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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입양 산파

국내입양 사회복지사의 희노애락

등록|2009.02.10 10:36 수정|2009.02.10 10:36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산파인 입양상담 사회복지사들과 아름다운 홀트한사랑회 입양가족들 ⓒ 김은희








‘입양’의 기쁨과 행복 뒤에는 가슴 졸이며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입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홀트아동복지회 국내입양상담 사회복지사들이다.
‘국내입양 상담을 떠날 때 내가 참 잘 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말속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내입양가정을 잇는 ‘산파’로써의 책임감과 사랑이 느껴진다.
‘가슴으로 낳은 사랑, 입양’ 입양산파 사회복지사들의 희로애락을 들어보았다.

어렵지만 가슴 뿌듯한 '입양'

입양 덕에 바깥으로 돌던 아빠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충실한 남편으로 돌아와 화목해 진 이야기, 입양 반대했던 시부모님이 매일 집에 찾아온다는 등 국내입양상담실은 상담 문의 뿐 아니라 상담 후 들려오는 부모님들의 행복 탄성이 가득하다.
 
그런 기쁨을 맞이하기 까지 7~8번의 입양상담, 양부모 성품과 입양 준비도에 따른 정보 제공과 조율 그리고 입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등 상담을 통해 양부모님이 올바른 입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 또한 사회복지사(이하 복지사)의 몫이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태교과정이 지나면 복지사들의 진짜 산파로서의 진통이 시작된다. ‘천륜’이라고도 말하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사람’이 연결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양부모님 프로필과 아이의 프로필을 놓고 심사숙고하기를 여러 번, 기도와 고민 끝에 한가정이 탄생한다.

“선배들이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 덜컹거린다고 했다는 말 이제는 알거 같다”는 임미라 복지사. 점차 연결한 가정이 많아지는 만큼 근심과 걱정도 해가 될수록 많아진다며 혹여 아이들이 아프다는 소식이라도 들리면 꼭 내 잘못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시간이 지날수록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때론 입양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입양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해 아기를 선보일 때마다 거절하는 등 길게는 2년의 시간을 보낸 후에 입양을 포기하는 가정이 생기면 복지사로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증가되면서 입양을 하겠다는 예비 양부모들의 신청이 늘고는 있지만 양부모님들이 아동요구가 갈수록 세부화 되고 높아진데다 비해 사실 조건을 충족하는 아동(연장아, 호적이 있는 아이, 장애아동 증가 등)은 점차 찾기 힘든 상황을 입양상담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또한 입양조건도 완화되고 신원조회를 안한다는 법의 허점을 노려 잘못된 서류를 들고 오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아이를 물건 사듯 고르려하는 하는 등 상담원들을 아찔하게 만드는 순간이들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한 아이의 일생이 걸린 ‘입양’을 사회나 어른들이 너무 쉽게 대할 때 복지사들의 속은 검게 타 들어간다.

하지만 공개입양이 점차 증가되고 있고, 입양에 대한 이해가 점차 부모들 사이에 높아져 아이들을 최선으로 다해 양육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더 많아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위탁가정에서 자라다 입양가정을 찾지 못해 장애아동시설로 가게 되었는데. 위탁 어머님이 그 아이를 보내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이틀이 멀다 하고 그 아이가 있는 시설로 찾아가셨죠. 결국엔 저희에게 입양을 하겠다고 신청 했는데, 당시 입양가능 법적 나이도 지난 상태였고, 우리사회에서 장애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어머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설득했지만 어머님이 포기하지 않으셨죠. ‘썩은 고목나무에서 싹이 틔도록 열심히 키우겠다!’는 어머님의 눈물어린 호소에 감동 받아 특별 승인을 받은 후 입양을 연결했습니다. 지금 그 결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님이 매일 발달장애 아들을 붙들고 숫자, 사물을 가르치며 하루하루 눈에 띄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입양상담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 참 많이 든다며, 아이에게 필요한건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명은주 복지사는 7년 동안 270여명의 아동들에게 가정을 찾아 주었다.

 ‘입양’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복지사로서 가슴 뿌듯한 일인 것 같다며, 홀트를 통해 태어난 입양가정들이 화목하고 행복한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가고 결혼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것이 국내입양 사회복지사들의 바람이다.

미니 앙케이트

♡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 양부모님들이 자신들의 아기를 안으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 입양 전 사무적이고 딱딱했던 부모님들이 입양 후 친언니 대하듯 들뜬 목소리로 자녀들 자라는 이야기를 전달해 줄 때
* 수백 명이 모인 공개입양가정모임을 바라볼 때 그리고 내가 이어준 아이들이 “선생님”하며 뛰어와 안길 때
* 보수적이고 입양에 부정적이었던 부모님들이 자녀를 위해 공개입양을 선택하고 입양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 상처 많았던 아기들이 부모님 품에서 너무 사랑받고 예쁘게 크고 있는 모습을 볼 때

♡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순간은
* 양부모님 성격이 너무 강하고 완고해서 입양과 아이에 대한 이해를 못해 결국 연결해 준 아동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
* 몇 해 동안 연락 없던 입양가정에서 아이의 건강 악화나 양부모님의 사망 등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 받을 때
* 양부모가 입양 후 자녀와 애착형성이 되지 않아 방임 또는 아이의 외모, 성격을 이유로 파양할 때 
* 정부와 사회가 ‘입양’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아이를 위한 입양가정’을 찾는데 최선을 두기보다는 입양 수가 증가되지 않는다고 질책 받을 때

♡ 이런 입양상담 어려워요! 난감한 입양상담 ․ 문의 Best
* 자신만만형 : 나 부자고, 많이 배워 입양 다 알고 왔으니 교육이나 절차 생략하고 아이만 달라는 부모님
* 상상형 : “만약에~입양자녀가 사고치거나 혹은 드라마처럼 남매지간에 좋아하면 어쩌죠? “ 등 소설, 드라마 속 잘못된 정보를 계속 문의하는 부모님
* 요구형 : 친모 성적은 상위권, 바른 가정에서 자라야하며 키크고 예쁘고 술․담배는 안한 사람, 아이는 잘 울지 않고 말 잘 듣는(?) 등 입양을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부모님.
* 황당형 : “나 닮은 아이 주세요!” 자신처럼 예술가(의사, 교수)로 키울거니 아이만 따라주면 된다는 부모님.
* 협박형 : 가임(가짜 임신)에 맞춰서 아기를 달라는 등 가능하지 않는 것을 무조건 해 달라며 떼쓰며 협박(?)하는 부모님

※ 2009년 희망 한마디
*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양육되는 모든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기를 
* 아이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많은 예비 양부모님들에게 빨리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한해가 되었으면
* 연장아․장애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기 보다는 국내에서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다가왔으면
* 입양교육, 입양휴가 등 실제적 제도적 지원이 더 많이 되는 해가 되기를
덧붙이는 글 ★ 지난해와 올해 홀트는 700여명의 아동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 주었다. 앞으로도 본부를 포함 전국 13개 입양상담소에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위한 입양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국내입양상담 02-336-3505 www.holt.or.kr

이기사는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2009년 봄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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