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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특공대에 대한 오해, 대테러업무만 하진 않아

등록|2009.01.24 10:41 수정|2009.01.24 10:41
그 곳에 터 잡고 살았기 때문에 하나의 집단이 되어야 했던 시민들과 조국이 믿고 입혀준 제복이기에 당연히 그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던 경찰관의 참단한 소식을 접하고, 곧 더 큰 갈등과 분열에 휩싸이고 말았다. 소식을 접한 모두가 충격에 휩싸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분열은 계속된다. 특정 한 두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씌워 마녀사냥을 하거나 단체를 싸잡아 폭력집단으로 몰아가며 '참사'의 책임 몰아주기에 갈등은 끊이질 않고 더 큰 분열의 씨앗만을 시민들의 마음속에 심어 놓는 듯하다.

사람과 집단간의 갈등은 여러가지 오해에 근거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참사' 역시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에 수많은 오해들로 뿌옇게 흐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그 오해는 실수나 의도적으로 초래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역시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사회적 영향이 클수록 실수보다는 의도적인 오해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오해와 사실을 보는 데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

그 오해에 관한 부분들 중 심각하게 논의되는 것 중 하나가, 경찰특공대 투입의 정당성에 관한 부분들이다. 경찰특공대 투입이 적절했는냐에 대한 의논들로, 경찰특공대 투입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의견들은 경찰특공대를 오직 대테러진압부대로 보는 오해에서 출발한다.

경찰특공대는 특수부대 출신 장병들을 대상으로 대원들을 선발하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그 실체가 부각되기 시작해 대테러부대의 성격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경찰특공대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구조작전이나 권희로씨 경호작전, 2007년 해양경찰특공대가 작전했던 태종대 좌초선박 선원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경찰특공대는 초창기 유럽형 경찰특수부대 성격에서 미국 경찰 S.W.A.T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S.W.A.T은 대테러부대가 아닌 사법권 집행을 목적으로 한다. 마약류 단속이나 무장한 범죄자에 대한 체포나 진압을 위해서 S.W.A.T이 투입되는 것이다. 대테러활동은 군 특수부대와 협조하에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합동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경찰특공대운영규칙(2007년 11월 21일 경찰청 훈령 제515호) 제6조 임무에서 인질, 총기, 폭발물 및 시설 불법점거, 난동 등 중요범죄 진압을 임무로 규정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다시 말해서 시위 현장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을 테러범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경찰특공대의 시위 진압은 처음이 아니다. 1996년 연세대 시위진압, 1998년 조계사 지위진압, 2005년 6월 수청동 시위진압, 2005년 5월 울산건설플랜트 시위 진압, 2006년 5월 오산철거민 시위 진압, 2006년 5월 미상공회의소 시위 진압, 2006년 6월 하이닉스 농성장 시위 진압, 2005년 9월 봉화타워'애국청년동지회' 시위 진압을 비롯, 2008년 10월 기륭전자 고공농성 시위진압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

일반적으로 시위진압은 전·의경으로 이뤄진 경찰기동대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층 건물 내부에서 소수의 인원이 점거시위를 하는 경우에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우세한 병력의 기동대가 작전할 경우 우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더욱 높고 인명피해 역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또 좁은 건물 내에서의 작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은 경찰특공대가 적합한 것도 사실이다. 사방이 탁 트인 좁은 건물은 대원 진입이 어렵고 진입하더라도 시위자들에게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원들의 진압과정이 마찰이 심할수록 인명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봐야 한다.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서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서 엄중히 대처하여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와 권한을 가진 국가 공무원이다. 공권력이 필요할 경우에 언제든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되어 있어야 하며, 작전 중 우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민과 경찰관 본인은 물론, 작전 대상자인 시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위자들 역시 테러리스트가 아닌 시민이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은 정당한 명령권자에 의해 지시된 것으로 특공대의 투입이 절차상 합법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명령이 절차상 합법성을 갖췄을지는 모르나 현실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문제는 검찰의 판단 범위에서 벗어나 있고, 다수 여론이 문제삼고 있는 물리력에 의한 진압이 필요했느냐에 대한 방향으로 생각되어야 한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진압작전이 수회에 걸친 동종의 작전에서 큰 문제없이 작전을 진행했던 대원들과 시민들의 희생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신속한 작전진행은 작전의 대상이 되는 건물과 시위대에 대한 정보부재로 이어졌고, 결국 그것이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진압작전을 개시했던 근거에 대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사태가 경찰특공대의 투입 자체에 대한 논의로 치달아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것은 당시 현장 상황에서 오히려 적절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시위 시작 25시간에 불과한 상황에서 작전 대상 인원과 건물 내부 상황 정도에 불과한 정보를 근거로 대원들을 투입한 경찰의 과실은 반드시 검토되어야만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건물에서의 작전은 훈련된 대원이 아니면 할 수 없다. 훈련된 대원이라 하더라도 건물 내부의 다양한 사정과 시설물에 대한 정보 없이는 섣불리 작전에 임할 수 없다. 건물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우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폐쇄되고 한정된 지역에서 작전이 이루어지는 만큼 그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작전의 내용과 함께 우발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각 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책 수립 여부에 대한 책임이 분명 경찰에 있다.

만약 반드시 작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을 투입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경찰은 그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입증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참사는 발화점이 된 화염병이 누구에 의해서 점화되었나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발화원인에 대한 정확한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겠지만 참담한 상황을 초래한 작전 개시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이번 용산 참사는 재개발 지역 보상에 대한 구체적 법리 및 제도의 필요성을 문제제기 한 것은 물론 경찰의 강제진압작전 개시에 대한 구체적 근거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점에서 매우 무거운 숙제를 남긴 사건이다. 적지 않은 인명을 앗아간 참사를 통해서 비통함과 고인을 추모함과 동시에 분명한 진실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물론 우리는 쉽지 않은 고민거리를 떠 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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