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YS를 '파쇼대연합' 고문으로 추대합니다

[정치만담] 한국의 파시스트들, 용산참사에 일제히 입을 열다

등록|2009.01.27 10:04 수정|2009.01.27 10:50

▲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25일 <조선일보>에는 1987년에 발생한 KAL 858기의 폭파범 김현희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북한 정권 추종주의자'라고 비판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인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115명의 생사람을 죽이고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낸 테러범이 자기를 용서해 준 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을 모함한다는 것은 정상처럼 비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 '국가주의'라는 수상한 이념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는 모든 가치를 '국가의 존립과 발전'이라는 명제의 하위 개념으로 두는 이데올로기다. 이에 따라 개인과 소수는 국가라는 신성한 개념 앞에서 숨을 죽인다. 모든 면에서 국가가 우선이므로 자유도 민주주의도 심지어는 역사까지도 국가를 위해 개량되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그는 반역자로 매도된다. 그런데 분단 체제의 한국에서 반역자란 곧 '친북좌파'를 일컫는데 이것은 빨갱이와 같은 개념이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가서 살아라"는 독설을 내뱉은 바가 있다. 이것 역시 따지고 보면 김대중을 반역자로 모는 국가주의적인 발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반역자(친북좌파, 빨갱이)로 모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창궐한 현대사의 전염병이다. 이 질병은 민주화와 남북화해가 진척되었던 지난 두 번의 정권 시기에 다소 완화되는 듯 하더니, 이명박정부 들어 다시 맹렬히 도져버렸다.

이명박정부의 정치 퇴행이 '파시즘'을 생산

지난 대선에서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진행을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표를 주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국민의 이런 낙관이 전혀 근거가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따름이다.

이명박정부는 민선정부로서는 이례적으로 집권 초기부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것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치 방식과 정부 구성원의 도덕성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때만 해도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았지 이념이나 성향 자체에 의심을 두지는 않았었다.

이명박정부의 소통 부재를 명징하게 상징하는 사건은 지난 여름 광화문 한복판에 세워진 컨테이너 장벽, 이른바 '명박산성'이었다. 이 명박산성이 쌓아진 후 정부는 반대하는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배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민주주의를 역진시키는 체제 강화에 착수했다. 그것은 촛불 시위 참가자에 대한 검경의 수사 확대, 인터넷 검열,  공영방송 해체, 방송법·집시법·국정원법 개정안 시도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운하라는 의심을 사면서도 4대강 정비사업을 강행했고 보수층도 반대하는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했으며 뉴타운 등의 도심재개발 사업을 밀어붙였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정치 부재의 통제 상태로 치닫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주의란 곧 파시즘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다. 1월 20일자 <한겨레신문>은 이명박정부가 '파시즘 프렌들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기사는 학계에서도 이명박정부의 파시즘화를 지적하는 의견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전규찬 교수는 최근 간행된 계간지 <문화과학>에서 이명박정부의 성격을 '치안의 스테이트(state)'라고 규정하면서, "(이명박정부 들어)법치 확립을 명분으로 경찰기구가 통치 전면에 부상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빌미로 미디어에 대한 장악과 통제가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성공회대의 이광일 연구교수는 <시민과 세계>에 기고한 글에서, 이명박정부를 "치안기구의 감시 통제 기능을 극단화한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로 규정하면서 파시즘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경고한다.

파시즘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반공을 내세우며 개인을 불신하고 영웅을 숭배한다. 물질문명을 추구하는 근대화지상주의 역시 파시즘의 특징이다. 파시즘은 합리성을 중시하지 않으며 자기에게 불리한 사건을 음모로 보는 속성을 띤다.

이런 파시즘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다수 보수인사들에게서 파시즘의 면모가 드러난다. 특히 최근 발생한 용산 참사에 보인 그들의 언표는 전형적인 파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여지없이 개인보다는 국가를, 인간보다는 문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자를 반역자로 모는 행태 역시 파시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약간 미안한 일이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다분히 파쇼 기질을 보이는 인사들을 실명으로 몇 거론해 보기로 한다.

[김영삼] 시기와 질투, 그리고 모함의 파시즘

▲ 지난해 2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경청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김영삼 전 대통령은 파시즘의 속성 중 불합리성 면에서 타인과 비교되지 않는다. 그는 일찍이 전두환이 만든 파쇼정당 민정당과 합당하여 대권의 꿈을 김대중보다 먼저 이뤘다. 하지만 그는 김대중에게 노골적으로 증오감을 피력한다. 문제는 이것에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무익하면서도 비논리적인 증오 중에 질투와 시기가 있는데 김영삼의 김대중 증오는 바로 이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시기와 질투가 모함을 낳는다는 점에 있다. 모함은 파시즘의 속성이다. 또한 그것은 콤플렉스의 소산이기도 하다. 히틀러, 무솔리니 등 세계 내로라하는 파시스트들은 모두 모함의 명수이자 콤플렉스로 응집된 사람들이었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김영삼은 "상의 가치가 떨어졌구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용산참사에 대해 김대중이 "정부가 국민을 잡아갈 생각만 한다"고 비판한 데에 대해, "DJ는 입만 열면 선동과 파괴적 언행을 일삼고 있다"고 공격했다.

[조갑제] "김대중은 사형죄"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1월 22일, "우파는 좌파보다 연대, 연합 수준이 떨어진다. 용산 사건은 '전철연'이라는 폭력조직이 계획하고 싸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지켜야 나라가 산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특공대 진압을 승인한 김석기 청장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운다. 그는 물러나야 할 사람은 김석기가 아니라 김석기 사퇴론을 제기한 홍준표라고 주장했다.

촛불시위 때에도 그는 '어청수 지킴이'를 자임한 바 있다. 그래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어청수가 아니라 (어청수 사퇴론은 제기한) 박희태라고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는 지난 1월 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애국단체총협의회 모임에서 주제 발제자로 나서, "좌파세력에는 5개 핵심 조직이 있다. 선동사령부인 MBC와 전교조,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국가기관으로 변한 각종 초법적 위원회가 그것이다. 우리는 올해 단기 목표로 5개 거점을 해제 내지는 무력화시켜야 한다.… MBC를 문 닫게 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조갑제의 발언들은 하나같이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이명박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좌파이며 그들은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경찰이 현행범인 폭도들에게 사용할 무기는 많다. 방패, 물대포, 최루탄, 곤봉, 수갑, 총이 있다"고 하여 시위자들에게 발포해도 된다는 투의 말을 한 그는, "김정일과 합작한 김대중은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했으므로 그 처벌은 무기징역도 아니고 오로지 사형"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이번 김대중의 용산 참사 발언에 대해서도, "드디어 화염병 난동으로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반사회적 선동을 한다"고 함으로써 또다시 음모론을 제기했다.

[지만원] "시체 생산은 누군가의 작품일 것"

"극렬 노동자들과 극렬 좌익들은 남을 희생시켜 목적을 달성한다. 대규모 폭력시위의 불씨는 바로 시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남을 죽이고 자기는 살아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번 탤런트 문근영이 거액을 기부한 당사자로 밝혀졌을 때, 문양의 할아버지가 빨치산이었음을 들어 색깔 공세는 편 그는 이번 용산 참사를 '불놀이'라고 지칭함으로써 희생자들을 조롱거리로 삼았다. 그는 전태일의 분신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사주로 전태일이 죽은 것이라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신지호] 뉴라이트의 제1 파시스트

운동권에 있다가 일본 유학 후 전향했다는 그는 2008년 8월 5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정부 보조금을 회수하자고 주장했고, 10월 13일 국감장에서는 유모차 주부에게 "왜 멜라닌 파동 때는 유모차를 끌고 나오지 않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일명 '마스크 시위법'의 제안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에서 이번 용산참사에 대하여 같은 뉴라이트 출신인 장제원 의원과 함께 가장 강경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용산참사를 '도심 테러' 또는 '고의 방화'일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것 역시 음모론이다.

[김은혜] 방자하고 몰인정한 발언

이미 널리 보도되었듯이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용산 참사에 대해 "과격 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느 면에서 이 발언은 용산 참사에 관한 발언 중 가장 냉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마음에는 목숨을 잃은 철거민은 아예 담겨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너희들이 과격 시위하다가 끝내 일을 저질렀으니 이제 너희들은 속 차려야 한다'는 투의 몰인정한 의도를 품고 있다.

그는 MBC 기자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면서, "공공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야비하게 말하는 것이 무슨 공공 서비스인가? 동시에 그는 "유력 정당들로부터 전국구 1번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사실을 흘렸다. 이것은 자기가 거물급 수준이라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는 말처럼 들렸다.

'파쇼당' 창당을 제안합니다          

이명박정부와 위에서 언급한 보수인사들은 국민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미 4·19와 5·18 그리고 6·10의 저항 체험을 축적한 민주시민들이다. 그리고 민주의식과 진보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명박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불행히도 촛불시위는 명백히 반정부 성격을 띠게 되었다.

시민들은 주저 없이 '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번 용산 참사가 있고 나서는 '살인마', '학살정권' 등 과거 전두환에게 썼던 용어들이 부활했다. 보수적인 국민 눈에 이것은 부당하거나 지나친 요구처럼 비칠 터이다. 잘 하든 못 하든 이명박정부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한 합법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면 정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보다는 시민들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보수는 숨고 수구적인 국가주의자들이 나서서 보수의 명예를 먹칠하는 파쇼 언행을 일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보수를 팔지 말고 자기들끼리 뭉쳐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른바 '파쇼대연합'이라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한다. 그것이 국민을 헛갈리게 하지 않는 방법이면서 아울러 대한민국의 보수를 구하는 길이다. 국민은 거짓 보수를 격리수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인재는 많다. 그러니 시기를 보아 대연합에서 정당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김영삼을 상임고문으로 모시고 조갑제가 대표를 맡으면 어떨까 한다. 지만원은 사무총장, 신지호는 정책위의장쯤 하면 제격이겠다. 그리고 김은혜 대변인도 있다.

여기에다 이미 촛불에 대한 '의병 궐기론'으로 성가를 얻은 이문열을 영입하여 윤리위원장으로, 끝으로 '촛불 악령론'을 펼친 전여옥을 모셔다 원내대표로 추대하면 '파쇼당'의 구색이 모두 갖춰질 것 같다. 정말 기대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