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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과메기의 전설을 확인하다!

등록|2009.02.07 19:17 수정|2009.02.07 19:17

▲ 오늘 경험한 과메기의 ‘전설’입니다 ⓒ 홍경석


오래전 대구에서 잠시 생활했었다.
지인이 사업을 하는데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한 때문이었다.

당시의 대구는 한창 지하철 공사를 하던 즈음이었는데
아무튼 그해 여름에 포항의 구룡포로 피서를 갔다.

옷을 벗고 시원한 바닷물에 들어가니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엔 지금과 같은 구룡포의 명물인 과메기가 없었다.

며칠 전 아들의 친구 아버지께서 나 먹으라고 과메기를 보내셨다.
참 감사한 마음에 나는 시원한 배(梨)를 넉넉하게 보내드렸다.

차일피일 미루다가(왜냐면 과메기는 내 상식으론
반드시 술을 곁들여야 하므로) 오늘 비로소 그걸 냉동실에서 꺼냈다.

근데 과메기는 맛있게 먹는 노하우가 따로 있다고 하여
부러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그 방법을 도출해냈다.

먼저 잘 잘라진 과메기를 먹을만치만 꺼내 접시에 놓았다.
다음으로 초고추장을 준비했고 마늘과 들기름도 챙겼다.

기왕지사 먹는 거 푸짐하게 먹어보자고
싱싱한 배춧잎과 삶은 미역, 양파에 이어
김도 적당히 가위로 잘라 과메기를 싸 먹기 편하게 준비했다.

그러고 보니 얼추 과메기를 먹을 준비는 다 되었다.
남은 건 단 하나, 그건 바로 술!

헌데 그 또한 걱정할 게 없었다.
작년 사이버대학 수련회 때 수련원의 부장님이
주신 고농도의 구절초 술이 오롯한 때문이었다.

김을 펼쳐 손바닥에 폈다.
이어 과메기 한 쪽과 미역을 얹고 마늘과
초고추장도 너나들이로 곰비임비를 만들었다.

꼬들꼬들한 과메기 특유의 알싸한 맛에 더하여
짜릿짜릿 전율을 느끼게 하는 구절초 술까지
목을 타고 넘어가니 뱃속은 금세 과메기
동맹군과 더불어 찰떡근원인 양 금세 ‘난리블루스’였다!  

그야말로 과메기의 전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과메기는 겨울철에
청어나 꽁치를 잡아 바닷바람에 말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여 건조시킨 것이다.

갓 잡은 생선을 그처럼 영하의 냉동상태로
두었다가 밤에는 냉동을, 낮에는 해동을 거듭하여
수분 함유량이 40% 정도 이하가
되도록 말린다고 하니 이 어찌 맛이 없으랴!

안동의 간고등어에 버금가는 국민적 인기식품으로
자리잡은 경북 포항시 구룡포의 특산물인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는 '메기'라고 발음하는데
나중에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여기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던가.

하여간 아들 친구의 부친 덕분에 모처럼
과메기의 전설과 그 맛의 오묘함까지를
만나고 보니 새삼 아들 친구 부친이 감사하다.

이담에 그 분을 뵈면 반드시(!) 술 한 잔 내야겠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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