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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남은 찹쌀 가루로 전을 부쳐먹다

등록|2009.02.06 21:10 수정|2009.02.06 21:10
정월 대보름(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정월 대보름에 먹을 부럼(밤·호두·잣·은행 따위)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오늘 우리 집은 설날 먹다 남은 음식 하나를 마지막으로 해먹었다. 때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은 음식을 버릴 수도 없기에 먹었다.

설날과 추석만 되면 어머니는 찹쌀떡을 한다. 가족들은 맵쌀 떡을 좋아하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다. 당신이 좋아하시는 찹쌀떡을 하시면 다들 불만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머니 지론은 찹쌀은 배를 든든히 해준다는 것이다. '맛'은 관심없다. 든든한 배만 되면 되니까.

문제는 찹쌀 떡을 하고 남는 찹쌀가루다. 옛날 분들 다 그렇지만 떡을 조금하지 않는다. 당연히 찹쌀 가루도 많이 빻을 수밖에. 찹쌀떡 석 되를 하면 찹쌀 석 되만 빻으면 되는데 두 배 정도는 더 빻는다. 그럼 남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남는 것은 집에 가져와서 찹쌀 전을 해 먹는다. 이 놈 보기보다는 맛있다. 들어가는 재료는 오로지 찹쌀 가루와 물뿐이다. 찹쌀 가루에 물을 붇고 반죽을 하는 것으로 찹쌀 전은 시작된다.

▲ 아이들이 찹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 김동수


아이들이 나섰다. 요즘 엄마가 하는 일은 다 따라하고, 자기들이 하려고 한다. 엄마가 적당하게 부어준 물만 가지고 반죽을 하면 되니 쉽다. 모양은 동그랗고, 크기는 호떡 절반 정도이다. 이렇게 손쉽게 맛 있는 찹쌀 전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즐겁다.

▲ 찹쌀가루를 동그랗게 만들고 있다. ⓒ 김동수



아이들이 만든 찹쌀 전은 이제 프라이팬으로 부치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찹쌀 전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인다. 찹쌀과 물 단 두 가지 재료로 어떤 부침개보다 맛있는 찹쌀 전이 된다.

파전과 고추전 따위는 파, 부추, 고추, 조개가 들어가야 하지만 찹쌀 전은 찹쌀 가루에 물만 있으면 되니 아내도 쉽게 아이들도 쉽다. 맛도 파전과 고추전 만큼 맛있으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 삼조는 된다.

▲ 노릇노릇 하게 익어가는 찹쌀 전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인다. ⓒ 김동수


노릇노릇 익어가는 찹쌀 전을 보면서 아이들은 벌써 먹겠다고 엄마를 조른다. 아이들고 할머니 집에서 몇 번 먹어 보았기 때문에 찹쌀전이 얼마나 맛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맛을 이미 안 아이들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드디어 노릇노릇 다 익은 찹쌀 전을 그릇에 담았다. 아내가 살짝 설탕을 뿌렸다. 찹쌀 가루와 물만 들어간 것이므로 설탕쯤은 더 들어가도 아이들 입을 버리는 온갖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 다 익은 찹쌀 전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어떤 음식보다 맛있다. ⓒ 김동수


찹쌀 전을 더 맛 있게 먹는 방법은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혀 먹어도 한맛 한다. 나는 특히 갓 구운 찹쌀 전보다는 다 식어 굳은 찹쌀 전을 더 좋아한다. 옛 설날에는 겨울 밤 굳어진 찹쌀 전을 먹었는데 그 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찹쌀 전 보기보다 맛있으니 있다면 집에서 한 번 부쳐 먹어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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