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 유럽 산책>책 표지 입니다. ⓒ 한길사
"시간은 구체적인 생활의 양상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에 결코 추상적이지 않았습니다. 1라스트(Rast)는 두 번의 휴식을 포함하여 1,000보를 걸었을 때의 거리를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걷는 사람의 나이나 성별, 짐의 유무에 따라 실제 거리는 다양했습니다. 시간은 구체적인 인간의 행동이나 자연의 리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시간은 원을 그리며 흐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나는 그리스도교인도 아닌데도 시간은 세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직선으로 흐른다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당연힌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세 초기 사람들 우리와 다른 관념 속에 살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관념은 중세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시간 개념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12간지, 24절기, 60갑자, 24절기가 반복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역시 원의 개념으로 시간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소리 세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중세 유럽 전체를 아는 것과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중세의 음악은 산수, 기하, 천문과 나란히 4대 과학의 하나로서, 세계를 해석하는 사고의 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현대처럼 오락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중세 사람들은 음악을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원리로 인식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음악 이론은 세계를 일원론적으로 파악하려는 그리스도교의 원리에 따라 만들진 것입니다. 칼 대제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보급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도, 그것이 프랑크 국왕의 중요한 통일 정책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세는 고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하층민들의 생활까지 바꿔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여전히 숲의 두려워했고 자기 나름을 음악을 즐겼다. 이처럼 숨어 있던 민중 정서는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활기를 찾게 된다.
우리는 중세를 암흑기라고 한다. 그리스도교라는 종교 속에 일원론적 세계관을 강요했기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걸치면서 문명이라는 한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에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나 기부 문화는 예이다. 고대의 자유분방함에도 매력이 있지만 중세의 단순함, 규율 속에도 충분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밖에도 <중세 유럽 산책>에는 중세 문화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림 동화>나 전설이 갖고 있는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림 속에 담겨진 세계관의 변화, 누구든 보호 받을 수 있는 ‘아질’이라고 하는 신성한 장소, 죽에 대한 관념,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중세인들, 어린이에 대한 생각 등을 그림과 기록, 건축물 따위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를 거쳐 중세, 근대를 이어오면서 우리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풍요로운 문화 충분히 숙지하고 즐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양성은 오히려 분열과 산만함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문명이 전파되는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그래서 중세 인들에게서 느끼는 거리감을 우리 다음 세대에겐 더욱 빨리 느끼게 될 것 같다. 불과 30년 전의 우리의 생활과 현재의 생활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을 갖고 아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 네이버, 예스 24에 실었습니다. 중세 유럽 산책/ 아베 긴야 지음/ 한길사 펴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