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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엄지짱] 학원 광고지, 받고 버리고 수거하고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경제가 어려워져야 할까요

등록|2009.02.01 10:31 수정|2009.02.01 10:31

▲ 30일 아침 대전 시내 한 인문계 고교 등굣길입니다. 학생들은 정문에서 나누어준 학원 광고지를 받아 일정 공간에 버립니다. 한 아주머니는 학원 광고지를 모아 가방에 넣고 있네요. 학원 광고지가 폐지로 전락하는 순간입니다. ⓒ 박병춘


1월 30일 아침, 고교생들이 등굣길에 오릅니다. 정문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학원 선전을 알리는 광고지를 나누어 줍니다. 어떻게든 일정량을 뿌려야 하므로 안 받아 가는 학생이 미울 때도 있겠네요.

학생들은 좋든 싫든 일단 받은 광고지를 받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대략 10여 미터를 지나 버립니다. 광고지는 일정 장소에 한 장 두 장 쌓이면서 폐지를 수집하는 아주머니를 기다립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감상에 젖습니다. 너무 소모적인 모습이어서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주는 거 일단 받아야 하고, 받아서 버려야 하고, 나누어주는 사람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할 것 같네요. 모두 수거해서 폐지로 팔아야 하는 아주머니 모습 또한 괜스레 마음 아려옵니다. 경제 한파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현실의 한 단면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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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파는 사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치명적이라고 하는군요. 학원을 운영하는 벗이 한 명 있는데, 두어 달 전 모 도시에 꽤나 큰 학원을 차려놓고 신문지만한 크기로 대대적인 홍보지를 뿌렸답니다.

그런데 그 벗의 표현을 빌자면 가뭄에 콩 나듯이 학생들이 찾아와 당초 목표치의 20% 정도를 겨우 채우고 벌써부터 문 닫을 궁리를 하고 있다는군요.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경제가 어려워져야 할까요? 아주 거친 역설적 의문을 가지면서도 경제가 어떻게 되든 가진 자들의 사교육 행렬은 새벽 기관차보다 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깨지지 않습니다.

광고지를 뿌리고, 받고, 버리고, 폐지로 전락한 채 수거되는 장면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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