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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은 좋은 것', 개발독재가 심은 인식"

[현장] 국제통상연구소 창립심포지엄 '자유무역과 공정무역'

등록|2009.01.22 00:25 수정|2009.01.22 08:59
'한미 FTA는 과연 공정한 협정일까.'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정답일까.'
'자유무역이라는 거대한 흐름에는 농산물도 예외가 없을까.'

21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국제통상연구소(소장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통상과 민주주의 :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토론의 큰 줄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의 한미 FTA 조율 향방과 국제통상관계로 모였다.

참석자들은 현재의 불평등한 국제 관계 하에서 자유무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서민과 중산층의 소비력을 진작시키기 위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데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 1월 21일 오후 4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통상연구소 창립 심포지움에서는 자유무역과 수출지상주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 이중현




이해영 교수 "자유무역은 양극화 역효과"

발제를 맡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국의 개발 독재는 '반공+수출'이 핵심이었고 자유무역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유무역은 사회적 양극화와 글로벌 양극화라는 역효과가 있다"며 공정무역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공정무역도 형태가 다양하다"며 "제3세계 커피 재배 농가에게 제값을 돌려주자는 '글로벌 무역 정의' 캠페인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 부과하던 자동차 수입 관세 2.5%를 철폐해 줄 테니 한국 시장 내 미국차 점유율 20%를 보장하라'는 미 민주당식 공정무역의 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오바마가 취임했다고 신자유주의가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며 "이 시점이야말로 자유무역에 대한 대안을 새롭게 준비해 가야 할 시기"라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 이중현




신범철 교수 "수출만이 살길 아니야"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출이 안 되면 망하는 걸로 이해한다"며 "수출에 대한 맹신이 신앙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또 "수출을 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자기선택적으로 수출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장려하기보다는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범철 경기대 교수 ⓒ 이중현




윤석원 교수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인가"

마지막 발제자인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업과 자유무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윤 교수는 "농업이 과연 자유무역의 대상인지, 공산물과 농산물을 같은 상품으로 봐야 하나"라는 의문을 던졌다.

윤 교수는 이어 "농산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생명산업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전제로 한 경제적 논리가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하며 "선진국들도 자국의 농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윤 교수는 또 "인류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WTO체제가 출범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기아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광우병 쇠고기 문제나 멜라민 파동 등 식품안전과 관련된 문제의 근본 원인도 농산물시장 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이중현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날 심포지엄엔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정태인 칼라TV대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박가혜 외교통상연구회 대학생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심포지엄과 함께 창립총회를 연 국제통상연구소는 '신자유주의 대안과 패러다임을 제시할 시민 중심 통상연구단체'를 기치로 지난해 10월부터 진보 성향의 경제 전문가들이 발족을 준비해왔다.
덧붙이는 글 이중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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