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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 시장님 한마디할 때만 열리는 '하늘 길'

외국순방 때마다 직항로 개설 공언... 청주공항 국제선 정기운항은 1편 뿐

등록|2009.02.08 21:29 수정|2009.02.08 21:34
-청주~후쿠오카 하늘 길 열린다 / 2008-06-3
-청주-日 간사이 하늘길 열린다 / 2008-06-13
-청주∼ 中 장춘 하늘길 열린다 / 2008-04-17
-청주-베이징 하늘길 오늘 열린다/ 2007-11-07

최근 몇 년간 대전충남 지역 일간신문들이 청주공항 국제선과 관련해 뽑아낸 기사제목이다. 기사제목만 놓고 보면 청주국제공항은 국제노선을 오가는 항공기들로 즐비해야 한다.

실상은? 6일 현재 청주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정기 운항은 1주일에 한 차례 오가는 중국 옌지(연길)노선뿐이다. 대만 까오슝 노선이 있지만 오는 3월 20일까지만 4일 간격으로 한시적으로만 운행된다.

▲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일본 훗가이도 지사와의 회의장면 ⓒ 충남도


청주공항에서는 지난해 청주공항에서 베이징, 상하이, 선양, 홍콩, 창사, 하얼빈 등의 노선이 운항했지만, 환율급등과 경기침체로 여행객이 급감하자 국제선 운항을 잇따라 중단됐다. 결국 중국 옌지 1개 노선만이 남아 국제공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런데 지난 5일 비슷한 신문기사 제목이 또 다시 충청권 일간신문을 장식했다.

-'백제문화제-日삿포로눈축제 '하늘길' 
-'청주공항 일본 연결하는 하늘길 삿포로까지 확대된다'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 중인 이완구 충남지사와 다카하시 하루미(高嬌はるみ) 홋카이도지사가 만나 실무검토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을 기사화한 것이다.

이완구 충남지사가 "충남도의 백제문화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이고 삿포로의 눈꽃축제는 일본 내 대표적인 테마축제로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청주공항-신치토세공항간 직항로 개설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홋카이도 지사가 "부정기 노선의 직항로 개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게 기사 내용이다. 

협의내용 대로라면 양국 지사의 협의 내용은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이완구 충남지사는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와 "하시모토 도오루(38·橋下徹) 오사카부(大阪府) 지사를 만나 청주공항과 간사이공항간 직항로 개설 추진에 공동 노력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역 언론에 일제히 나온 기사가 '청주-日 간사이 하늘길 열린다'-이완구·하시모토 지사, 직항로 개설 합의'다. 하지만 현재 청주공항과 간사이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는 없다. 지난해 2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운항하던 여행자 전세기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6월 박성효 대전시장이 일본 요시다 히로시 후쿠오카 시장을 방문한 후에 나온 기사가 '청주~후쿠오카 하늘 길 열린다'였다. 물론 청주공항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노선은 없다. 있다면 후쿠오카 시장의 "해당 노선 신설에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을 자치단체가 마치 현실화된 듯이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의 경우 충남도와 충북도, 대전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 청주공항에서 국제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항공사에 대해 탑승률을 따져 결손금을 지원해 주기까지 했다. 조례 제정 이후 베이징 노선을 취항한 아시아나항공에 충청권 3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돈은 1억3800만원(충북 46.2%, 충남 20.3%, 대전 33.5%)에 이른다. 이들 자치단체는 올해에는 재정지원 범위를 대폭 늘리기로 합의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해당 항공사는 적자 폭이 커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탑승률이 70%는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현재는 20~30%대에 불과해 비행기를 띄울 수가 없다"며 "경제침체 국면이 해소되기 전에는 국제선을 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 발길 끊긴 청주국제공항 국제선 창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대전시청 관계자도 "정기 국제노선이 아닌 여행사의 전세기를 이용한 노선은 일시적 특수에 불과할 뿐 바로 끊겨 실효가 없다"며 "수요분석에 따른 중장기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선 노선을 늘리는 방안은 양국 지방자치단체장의 말 한마디로 늘어나고 줄어들 수 없다는 뜻이다.

당진참여연대 조상연 부회장은 "충남도지사가 일본 순방중에 나온 의례적인 대화를 마치 실현된 양 과대포장하기보다 충청권 자치단체의 관광 인프라 확충 등 본질적인 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도와 일본 구마모토현은 올해로 자매결연 26주년을 맞았지만 인천공항 외에 청주공항∼아소구마모토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은 없다. 이런 면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충남과 구마모토를 오간다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요구와 지적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충남도지사가 정말 국제선 증설을 원한다면 충남도와 26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구마모토 공항간 항로개설을 하는 것이 순서다. 언론도 주변 여건조차 검토하지 않고 마치 직항로가 머지않아 개설될 것 같은 여과 없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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