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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기다리는 고향의 풍경

창녕에서 만난 공동 명절 간식 만들기 현장

등록|2009.01.22 09:32 수정|2009.01.22 09:32
지난 해 명절 무렵 우연히 들른 창녕시장에서 들뜬 분위기를 만났다. 어수선한 가운데 노인들은 앉아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분들의 시선이 모여 있는 곳에는 진지한 표정의 여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정 기다리기조금은 들뜬 듯 한 곳을 바라보며 앉아 기다리는 모습... ⓒ 이현숙


뭔가 호기심에 기웃거리던 우리는 무릎을 쳤다. 이런 풍경, 정말 만나기 어려운 풍경인 것이다. 굳이 그 분들 연령대를 밝히자면 가장자리에 헝겊가방이나 보자기를 들고 앉아 기다리는 분들은 상노인이셨고.

강정 만들기음식을 만드는 여인의 표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 이현숙


만들어진 강정을 손으로 만져 고루고 판때기로 옮기는 등, 건사하는 분들도 중노인이셨고, 직접 불에서 재료를 섞어 농도를 맞추며 강정을 만들어내는 분은 초노인(?)이셨다. 아줌마로 보이는 중년여인은 딱 한 분. 아주 날렵하게 움직여 강정을 만들어내는 바람에 그분 얼굴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노인께 다가가 뭐 하시느냐고 여쭈니, 이렇게 공동으로 만들어서 나누어 가려고 기다리고 계시단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으신 듯 흐뭇한 표정으로 먹거리를 바라보시는 어른은 가끔 이미 만들어진 강정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셨다.

강정칼로 금이 그어진 강정을 손으로 뚝뚝 끊어놓으신다. ⓒ 이현숙


내 고향에서도 이런 강정을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으로 만들지는 않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만든다. 물론 예전에는 지금보다 만드는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엿을 직접 고고, 강정을 만들고, 다식도 만들었다.

강정 만들기이제 열을 식히기 위해 네모 판에 정렬해 놓는다. ⓒ 이현숙


깨강정이것은 쌀강정보다 한수 높은 깨강정이다. ⓒ 이현숙


다 만들어진 건 칼로 금을 그어 큰 네모판으로 올려진다. 한 분이 대기하고 있다가 말끔하게 떨어지지 않은 것을 손으로 뚝뚝 끊어 놓으신다. 그 다음 마당 한가운데로 쭉 늘어선 네모판에 올려 놓아 열기를 신힌다. 이제 완전히 식은 강정은 프라스틱 쓰레받기로 퍼서 자루에 담을 차례다.

강정이제 완전히 식었으니 자루에 담을 차례, 아저씨(?) 한 분이 쓰레받기로 모으고 있다. ⓒ 이현숙


뻥튀기이런 날 빠지지 않는 중요한 멤버, 뻥튀기 도구들. 아마 제일 먼저 쓰고 한 쪽으로 밀려난 듯하다. ⓒ 이현숙


우리는 노인들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정말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이 절로 훈훈해졌다. 그리나 아쉬웠다. 멀지 않은 미래 저 노인들이 다 가시고 난 다음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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