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6개월 만에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민생민주국민회의, KBS 본관 앞 기자회견
▲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은 2월 5일(목) 오후 1시 30분 KBS 본관 앞에서 <방송3사, 검찰의 살인진압 ‘면죄부 수사’를 제대로 보도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민언련
KBS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보도가 ‘권력 눈치보기’, ‘정권 홍보’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시민언론단체, 학계의 비판이 잇따랐지만 시민들이 취재진을 향해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적은 없었다. 시민들이 용산 참사를 다룬 KBS 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드러낸 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까지 ‘KBS의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5일 오후 1시 30분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 준비위원회(이하 국민회의)는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진압을 은폐하려는 검찰의 ‘면죄부 수사’를 제대로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 안티 2MB 카페의 백은종 대표 등 시민단체 인사들과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등 정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검찰이 “경찰의 살인진압과 용역동원 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하는 대신 철거민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편파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방송사들은 검찰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전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KBS의 보도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는데, “검찰의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KBS가 6개월 만에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KBS가 계속 이런 보도 행태를 보인다면 시민사회가 강력 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시대가 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병순씨가 머물러 있는 70~80년대가 아니다. 진실을 덮는다고 해서 덮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더욱 빠르게 진실을 알아가게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대통령·검찰·KBS 등이 70년대에서 현실을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언론노동자들이 나서 진실보도를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민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의 졸속 편파 수사에 대해 방송3사가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며 “만약 방송사들이 검찰의 면죄부 수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KBS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KBS가 끝내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다면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단의 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에 질문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수신료 거부, 취재거부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답해 향후 KBS 보도와 그에 따른 시민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기자회견문] 살인진압 은폐하는 검찰의 ‘면죄부 수사’를 제대로 보도하라 |
지난 1월 20일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6명의 국민이 죽음에 이르렀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불과 3시간 만에 대테러부대 투입을 결정했고, 위험천만한 옥상진압작전을 펴면서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는커녕 ‘법질서 확립’ 운운하고 살인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청장을 싸고돌았다. 검찰도 경찰의 살인진압과 용역동원 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하는 대신 철거민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편파수사를 벌였다. 3일 <PD수첩>을 통해 ‘용역직원이 진압에 동원되지 않았다’던 검찰 발표가 거짓으로 들어남으로써 검찰이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얼마나 졸속수사를 벌였는지 거듭 확인되었다. 그러나 검찰의 ‘경찰 면죄부 주기 수사’에 대해 방송3사는 무비판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방송사들은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에 ‘올인’하면서 6명의 목숨을 빼앗은 철거민 살인진압은 한 두 건의 보도를 통해 검찰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KBS는 검찰의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행태까지 보였다. KBS는 검찰이 화재원인을 ‘철거민들의 시너’로 몰아가기 위해 공개한 이른바 ‘액체 동영상’을 메인뉴스 첫 꼭지로 부각하는가 하면, 이 ‘액체’가 ‘시너’라고 단정적으로 몰았다. 그러면서 ‘경찰이 쏟아부은 물대포로 망루 전체가 젖어 불씨가 없었다’, ‘시너를 뿌리지 않았다’는 농성 철거민들의 주장은 보도하지 않아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내팽개쳤다. 이 뿐 아니다. 지난 2일 KBS는 보도시작부터 ‘진압작전 과정에서 83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사례’를 영상과 함께 보도하며 “진압 작전을 강행하다 벌어진 참사로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지만 공권력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검찰은 오늘 브리핑에서 경찰 과잉 진압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수 있을지와 관련해 바로 이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검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검찰이 경찰을 ‘무혐의’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면죄부 수사’를 정당화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MBC <PD수첩>이 용역동원의 실상을 파헤친 후, KBS도 ‘용역동원 의혹’을 다루긴 했다. 그러나 이 보도 역시 ‘물대포를 쏘는 용역직원’에 대해서만 다루었을 뿐, 살인진압이 시작되기 직전 특공대를 쫓아 농성건물 쪽으로 사라지는 용역직원들에 대한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참사가 터진 직후부터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었다. KBS는 검찰의 ‘전철연 배후설’을 부각하고, 전철연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심층보도’에서는 철저한 수사와 진압 책임자 처벌 요구를 ‘국론분열’로 호도했다. ‘공영방송’ KBS에 엄중하게 묻는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KBS는 ‘정권의 나팔수’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가 되기로 작정했는가? 국민 6명이 죽었다. 사고로 빚어진 참사에 대해서도 정부와 관계당국이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용역깡패’까지 동원된 공권력의 살인적인 진압으로 6명의 국민이 죽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생명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용역동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재조사 요구가 비등한 상황에서 검찰이 끝내 경찰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방송3사가 경찰의 살인진압을 정당화하려는 정권과 검찰의 주장을 받아쓰기나 한다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방송3사는 지금이라도 살인진압의 진실보도에 적극 나서라. 우리는 검찰의 졸속 편파 수사에 대해 방송3사가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만약 방송사들이 검찰의 면죄부 수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KBS가 끝내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다면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KBS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용산참사를 추모하는 현장에서 KBS 기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기억하기 바란다. 그것이 지금 KBS를 바라보는 민심이다. 다시 한번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에게 살인진압 진실보도를 촉구한다. 2009년 2월 5일 민생민주국민회의(준) |
덧붙이는 글
배경선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