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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안 보이는 자영업자 ‘혹독한 시련’

자영업자 실업수당 지급, 대형마트 규제법안 도입 등 절실

등록|2009.02.09 10:54 수정|2009.02.09 10:54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 불황이 자영업자들을 혹독한 시련 속으로 내몰고 있다.

2월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97만명으로 2007년보다 7만9000명이 감소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의 586만4000명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5년 617만명까지 늘어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수는 577만9000명으로 11월 600만3000명에 비해 한 달 사이 무려 22만4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자영업의 대다수를 이루는 도소매업과 음식업 등의 폐업이 속출한 데서 기인한다.

그나마 영업하고 있는 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달 서울 등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 소상공인사업체 4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익을 낸다는 업체는 22.9%에 불과했다. 10곳 중 8곳이 적자라는 얘기다.

또한 조사대상 가운데 28.4%는 ‘지난 6개월 사이 부채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1월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 BSI는 38.7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0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향후 폐업 위기로 몰리는 자영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상점가에선 손해 보며 백화점 상품권도 취급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임대상인이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매출이 없다하더라도 건물주 상인은 그나마 버티지만, 임대상인들은 탈출구가 없다. 부평에서 최대 상권을 이루고 있다는 부평역 일대 상점가만 하더라도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브랜드 의류점이 즐비한 부평 문화의거리에서는 이달만 해도 벌써 두 곳이 문을 닫았다. 30년 넘게 속옷가게를 해온 BYC부평점과 아동복점이 결국 문을 닫았다.

문화의거리상인회 양기용 사무국장은 “장사가 안 되서 그러는 것 아니겠냐”며 “그나마 장사하는 곳도 임대료 내고 뭐 내고 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안팎인데 그 돈 가지고 교육비 내고 생활비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백화점상품권을 취급하는 상점가도 늘어나고 있다. 부평역 앞 1번가상인회는 이달부터 신세계ㆍ롯데ㆍ현대 등 백화점상품권과 주유상품권을 취급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홍보하고 있다. 본래 백화점상품권은 가맹업체 또는 거래계약이 합의된 업체에서만 유통됐는데, 이 같은 현상은 경제 불황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부평점 관계자는 “일반 상점가에서 백화점상품권을 취급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현금대신 받은 상품권을 환전할 때 상품권 취급점을 통해 현금으로 바꿀 텐데 아무래도 4~5%의 수수료율 손해를 감수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붕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은 경기 불황에 따른 것이지만 내적으로 공급과잉에 의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2006년 기준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음식점 1개 당 인구는 85명으로 미국 606명, 일본 177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국내 자영업자의 비중이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실업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영업이 사회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도소매업이나 음식업 등으로 몰렸다는 데 있다.

신자유주의 걷어내기 위한 전국상인연대 절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실업자들이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적인 공급과잉과 대형마트의 확산 등 외적인 유통환경 변화,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며 가장 취약계층인 영세 자영업자부터 비정규직과 함께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평상인대책협의회 인태연(48) 사무국장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자영업은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사회안전망 없는 상태에서 자영업자의 붕괴는 낙하산 없는 추락과 같다”며 “그래서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대형마트 규제를 얻어내기 위한 전국상인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달 사이 자영업자가 22만명이나 줄었다. 공장으로 치면 GM대우 부평공장이 5개 이상 문을 닫은 것과 다름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노동자만 공장에서 해고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역시 일터에서 쫓겨나가고 있다. 입춘에는 동네 병원 의사들도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라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가 살길은 불공정한 카드수수료율을 개정하고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에 동의하는 모든 상인들이 한데 모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 자영업자의 붕괴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자는 실업상태에 놓이면 그나마 실업급여와 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그야말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경제 불황으로 자영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업 지원 자금 등의 정부 자금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자영업자들에게도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직업훈련 교육을 통한 취업 기회제공 등의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몰락하는 자영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이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한다는 주문도 있다.

인천경실련은 사상 최악의 경제 불황으로 중소기업의 도산과 소상공인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 예산을 내수의 기반이 되는 일자리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게 특별 편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년 전부터 제시했다”며 “그 대책은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와 수당을 지급하고 중소기업 대책으로 납품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소상공인 대책으로는 대형마트의 확산과 불공정거래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형마트 허가제와 영업시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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