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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달집을 보며 무엇을 빌었을까?

거짓된 권력을 태워버리는 민주주의 부활을 원했다

등록|2009.02.09 22:52 수정|2009.02.09 22:54
아이들이 달집 태우기 보고 싶다고 조른다. 돼지 뼈다귀 해장국을 먹고 배가 든든한지 가잖다. 아직 4시 30분밖에 안 되었는데도 조른다. 진주는 5시 45분쯤 달이 뜬다고 했기에 1시간 이상이 남았다.

"아빠 달집 태우는 것 보고 싶어요?"
"아직 멀었잖아. 조금 기다려."

"달은 몇 시 뜨요?"
"진주는 5시 45분쯤은 뜬다고 했다. 한 시간 이상 남았으니 조금 기다려."

하지만 5시가 되자 가자고 보채니 어쩔 수 있나. 조카와 우리 아이 셋을 데리고 남강 둔치로 갔다.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사람들은 많았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달집을 보면서 무언가를 빌었다.

▲ 보름달과 달집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남강 둔치에서 기다리고 있다. ⓒ 김동수



▲ 남강 둔치 달집 ⓒ 김동수



우리 가족은 보름달과 달집에 대한 신앙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빌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큰 아이쯤 되는 아이들이 달집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엿듣기로 했다.

"니는 머 빌었노."
"내는 우리 아부지 회사 잘 다니도록 빌었다."
"나는 동생하고 잘 지내도록 빌었다. 만날 싸우모 엄마 내만 혼낸다 아이가. 고마 내가 동생 하고 잘 지내는 마음 달라고 빌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3-4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아버지 회사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힘든 세상임을 알았다. 그래 동생 사랑하는 마음을 빌었으니 올해는 동생하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

다른 동네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정월대보름만 되면 잔치가 벌어진다. 벌써 잔치가 벌어졌다. 막걸리와 돼지고기, 김치, 떡과 과일을 함께 먹으면서 사람들은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 달이 떠 오르기 전 사람들은 막걸리 한 잔씩 마셨다. ⓒ 김동수



▲ 돼지고기, 떡, 여러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재미는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 김동수


5시 50분쯤 보름달이 떴다. 한순간 환호성과 함께 달집이 훨훨 타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타오르는 달집을 보면서 사람들은 빌고 빌었다. 왜 저토록 빌고 비는지, 왜 저토록 빌 것이지 많은지 궁금하고 궁금했다. 민중들의 빈한함을 다 태우고 그곳에 따뜻함과 평강을 한 없이 채워줄 수 있을까.

▲ 보름달이 뜨자 불을 붙이자 달집은 한 순간 타 올랐다 ⓒ 김동수



▲ 달집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탔다 ⓒ 김동수


달집이 다 타버리자 사람들은 쥐불놀이를 했다. 쥐불놀이 불꽃이 둔치 잔디와 풀섭에 붙었다. 억새도 있고, 잔디와 이름 모를 수많은 풀도 '탁' '탁' 소리 내면서 타 들어갔다. 타 들어가는 풀들을 보면서 용산철거민참사가 떠올랐다. 그들도 잔디처럼 타들어갔다. 그들도 이름모르는 풀처럼 타들어갔다. 그래다 잔디와 억새, 풀은 따뜻한 봄이 오면 새생명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그들은 새생명으로 태어날 수 없다.

오늘 권력은 거짓을 발표했다.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버렸다. 그래 저 달집과 풀섭과 억새와 잔디를 태워버린 불처럼 올해 거짓된 권력을 태워버리는 민주주의가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 쥐불놀이를 하다가 둔치 잔디밭을 태웠다. ⓒ 김동수


▲ 쥐불놀이 불씨가 남강 둔치를 태우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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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남강 둔치에서 달집 태우기와 쥐불놀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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