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강조하는 2기 경제팀, 내용은 두루뭉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속전속결... 첫 회견서 원론적 답변
▲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 이중현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9~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초고속 임명과 취임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속도만 강조하다 보니,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오전 2기 경제팀을 이끌 윤증현 장관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두루뭉술하고 원론적인 얘기뿐이었다. 3시간 뒤, 취임 3주 만에 첫 기자회견을 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비상경제상황에서 속도전으로 '경제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경기 후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장관과 진동수 위원장도 이를 인정했다.
윤증현 장관의 취임 기자회견 첫 일성은 "올해 우리 경제가 -2% 성장을 하고, 취업자는 20만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었다. 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동수 위원장 역시 "현재 전문가들의 이야기로 볼 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아무래도 금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고, 저도 비슷한 입장에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상경제상황에서 2기 경제팀의 수장 윤증현 장관의 임명과 취임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청와대는 9일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국회 본회의 보고절차 없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신속하게 송부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장은 이에 응했다.
이날 저녁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4일 만인 9일 저녁 전자결재를 통해 윤 장관 임명안에 서명했다. 윤 장관은 10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함으로써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비상경제 정부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2기 경제팀을 하루가 아니라 단 1초라도 빨리 가동시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는 속도전의 차원"이라고 밝혔다.
내용은 빠뜨린 채 속도만 강조
▲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장관 ⓒ 이중현
10일 오전 윤증현 장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 열고 "정부는 위기극복을 최우선에 두고 조속한 추경예산 편성, 신용경색 해소, 일자리 및 민생대책 확대 등 우리 경제를 하루빨리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이 두루뭉술해, 2기 경제팀이 내용을 빠뜨린 채 속도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윤 장관은 일자리 창출, 저소득 서민층에 대한 민생안정 강화,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수출기업 지원 등에 사용할 추경예산 조기 편성 의지를 내비쳤다. 2월 중으로 추경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및 당과 협의 후 3월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장관은 빠른 추경예산 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급속한 경기 후퇴에 따른 큰 폭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아직 세부적인 정책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보다는 일자리 창출 극대화와 취약계층 보호 중심의 신중한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날 윤 장관이 밝힌 '일자리 지키기·나누기, 창출 강화' 방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의 일자리 유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유인제도 확충',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지원',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원 확대' 등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신빈곤층 지원 등 서민생활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그 내용이 '긴급복지 확충 등 서민·취약 계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 '다가구 매입과 임대 확대, 임대보증금 지원' 등으로 정책보다는 구호에 가까웠다.
또한 작년 정부가 사용하지 않고 남긴 돈(세계잉여금)이 4조6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복안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장관은 "자원 낭비 없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추가설명 요구하는 취재진... 두루뭉술한 답변만
▲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중현
이날 오후 취임한 지 3주 만에 윤증현 장관 취임에 맞춰 기자회견을 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윤증현 장관과 마찬가지로 속도만 강조할 뿐, 뚜렷한 내용을 담은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는 추진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구조조정 기업의 기업 자산 매각이나 지분 인수 등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데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기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자문그룹을 운영하거나 전략회의를 추진하겠다"며 자센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취재진이 재차 구조조정 펀드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진 위원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활용해서 민간이 참여하는 방법, 국책은행에서 재원을 만드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씩 내놓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또한 중소기업과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프리워크아웃, 마이크로크레디트 활성화와 관련한 물음에 진 위원장은 "여러 은행에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프리워크아웃을 활성화하고, 마이크로크레디트 부분은 관련 재단이나 기관이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 취재진의 궁금증을 전혀 해소시키지 못했다.
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 "새로운 경제팀의 공식적인 출범에 맞춰 본격적인 협의를 통해 앞으로 당면한 정책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아직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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