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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 후 미역국 한 그릇, 어때요?

해수찜 하고 나온 손님에 미역국…뼈마디까지 흐트러지는 듯

등록|2009.02.09 16:52 수정|2009.02.09 16:52

▲ 바닷물에다 유황성분이 든 돌을 불에 달궈 넣은 탕에서 수건에 뜨거운 물을 적셔 온몸을 마사지하는 해수찜. 전통의 목욕요법이다. ⓒ 함평군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다. 한낮엔 봄 같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그동안 추운 날씨 탓에 몸도 마음도 많이 움츠러들었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마음까지 노곤해졌으면 좋겠다.

겨울철 특별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남도땅 함평과 보성으로 가본다. 이 곳은 바닷물을 이용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겨울철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거칠어진 피부를 매끈하게 다듬어줄 뿐 아니라 갖가지 질병예방에도 효과가 크다.

함평에는 이른바 ‘약초찜’으로 널리 알려진 함평해수찜이 있다. 해수찜이란 갯벌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에다 유황성분이 든 돌을 불에 달궈 넣은 탕에서, 뜨거운 물을 수건에 적셔 온몸을 마사지하는 전통의 목욕요법이다. 산후통과 피부병,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인이나 노년층이 즐겨 찾는다.

요즘 해수찜의 효능이 재평가되면서 해수찜방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해수찜의 원조는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 일대. 이곳은 유황성분이 함유된 돌을 소나무 장작으로 달궈 데운 물로 해수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록에 의하면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이용돼왔다고 전한다.

▲ 함평해수찜은 일반 온천과 달리 물을 데우는 게 아니다. 유황성분이 함유된 돌을 소나무 장작으로 달궈 물을 데운다. ⓒ 함평군



해수찜은 수증기를 이용한 재래식 찜질방식이다. 불에 달궈진 유황돌을 넣은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서 수건으로 적셔주는 것이다. 찜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입고 있는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충분히 적셔준다. 물이 적당히 식은 다음엔 탕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바닷물은 왠지 찜찜하고 찐득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건 선입견일 뿐이다. 보통의 바닷물과 달리 끈적거림이 없다. 대개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바로 샤워를 하지만, 해수찜은 오히려 일반 물로 헹구지 않고 몸을 그대로 말려야 한다. 그래야 약효가 크다.

바닷물과 소나무 장작불, 유황돌의 신비한 조화다. 도시에 있는 최신시설의 대형 온천이나 찜질방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이 펼쳐진다. 한번 해수찜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4시간. 만성적인 신경통 환자의 경우 며칠 묵으면서 찜질을 하기도 한다.

해수찜을 처음 해본 사람은 뼈마디가 다 흐트러져 출산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여 해수찜 집에서 미역국을 내주는데 그것으로 요기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 함평해수찜은 함평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가다 주포 삼거리에서 손불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만날 수 있다. 때맞춰 장작불을 지필 수 있도록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 해수녹차탕은 바닷물과 녹차가 어우러진 탕이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탕에 몸을 담근 채 바라보는 해변과 바다풍경이다. ⓒ 이돈삼



‘차의 고장’ 보성에는 바닷물과 녹차가 어우러진 해수녹차온천탕이 있다. 땅속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암반 바닷물과 보성의 차밭에서 딴 찻잎을 우려내 절묘하게 결합시켜 건강욕을 즐길 수 있다.

뜨거운 해수는 땀의 분비량을 늘려준다. 두말할 것 없이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 피부에도 최고다. 타닌 성분이 땀구멍을 조여 줘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성인병과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

녹차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줄 뿐 아니라 중금속, 유기수은을 체외로 배설시켜 준다. 차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입 냄새를 없애고 구강도 보호해 준다. 뿐만 아니다. 모발에 사용하면 윤기 있고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꾸어 준다. 비듬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생각만 해도 은은한 녹차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며 나른한 쾌감을 전해주는 것 같다. 해수녹차탕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끝내준다. 탕 안에 몸을 담근 채 밖을 내다보면 율포해변과 바다가 펼쳐진다. 풍광이 수려한 소나무 숲과 올망졸망한 바다의 정취를 함께 담을 수 있다. 그 풍경을 보려고도 부러 가볼 만한 곳이다.

해수녹차온천탕은 보성군 회천면 율포해변에 있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율포 방면으로 8㎞쯤 가면 대형 트리가 설치돼 있는 봇재가 나오고, 거기서 5㎞ 더 가면 율포에 이른다.

뜨거운 바닷물에 몸을 담근 후 율포해변을 거닐어도 좋다. 다원도 가까이 있어, 임도 보고 뽕도 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한적한 겨울바다를 만나고, 우리 몸에 좋은 따뜻한 바닷물에 몸도 풀 수 있는 가슴까지 따뜻한 여정이다.

▲ 보성 차밭에 불을 밝히고 있는 대형 트리와 은하수터널 산책로. 율포 가는 길에 있는 이 트리는 이달 15일까지 불을 밝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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