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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 부르면 나간다... 안티팬도 팬"

[홍준표 인터뷰 뒷담화] 로맨티스트를 꿈꾸는 '자유인'

등록|2009.02.04 08:56 수정|2009.02.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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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릎팍도사 섭외오면 나가겠다" ⓒ 김호중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같은 프로에도 부르면 나가겠다"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안티팬도 팬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나는 끈질기게 <오마이뉴스>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정치인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아주 편안한 자리에 가서 어떤 식으로도 나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정치인을 부르면 싫어하는 계층이 많아서 '무릎팍 도사'에서 출연섭외가 금방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콕 집어서 한번 나갔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가요무대>와 <7080 콘서트>"라고 말했다.

'박중훈 쇼'에 출연했다가 여론의 뭇매 맞아도 꿋꿋

▲ 홍준표 원내대표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같은 프로에도 부르면 나가겠다"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 남소연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른바 '1차 입법전쟁'이 끝난 뒤인 지난 1월 9일 다른 교섭단체 대표인 원혜영-권선택 원내대표와 함께 KBS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박중훈 쇼(방영은 11일)'에 출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3당 원내대표들은 '박중훈 쇼'에서 국회 파행과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국민에게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를 "소신 있는 의회주의자"라고 격찬했고, 홍 원내대표는 "합리적이고 순수한 지도자"라고 원 원내대표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3당 원내대표들끼리는 나름대로 덕담을 하면서 팔씨름도 하고 노래까지 불렀지만 언론은 "이 사람들, 그렇게 싸웠던 사이 맞아?"(조선일보)라고 뭇매를 가했다. 서운했을 법도 하다.
그래서 2일 홍 원내대표를 인터뷰하는 김에 물어봤다. 서운하지 않았냐고. 답은 의외로 담백했다. 그리고 "원내대표들이 그런 토크장에 가서 자유스럽게 흔쾌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지 대한민국 정치가 조금 더 진일보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소신도 피력했다.


- KBS '박중훈 쇼'에 출연했다가 특히 '조중동'으로부터 비판 기사가 많이 나왔던데 섭섭했나.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여야 대표들이 원수진 것도 아니고 화해를 하고 싸울 때 되면 또 싸우는 것이다. 싸웠는데 언제 또 화해했느냐 그런 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시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원내대표들이 그런 토크장에 가서 자유스럽게 흔쾌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지 대한민국 정치가 조금 더 진일보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나는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갈 기회가 있으면 나갔으면 한다."

▲ KBS '박중훈 쇼'에 출연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3당 원내대표들. ⓒ KBS 화면



"국민에게 즐거움 주는 것이 정치... '무릎팍 도사' 부르면 나가겠다"

그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같은 프로에도 "부르면 나가겠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정치인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아주 편안한 자리에 가서 어떤 식으로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같은 프로에도 나갈 수 있나.
"부르면 나가겠다. 나는 정치인들이 근엄하다는 것, 그거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정치인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아주 편안한 자리에 가서 어떤 식으로도 나갈 수 있다고 본다."

- 인터뷰 기사 나가면 '무릎팍 도사'에서 섭외가 금방 들어오는 것 아니냐.
"그렇진 않을 것이다. 정치인을 부르면 싫어하는 계층이 많다. 싫어하는 계층이 많은 사람을 프로그램에 등장시키면 그 프로그램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정치인들 섭외를 잘 안하려고 한다고 알고 있다."

- 콕 집어서 한번 나갔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가요무대>에 한번 나갔으면 한다. 아니면 <7080 콘서트> 같은 곳…. 엊그제 강부자씨가 나와서 노래를 참 잘하시던데."

대학 입학 전까지는 대중목욕탕도 기피할 만큼 내성적


홍 원내대표는 '박중훈 쇼'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혼자서는 <인생>을 불렀고, 다 함께는 <목로주점>을 불렀다. 노래 솜씨는 시원찮았다. 그도 동의했다. 그렇지만 '맨 정신'이어서 그랬다고 '술 핑계'를 댔다.

- 지난 번 '박중훈 쇼'에서는 노래 솜씨가 썩 좋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은 잘하질 못했다. 박자는 맞췄는데 그날은 좀 그랬다. 노래를 하려면 소주를 한두어 잔 하고 불러야 하는데 맨 정신에는 노래가 잘 안 나오질 않나."

홍 의원은 서울시에 지역구(동대문을)를 둔 국회의원 48명 중에서 유일한 4선 의원이지만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초-재선 시절의 'DJ(김대중) 저격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억센 경상도 억양에, 강력 검사 출신의 검투사 이미지가 강한 탓도 있다.

그러나 왜소한 체격의 홍 의원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발가벗고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부끄러워 대중목욕탕을 기피할 만큼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이제 대중 앞에 서는 데는 웬만큼 이골이 날 법도 한 중진의원이지만, 지금도 선거유세나 대중연설을 할 때면 집회장 주변의 포장마차부터 찾는다고 한다. 오뎅 안주에 소주 한두 잔을 걸쳐야 술기운으로 대중 앞에 선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티팬도 팬일 수 있다... 끈질기게 오마이뉴스에 나가겠다"


▲ ⓒ 남소연


그는 지난 2005년에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음울함과 우울함으로 점철된 자신의 대학 시절을 이렇게 묘사했다.

"혁명가의 기질을 타고 나기에는 소심한 구석이 너무 많았고 개혁가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검사 시절에는 부패와 거악에 맞서 싸웠지만 1993년 슬롯머신 수사에서 검찰 고위간부의 비리 수사를 강행하면서부터는 검사를 그만둘 때까지 조직으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판에 들어와서는 당의 부름을 받아 'DJ 저격수'로 나서 한나라당 '행동대장'으로 활동했으나 그는 늘 '비주류' 신세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참고 견디니 야당 10년에 여당도 하고, 때가 되니까 집권당의 원내사령탑이 되어 볼 기회도 생겼다"면서 "세월 흘러가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
"오마이뉴스에 참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나간 뒤에 댓글 달리는 것을 보면 열에 아홉은 좋지 않은 얘길 쓰곤 하는 걸 쭉 봤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끈질기게 오마이뉴스에 나갑니다, 안티팬도 팬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이 인터뷰 나가고 나면 댓글 달 때 조금만 순화시켜서 달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는 여전히 로맨티스트를 꿈꾸는 '자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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