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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의 또 다른 해석

사랑이 아닌 사냥을 택한 남자

등록|2009.02.10 14:50 수정|2009.02.10 14:50

연쇄 살인범 강 모의 행적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이코 패스’라는 것으로 압축되는 것 같다. 그러나 몇몇 징후들은 그의 범행을 사이코 패스라는 것만으로 넘어갈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는 강 모의 사건을 대하면서 문득 자크 아탈리의 저서 ‘미래의 물결’ 내용 중 한부분이 떠올랐다. 아탈리는 미래의 인간형들을 말하면서 침울한 성격에 약간 편집증적이며, 과대망상과 자기도취적 기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닌 ‘하이퍼 유목민’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270쪽) 이들 하이퍼 유목민들은 ‘연인 수집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은 사냥감보다는 사냥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원하는 사냥감을 쟁취한 승리감을 과시하며 끊임없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았다.(271쪽)

문제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사냥을 하였던 피의자 강 모가 왜 단순한 사랑행각이 아니라 살인행각을 벌였는가 하는 점이다. 거기에는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 잡혀 범죄를 저질렀다고 피의자는 말하고 있다. 도대체 ‘충동’이 무엇이길래 인간이 인간을 이다지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 것일까?

미국 정신분석 학회에서 펴낸 정신분석 용어사전 한국어 번역본에 의하면 충동(impulse)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망의 분출에 대한 심리적 자각’으로 설명하고 있다.(508쪽) 그러한 욕망 또는 그 욕망과 연관된 사고는 마치 섬광 현상처럼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전개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중 어떤 경우에도 충동은 저지할 수 없고 강요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충동의 기본적인 성질은 성적(sexual)이거나 공격적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적인 삶에서 충동은 단순히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끈다. 여기서 억제되지 않은 극단적인 형태의 충동적 행동은 충동장애로 분류된다.

충동장애(impulse disorder)란 충동 통제장애로 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언급되는 데, 통제 능력의 상대적인 결핍으로 인해 평소에 억압되어 있던 원래적 충동들이 거의 직접적인 형태로 행동화된다.(509쪽) 이러한 충동이 분노를 동반할 때에는 공격적 행동으로 그리고 성적 충동은 성적 행동으로 표현된다. 여기에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 동반된다.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검토를 종합해 볼 때, 연쇄 살인범 강 모는 충동장애를 앓고 있던 정신질환자이며 단순 사이코패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다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접근할 수 있다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지만 수사 당국을 통하여 주어진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을 해 볼 때, 피의자 강 모는 성격 형성(character formation)에 있어서 치명적인 장애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우리의 사회적 병리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부장제도, 성문화를 비롯한 결혼제도, 경제구조변동, 급속한 산업화와 근대화와 시장적 가치관, 교육제도,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된 식품을 비롯한 오염된 음식물 등등이 그러한 장애를 낳았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다룸에 있어 사이코패스를 경멸하고 저주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특히 성적인 충동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해 보면 성욕감퇴장애(특히 성적 혐오장애)와 성적 흥분장애 그리고 절정감 장애 등이 발생했을 때 그 심리치료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갖가지 변태 성욕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대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의 몸과 성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논해야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미국 웨슬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D.Min)을 취득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샘터아동상담센터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글은 당당뉴스와 에큐메니안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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