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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등록|2009.02.09 21:33 수정|2009.02.09 21:33

▲ 법정 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 ⓒ 오승준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로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법정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 내용 중 일부).

법정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었다. 어떤 틀에 종속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자유인의 삶을 사는, 또한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고, 순수와 본질의 세계를 회복하는 일을 일상처럼 즐기며 사는 무소유의 주인 법정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산다는 것의 의미와 존재의 깊은 사유를 느낀다.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말로 책의 서문을 연다.

이어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별빛처럼 또렷한 의식을 가지고, 그날그날 삶의 자취를 낱낱이 살피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세상의 눈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이런 일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에 있다”고 말한다.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며,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를 깨닫는 내려놓음의 정신을 갖는 것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서는 것,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 존재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것이며, 자연과 대지, 태양과 강, 나무와 풀을 돌아보고 내 안의 자연을 되찾는 것, 개체인 나를 뛰어넘어 전체와 만나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것,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나는 것,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라고 역설한다.

끝으로 스님은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확고한 인생관이나 윤리관이 없기 때문에 눈앞의 조그마한 이해관계에 걸려 번번이 넘어진다”면서“현대인들은 얄팍한 지식이나 정보의 덫에 걸려 고전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워 세상을 바로 보고,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당부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한번 밖에 주어지 않는 우리네 삶을 어떻게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생을 마감할 것인가. 우리 모두의 절실한 소망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자신을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살자.

현재의 나 자신은 과거의 나 자신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날마다 새로운 나일 수 있다. 벽에 걸어 두었던 족자를 떼어 내고 빈 벽으로 비워둔 공간에 그림 없는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 자리에 무엇을 걸어 둘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넉넉할 것이다.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는 인간이 물질적인 추구에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과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날로 늘어만 가는 전쟁, 폭력, 인간이 저지른 잘못들 때문에 찾아오는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 정신적인 추구에 있다. 그것이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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