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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오판한 이상희 국방 물러나야"

[초점-제2롯데월드⑦] 신축반대 밝힌 양영태 국민행동본부 부본부장

등록|2009.02.02 08:51 수정|2009.02.02 10:40

▲ "제2롯데월드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결코 신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 양영태 부본부장이 30일 오후 여의도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 원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정부의 제2롯데월드(이하 '제2롯데') 신축 허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제2롯데를 줄곧 반대해온 국방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영태 국민행동본부 부본부장 "제2롯데, MB 아닌 이상희 장관 뜻"

박정희·전두환 두 대통령의 치과 주치의를 지낸 양영태 국민행동본부 부본부장은 1월3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상희 국방장관의 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후 국방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정설'과 달리 그는 "이 장관의 독단이 잘못된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해석했다.

양 부본부장은 "대통령이 참모로서의 능력을 신뢰해서 국방장관을 시켰지만, 장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에 부딪히면 대통령으로서도 (경질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1982년 6월 서울공항을 이륙한 군 수송기가 인근 청계산에 추락해 특전사 요원들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초고층 건물이 공항 주변에 생기면 이런 일이 얼마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며 국방부의 재고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보수논객인 그는 "이명박 정부가 단호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주지 못해서 유약하게 비쳐지고 있다"며 "용산 철거민 사건 같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작전에 참여한 경찰들은 문책할 게 아니라 포상해 주는 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부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2롯데 반대... 활주로 각도 수정은 난센스"

▲ 양영태 국민행동본부 부본부장 ⓒ 권우성

- 제2롯데월드 신축에 대한 국민행동본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제2롯데의 건설은 국가안보가 위협받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 군은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한두 가지라도 안보에 치명적인 위해 요소가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그렇게 무리해서라도 고층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것은 롯데 회장도 기업인으로서 반성해야 한다. 안보가 굳건해야 경제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

- 국방부는 롯데가 활주로 변경공사 비용을 대기로 했다는 것을 입장 변경의 근거로 내세우는데...
"활주로 각도를 3도 틀면 안전하다는 얘기는 난센스다. 전쟁 나면 서울의 육상교통은 마비된다. 긴급 물자 수송이나 전투기 비상착륙은 모두 서울공항에서 이뤄진다. 공중전 수행한 전투기들이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데 눈앞에 100층짜리 고층건물이 있다면 무슨 일이 터질 지 알 수 없다.

서울공항 인근 청계산에는 1982년 6월 C-123 수송기의 추락으로 사망한 육군 특전사 요원 55명을 기리는 충혼탑이 있다. 공수훈련하려고 서울공항을 이륙했다가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데 초고층 건물이 주변에 생기면 이런 일이 얼마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 국방장관이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혼탑부터 찾아갔어야 했다."

-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만약 전쟁나면 우리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해 롯데월드부터 때려 부셔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공감한다. 충분히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도 반대... 대통령 뜻은 아닐 것"

- 박정희·전두환 등 군 출신 대통령들의 치과 주치의를 지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군 출신이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보나?
"아마 안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이 내린 것 같다. 대통령은 오래 끈 사안이니 결정을 빨리 내리라는 의도로 한 말이었지,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걸 지으라고 종용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국방부에 제2롯데 건설을 긍정 검토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안다. 하여튼 내가 만나본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의 다 반대하더라."

-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제2 롯데 건설을 허용했다가 국방부의 반대로 못했던 것을 이번에 국방부가 허용해준 것이다.
"그건 모르겠다. (대통령이 아니라 시장으로서) 건물 짓는 걸 허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제2 롯데에 반대한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는데 거꾸로 찬성하는 국방장관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 통수권자의 뜻이 어디에 있는 지는 분명하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 이상희 국방장관을 노무현 정권의 합참의장으로서 한미연합사를 해체시키는 데 찬성한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분이 이명박 정부의 국방장관을 맡았다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희 장관은 욕 먹어 마땅한 사람이다. 그 동안 안 된다고 했던 것을 갑자기 된다고 했으니... 군사기지 주변 고층건물의 위험성을 너무 경시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니 합참의장 시절에도 한미연합사 해체에 찬성한 것 아니냐? 대통령의 안보참모 역할을 해야 할 장관이 이번에도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 2월3일 국회 국방위 공청회가 열리는데 국방부가 반대여론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질 전에 이상희 장관 스스로 물러나야"

▲ 이상희 국방장관 ⓒ 유성호

- 한창 개각이 이뤄지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여론이 안 좋다면 군 통수권자가 장관 경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대통령이 참모로서의 능력을 신뢰해서 국방장관을 시켰지만, 장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에 부딪히면 대통령으로서도 (경질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얘기하기 전에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 전시작전권 전환에 반대했던 향군과 성우회는 이번에는 왜 조용한가? 그쪽도 같이 움직여줘야 국방부도 여론의 압력을 느끼지 않겠나?
"그분들도 결국 우리처럼 뭔가 하지 않을까? 공식적으로 얘기 못해도 내부적으로는 다 반대하고 있을 것이다."

- 보수논객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1년을 평가해 달라.
"출범할 때부터 단호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주지 못해서 유약한 정권으로 비쳐지고 있다. 좌파들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난동을 벌이는 바람에 힘든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 차기 대권을 의식한 나머지 여당이 단합하지 못했다. 집권여당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이 정부가 불리한 요인을 많이 안고 있다."

- 단호한 법 집행을 보여주려다가 용산 철거민 참사가 생긴 게 아닌가?
"해산 요구하는 공권력을 향해 화염병을 던진다? 외국이라면 바로 사살이다. 작전에 참여한 경찰들을 문책할 게 아니라 포상해 주는 게 맞다."

- 법치를 세우기 위해 이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이런 일이 생겼다고 움츠러들면 안 된다. 공권력에 도전하지 못할 정도로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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