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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시대 주역으로 설계된 도쿄도 청사를 보다

비워내는 것이 도에 이르는 지름길

등록|2009.01.24 17:50 수정|2009.01.24 17:50
"도쿄 제1청사입니다. 맨 위층에 시민들을 위한 전망대를 마련되어 개방하고 있습니다. 시민을 위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쿄 제1청사를 올려다보았다. 제2청사는 바로 옆에 있었다. 태평양 시대 주역으로서 대비하기 위하여 설계되었고 건축되었다고 한다. 동북아 시대의 주역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저절로 되었다. 도쿄도 청사의 웅장한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쿄 청사웅장한 ⓒ 정기상


"까- 악-!"

귓가에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에 놀라서 바라보았다. 광장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카만 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까마귀였다. 후각이 아주 예민하여 죽음의 냄새를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을 알려주는 새라고 하여 우리는 흉조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길조라고 한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그것도 시내 한 복판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 전체가 널따란 평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상자 곽처럼 고층 빌딩으로 꽉 차 있어 답답하게 보였다. 어디를 보아도 여유 공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 전체를 팔면 미국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땅값이 비싸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까마귀길조라는 ⓒ 정기상


시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몸을 생각해본다. 꽉 차버려서 더는 채울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순간순간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노쇠해진다.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이나 물이란 재료로 통해서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비어 있어야 한다. 비어 있지 않으면 거듭 태어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장이 쉴 수가 없게 된다. 장이 쉴 수가 없으면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고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신체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도 함께 수반될 때 가능해진다.

빌딩 숲꽉 차 있는 ⓒ 정기상


꽉 차버린 도쿄 시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더는 채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더는 새로운 얼굴로 변신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마음을 잡았다. 물론 거대한 고층 빌딩이 웅장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몸의 장이 쉴 수 없게 할 정도로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구촌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자투리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내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도쿄 시내의 모습은 묵은 시대의 얼굴이란 생각을 해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유가 없는 도심답답한 마음 ⓒ 정기상


유난히 좁은 도쿄 시내의 도로를 달리면서 인생의 길을 생각하게 된다. 평탄한 길이 있으면 굽어진 길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장자의 말이 새로워진다. 비워내는 것이 도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꽉 차 있는 시내를 바라보면서 비어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석양도쿄의 석양 ⓒ 정기상


거대한 도시 도쿄의 첫 인상은 “크다.”와 “너무 꽉 차 있다.”라는 느낌이다. 이국적인 느낌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하는 말만 틀릴 뿐 생긴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어 조금도 낯설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고 콕 꼬집어 표현할 수는 없는 애매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본의 첫날밤을 보냈다.<春城>
덧붙이는 글 사진은 일본 도쿄에서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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