 중... 박수 보내는 시민들 다수

밤 9시 30분 현재 용산에서 촛불 추모대회를 마친 집회 참석자 1000여 명이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 병력 300여 명이 명동 입구를 틀어막으며 집회 참석자들의 거리 진출을 막고 있다. 시위자들은 "살인정권 물러나라", "이명박이 살인자다", "철거민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명동성당에서는 전철연 회원 등을 비롯한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밤 9시 30분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지만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명동입구를 지나는 많은 시민들은 시위자들의 주장에 박수를 보내는 등 호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 김철환(27세)씨는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 국민은 고작 12명 죽었는데, 우리나라는 철거진압 한 번으로 6명의 시민을 죽였다"며 "이명박 집권 이후 세상이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의 여자친구 김수현씨도 "어떻게 거리에서 사람 6명을 죽일 수 있는지 놀랐다"며 "진짜 시위대의 구호처럼 집권 2년차 되는 정부에게 퇴진하라는 구호가 딱 어울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경찰은 경력을 계속 명동 쪽으로 모으며 시위자들의 해산을 종요하고 있다.

[2신 : 21일 밤 9시 20분]

거리에 선 노작가 "자기 동족을 때려죽이는 비극적인 나라"

▲ 점거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에 대한 진압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한 다음날인 2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 조세희씨가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를 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추운 날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도 그를 막지 못했다. 거리에 서서 '절대 금지'라던 담배마저 피웠다. 어쩔 수 없었다. 시대가, 그리고 세상이 그를 분노케 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가 거리로 나섰다.

조 작가는 21일 저녁 7시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조 작가는 "의사가 알면 펄쩍 뛰겠지만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심혈관과 내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조 작가는 이날 행사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조 작가는 마치 '길거리 특강'을 하듯이 탄식에 가까운 말을 또박또박 토해냈다.

"<난쏘공>은 미래에 철거민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작품이다. 그런데 지금도 가난한 사람은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미개한 건 바로 자기 동족을 때려죽이는 집단이다. 이렇게 비극적인 나라가 없다.

조선시대에도 상위 5%는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위 1%만 잘 사는 세상이다. 우리는 지금 캄캄한 밀림에 있다. 어제 이곳 현장을 중계하는 TV를 보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왜 정부는 6명의 생명을 죽여야만 했나."

조 작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비해 책을 몇 십분의 일도 읽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은 숫자 말하길 좋아하지만, 그의 정신적 GDP는 나보다 한참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 작가는 현장에 모인 1000여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당신이 이성과 힘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면 이성을 갖고 적들에게는 힘을 주자. 적들은 아마 그 힘으로 전투에서 이길 수 있겠지만,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적들은 힘으로 이성을 못 만들지만 우리는 이성으로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참석자들은 큰 함성과 박수를 노작가에게 보냈다.

"경찰, 우리가 두더지냐? 왜 땅속으로 밀어 넣나"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백남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오늘 새벽 유가족들과 함께 불에 탄 시신을 확인했는데, 모두들 너무 고통스럽게 사망했는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며 "평소 믿는 종교가 없지만 그들이 고통이 없는 천국으로 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2008년 촛불 정국의 주인공이었던 중고생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 '용산 철거민을 위한 청소년 대책위원회'를 꾸려 참석한 청소년들은 즉석에서 모금 운동과 선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곧 고3이 되는 윤모양은 "촛불 집회 때 활동했었는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약한 자들을 위해 계속 활동하고 싶다"며 "철거민들의 고통을 전하고 정권의 폭력성을 알리는 데 청소년들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결성된 '용산철거민 살인 진압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추모행사를 1시간여 만에 끝마쳤다. 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금요일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그때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은 경찰버스 수십 대와 전경들로 추모 행사장을 에워쌌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2번 출구로 향하는 길만 터줬다. 이 때문에 추모행사 참석자들은 "우리가 두더지냐? 왜 땅속으로 밀어 넣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과 경찰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를 벌였지만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 2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 에서 시민들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2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 에서 한 대학생이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1신 : 21일 저녁 7시 54분]

'용산 참사' 두 번째 촛불추모대회 시작...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

용산 철거민 사망자 촛불 추모대회가 21일 저녁 7시 사고현장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이 추모대회장 주변을 경찰버스와 병력으로 온통 에워싸 행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약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지만, 경찰에 둘러싸여 곳곳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한강로에서 서울역 방향 4개 차로를 모두 통제한 상태이고 한강대교 방면으로도 차로 2차선만 통행을 허용해 놓은 상태. 이 때문에 한강로 주변에는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고 있다.

현재 경찰은 경고 방송을 통해 "집회 참석자들은 인도 안쪽으로 들어가라"며 촛불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해산 시도에 맞서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촛불 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어 시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의 작가 조세희씨는 현재 심혈관계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조 작가는 "설마설마 했던 일이 벌여져 잠도 못자고 가슴이 아파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나왔다"며 "현재 나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질환을 겪고 있다, 의사가 내가 이렇게 밖에 나온 것을 알면 펄쩍 뛸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조 작가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며 살았는데,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임종인 전 의원이 참석했고, '안티이명박' 카페도 현장에 천막을 차렸다. 전국철거민연합이 사고 현장에 설치한 '사망자 추모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여러분은 평화집회 운운하며 불법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고 빨리 해산하라"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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