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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오면, 들꽃처럼 활짝 피어나소서!

[슬라이드] 용산 철거민 영정에 드리는 헌화

등록|2009.01.27 11:53 수정|2009.01.27 11:53
헌화

ⓒ 김민수



먼 길 가는 그대들에게 드릴 것 없어 당신들이 차마 만나지 못하고 간 들꽃, 봄이면 피어날 들꽃들을 드립니다. 허긴, 이 꽃들이 피었더라도 눈맞춤할 여력도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이제 세상의 짐을 벗어버린 지금 걸어가는 그 길은 꽃길이면 좋겠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지금 여기 살아남은 자로 있다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럽습니다.

동백의 낙화동백의 낙화처럼 떨어진 영혼들, 그러나 동백의 낙화가 헛되지 않은 것처럼 ㅍ;어나소서. ⓒ 김민수




그 가는 길 얼마나 서러우면 밤새 눈물이 눈꽃되어 내렸습니다.
한 겨울에 당신께 국화 한 송이를 드리며, 온실에서 자란 국화꽃말고 당신들처럼 저 들판에서 자란 들꽃을 드리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80년, 먼저 간 동지와 열사들에게 헌화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심정으로 당신들께 들꽃을 드립니다.

이제, 겨울가고 봄이 오면 당신들 꽃이 되어 부활할 것입니다. 지금 그 봄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이 혹독한 겨울을 나는 것처럼 우리도 그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날 활짝 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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