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대책회의, 청와대 지하벙커 '탈출'
윤진식 경제수석 "청와대 밖에서 할 수도"... 4일은 과천청사서 열려
▲ 지난 1월 8일 1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마친 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를 둘러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워룸(war-room) 논란'까지 일으켰던 청와대 지하벙커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4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수시로 여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 밖에서 열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8일 첫 회의가 열렸던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튼튼한 경제', '신속한 대처', '철저한 확인' 등 세 가지 구호가 표어 형식으로 붙어 있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장소를 바꿔 수시로 청와대 밖에서 할 수 있다"
윤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매주 목요일에 하는 회의는 계속 유지하되 수시회의를 열어 시급히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각 부처 관련 일이나 그동안 해결이 어려웠던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주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해서 애로요인을 신속히 해소하는 차원에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수석은 "수시회의는 반드시 청와대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바꿔 청와대 밖에서도 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도, 해당 부처에서도 할 수 있는 비상경제체제를 갖추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즉 '워룸'으로 불려온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게 경제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회의장소를 지하벙커로 정한 것도, 한 달도 안 돼 탈지하벙커를 선언한 것도 모두 이명박식 실용주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윤 수석은 "앞으로 비상경제상황실은 각 부처의 상황실과 연계해 부처간 협조사항, 각종 정책의 이행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며 "수시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요인을 발굴하고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운영계획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도 한 달에 한 번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챙기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탈지하벙커 첫 회의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지식경제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앞서 윤 수석이 얘기한 대로 청와대 지하벙커를 벗어난 '수시회의'가 열린 것이다. 첫 수시회의 주제는 '워크아웃 기업의 애로요인 해소방안'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워크아웃 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서 워크아웃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다만 신규사업 등은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해서 철저히 수익성을 따져 부실이 확산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식경제부의 실물경제지원단을 방문해 수출입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세계시장이 좋았을 때와 달리 새로운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며 "엔고를 활용한 일본시장 진출이라든지 중남미와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 등 수출 호조기 때와는 다른 차별화된 비상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며 "금년 1년을 넘기려면 수출이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살려고 노력하면 정부가 뒷받침해 주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탄소배출을 줄인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이동했다. 마이크로버스에 탄 이 대통령은 "오늘 CO₂많이 줄였네"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수석 등 수행원 14명이 버스에 탔다"며 "앞으로도 현장을 방문할 때에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이런 마이크로버스를 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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