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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보다 다음날 일출이 더 아름다웠다

설 연휴와 비상대기

등록|2009.01.27 17:02 수정|2009.01.28 10:00
황금의 설 연휴가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상대기'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족만 고향으로 보내고 난 이곳 강릉에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기 둘쨋날인 섣달 그믐날 우리는 우리 비행권역에 발생한 산불을 신속하게 출동하여 진화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경포대에서 맞이한 설날의 일출설날 아침 경포대 앞바다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기원했지요. ⓒ 김창만


설날 일출은 대관령의 선자령에서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새벽 일찍 대관령 옛길로 차를 몰았는데, 중간쯤에서 내리는 눈을 만나고 길은 빙판이어서 계속 올라가야 되나 아님 돌아가야 하나 갈등을 느끼다가 사고가 나겠다 싶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를 경포대로 돌렸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도 일출을 보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신정 때처럼 구름이 깔려 있어 시원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대로 멋진 일출을 맞이할 수 있었으며 다시금 새해의 염원을 담은 나의 기도를 떠오르는 태양 속에 보냈다. 고향의 부모님께는 전화로 세배를 올리면서….

대관령의 일몰대관령에 걸려 있는 초하루의 태양 ⓒ 김창만


그리고 설날 오후 우리 권역에 또 산불이 발생하여 출동하였고 다행히도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섣달 그믐날과 정월 초하루, 그러니까 햇수로 2년에 걸친 출동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초하루의 태양이 대관령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피곤해 하는 몸을 달래며, 내일은 더욱 멋진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단잠 속에 빠져들었다.

강릉 남항진의 일출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설날 다음날에 떠오르는 남항진에서 바라본 일출 ⓒ 김창만


새벽녘의 맑은 하늘이 어제의 기대를 지켜주기라도 하듯이 미소를 보내고 있다. 자리를 박차고 바로 앞 남항진 바닷가로 발길을 향했다. 붉은 태양이 눈부시게 떠오르며 연휴 마지막날의 아침을 밝히고 있었다.

저 넓은 바다위에 웅장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역시 어제보다 오늘이 더 멋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더욱 잘 가꿀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오늘은 출동이 없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비록 황금연휴를 비상대기와 산불과의 전쟁으로 보냈지만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김창만 기자는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조종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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